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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9일 화요일

박사학위만 4개, 부처도 탐낼 스님의 공부 비법

박사학위만 4개, 부처도 탐낼 스님의 공부 비법

이길우 2015. 12. 29
조회수 3047 추천수 1
  월정사 교무국장 자현 스님

  공부는 ‘약간 재미없는 게임’이지만
 기억력 나쁜 ‘축복’ 타고나
 새로운 것 채우는 창의력 ‘술술’
 논문 110편 쓰고 책도 30권 펴내
 
 초등학교 성적표 ‘가’도 있는 머리로
 고교 때 노자만 100번 읽고 장자 주역도
 열등생으로 군대 갔다가 제대 후 출가
 
 뒤늦게 여러 대학 여러 학과 섭렵
 1주일만 작업하면 논문 완성할 수 있는
 자료 80여편 노트북에 차곡차곡
 
 명상으로 잡념 뿌리까지 지우고
 휴식과 잠으로 정보 재정리하고 분류
 무의식으로 초능력 발휘
 
 “전세계 전쟁사에서 가장 위대한 전쟁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으로
 ‘삼국지’ 같은 컴퓨터 게임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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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법명에는 검을 현(玄) 자만 세개가 있다. 자현(玆玄·검을 자, 검을 현) 스님이니 그 의미가 ‘깊고 깊은 검은색의 스님’일까? 스님은 “검을 현에는 오묘하다는 뜻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너무도 오묘한 스님’일까? 스님은 삼현학(三玄學)과의 인연을 이야기한다. 중국의 고전인 <노자> <장자> <주역>을 연구하는 학문을 삼현학이라 한다. 그 뜻이 깊고 오묘하기 때문이다. 스님은 고교시절 학교 공부는 팽개쳤다. 하지만 <노자>는 백번 읽었다. 다른 중국 고전도 항상 손에서 놓지 않았다. 대학을 갈 성적은 안 됐다. 바로 군대에 갔다가 제대 후 출가했다. 

능인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조교수...1년 뒤 또 박사학위
  그런 열등생이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박사학위만 4개이고, 학술지에 등재한 논문만 110편, 그리고 저술한 책도 30권이다. 월정사 교무국장을 맡고 있는 자현 스님(44)은 “공부는 ‘약간 재미없는 게임’이다”라고 정의한다. 모든 것을 잊고 몰두할 수 있는 컴퓨터 게임처럼 재미가 있긴 한데 약간의 스트레스가 있다는 뜻이란다. 스님이 재미있게 공부에 몰두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스님을 지난 18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에서 만났다.
  스님은 서울 동북고를 졸업하고,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동국대 불교학과와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에서 석사를 받았다. 그리고 4개의 일반대학원에서 서로 다른 4개의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에서 붓다 당시의 인도불교를, 동국대 미술사학과에서 한국 불교의 고건축으로, 고려대 철학과에서 선불교에 관한 사상문제로, 동국대 역사교육과에서 한국 고대사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지금도 동국대 미술학과에서 불교미술에 대해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1년 뒤엔 박사학위가 5개가 될 것 같다. 그동안 정부와 사찰에서 받은 장학금만 4천여만원. 
  현재 능인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조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공부한다. 일주일에 3과목은 박사과정에서 강의를 듣고, 7과목은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는 ‘논문의 신’ ‘논문 제조기’로 불린다. 인문학자 가운데 1년에 가장 많이 학술진흥재단 등재 논문을 썼다. “제 노트북에는 일주일 정도만 작업하면 학회 논문을 완성할 수 있는 자료들이 80여편 누적돼 있어요.” 그래서 스님은 노트북 바닥에 ‘혹시 이 노트북을 습득하면 동일한 최신 모델로 보상할 테니 꼭 돌려만 달라’고 쓴 메모지를 붙이고 다닌다. 그가 쓴 30여권의 책 가운데 <불교미술사상사론>은 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사찰의 상징 세계>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로, <붓다순례>는 세종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컴퓨터 자판도 못 외는 평범한 머리로 머리 좋은 사람 뛰어넘어
 그는 현재의 이런 모습에 대해 “천재가 아닌 평범한 머리로 가장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만들어서 이제는 머리 좋은 사람들을 뛰어넘었다”고 말한다. 그의 초등학교 성적표에 ‘가’도 있다. 학번도 제대로 외우지 못한다. 심지어 컴퓨터 자판도 외우지 못해 독수리타법으로 논문을 쓴다. 그러나 자신만의 공부 비법을 터득했다. 자신의 머리로는 도저히 그 수재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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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은 자신의 공부 비법의 가장 기본으로 명상을 든다. “명상은 정신집중을 통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모으는 방법입니다. 종교적인 명상은 어렵지만 공부법으로서의 명상은 쉬워요. 잡념을 통제하면 됩니다.” 그는 잡념의 양성화를 주장한다. 정신을 집중하다가 잡념이 생길 때 계속 그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잡념이 발생하는 빈도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잡념은 100가지 이상 안 돼요. 100번 정도 이런 작업을 계속하면 잡념이 나의 현재 의식의 판단을 시끄럽게 만들지 못해요. 그러면 내 판단과 집중에 대한 능력이 엄청나게 증대되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돼요.”
 휴식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저는 논문을 쓰거나 책을 쓰는 것처럼 창의적인 작업이 필요하면 푹 잡니다. 무조건 푹 자면 능률이 오릅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에서 정보의 총량보다는 머릿속에서 효율적으로 정리해 쓰고자 할 때 바로 떠오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휴식은 감각기관으로 들어온 정보를 재정리하고 분류하는 작업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미치도록 공부가 하고 싶어지는 스님의 공부법’ 책도
 또 현재의식도 중요하지만 무의식을 믿으라고 조언한다. “무의식에 대한 강력한 신뢰는 불가능한 일을 처리해내는 초능력을 발휘하게 합니다. 현재의식이 무의식을 조절할 수 있다는 오만을 버리고, 현재의식은 무의식의 드러난 수단일 뿐이라는 점을 이해하면 공부는 쉬워집니다”라고 말한다. 휴식과 잠을 통해 무의식이 입력한 정보를 스스로 정리하고 필요할 때 출력을 해준다는 믿음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또 나쁜 기억력은 창의력을 도와준다고 한다. 잘 잊어버리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고, 그 결과는 계속되는 새로움을 파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종교나 철학을 공부하는 이들은 기억력이 나쁜 것이 축복입니다.” 그는 대학원에서 자신이 머리 좋은 학생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나쁜 기억력이라고 말한다. 기억력에 의존하는 주입식 방법에 능한 학생들은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치면 당황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최근 <미치도록 공부가 하고 싶어지는 스님의 공부법>(불광출판사 펴냄)을 낸 자현 스님은 <삼국지> 같은 컴퓨터 게임을 만들고 싶단다. 주인공은 중국이 아닌 우리나라의 영웅이다. “전세계 전쟁사에서 가장 위대한 전쟁은 살수대첩입니다. 당시 수나라가 동원한 군인은 300만명. 300만명은 당시 고구려 인구 정도였어요. 이 불가능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 을지문덕 장군인데, 우리의 인식엔 삼국지의 적벽대전만도 못한 것으로 돼 있어요, 그런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컴퓨터 게임을 만들 것입니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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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우
아직도 깊은 산속 어딘가에 도인이 있다고 믿고 언젠가는 그런 스승을 모시고 살고 싶어한다. 이소룡에 반해 무예의 매력에 빠져 각종 전통 무술과 무예를 익히고 있고, 전국의 무술 고수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인생과 몸짓을 배우며 기록해왔다. 몸 수련을 통해 건강을 찾고 지키며 정신과 몸이 함께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싶어한다. 한겨레신문 창간에 동참했고, 베이징 초대 특파원과 스포츠부장, 온라인 부국장을 거쳐 현재는 종교 담당 선임기자로 현장을 뛰고 있다.
이메일 :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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