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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9일 일요일

"법치국가"라면서... 정부에겐 헌법 공부가 시급하다


[取중眞담] 집회의 자유·형사사법원칙 무시 행보 이어져... 누가 법과 원칙에 도전하는가 15.11.30 08:40l최종 업데이트 15.11.30 08:40l박소희(sos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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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법무부 브리핑 룸에서 도심 내 불법 폭력집회에 관련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6일 오후 6시 38분,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11월 27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서 불법폭력시위 관련 장관의 담화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는 법무부의 갑작스러운 공지였다.

잠 시 일었던 호기심은 '불법폭력시위 관련'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사그라졌다. 다음날 카메라 앞에 선 김현웅 장관의 담화는 예상대로였다. 그는 "대한민국은 법치(法治)국가"라며 12월 5일 열릴 민중총궐기 2차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엄포를 놨다(관련 기사 : 또 국민에 '엄포' 놓은 정부 "응분의 대가 치르도록 할 것").

하지만 '법의 지배'를 강조하는 김 장관의 발언은 어딘가 이상했다. 담화 곳곳에는 정부가 헌법 위에 서려는 듯한 인상을 주는 대목이 있었다. 특히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 중인 복면금지법 관련 대목에서 그런 기운이 강하게 왔다.

[진짜 법치인가①] 얼굴을 가린 자, 불법·폭력시위자?

"얼굴을 가려 처벌을 면하고자 하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집회를 할 생각이라면 얼굴을 가릴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복면을 쓴 집회 참가자들에게 보내는 첫 번째 경고였다.

대 한민국 헌법은 제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어도 법원의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무죄로 봐야 한다는 '무죄 추정 원칙'을 정하고 있다. 그런데 김현웅 장관은 이미 복면을 쓰고 집회에 나온 사람들을 불법·폭력행위자,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게 다가 아직 집회는 열리지 않았다. 12월 5일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미리 알 수 없고, 참가자 중 누군가 법정에 세워지더라도 그가 유죄 판결을 받을지는 더욱 단정하기 어렵다. 경찰과 시민이 충돌해도 잘잘못은 법원에서 가려져야 한다. 그럼에도 김 장관은 앞날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의 능력이라면 대단한 일이지만, 헌법에는 맞지 않는다.

헌법 27조 4항 :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진짜 법치인가②] 법도 없는데... 복면을 쓴 당신은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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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에서 김무성 대표는 복면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같은 당 정갑윤 의원은 집회 참가자들의 복면 착용 등을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 연합뉴스

김 장관은 같은 맥락에서 판결 하나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때도 '법원이 복면을 쓴 집회 참가자들을 엄하게 처벌한다'는 기운이 왔다.

"어제(26일) 서울고등법원도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경찰관들을 폭행한 집회 참가자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복면은 아직 죄가 없다. '얼굴을 가린 채 집회·시위에 참가하면 안 된다'는 법안은 이제 막 발의됐을 뿐이다(☞ 법안 바로가기). 그럼에도 복면을 썼다는 이유로 처벌이 이뤄진다면 위헌이다. '법이 정한대로 처벌한다'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데다 "집회 참가자는 복장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다"는 2003년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맞지 않다.

서 울고법 재판부 역시 복면을 쓴 것만으로 처벌 수위를 높이진 않았다. "피고인이 모자와 마스크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 상태에서 다수의 경찰병력을 폭행"한 일을 지적하긴 했지만, 재판부는 불리한 양형사유를 다섯 개 더 꼽았다. "익명성에 기댄 폭력시위꾼들에게 원칙적으로 실형이 선고되도록 하겠다"는 김 장관의 말은 아직까지 그의 바람일 뿐이다.

헌법 12조 1항 :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진짜 법치인가③] 정부 마음대로 처벌 강화? 판단은 법원 몫인데...

김 장관의 담화에서 이상한 기운이 오는 부분은 더 있다.

"특히 집회 현장에서 복면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폭력을 행사한 자에게는 법안이 통과되기 전이라도 이 시각 이후부터 양형기준(어떤 범죄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처벌할지 권고하는 기준)을 대폭 상향할 것입니다."

주 어는 없지만 마치 법무부가 양형기준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보이는 말이다. 그런데 양형기준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만든다. 법무부 장관이 추천한 검사 2명이 위원회에 들어가지만, 최종 결론은 양형위원 13명의 논의를 거쳐 나온다. 법무부 마음대로 수위를 조절할 있다면, 지금껏 양형기준이 그런 식으로 만들어졌다면 심각한 사법권 침해다. 대한민국은 분명 입법권과 행정권, 사법권이 나뉜 민주공화국 아닌가.

헌법 101조 1항 :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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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1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 제는 법무부만이 아니다. 경찰도 심상치 않다. 28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불법·폭력 집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12월 5일 집회 개최를 신고한 전국농민회총연맹에 금지를 통고했다.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21조에 어긋나는 결정이다(관련 기사 : 경찰 2차 '민중총궐기' 집회 불허).

아무래도 정부에겐 헌법 공부가 시급해 보인다. 이왕이면 복면을 쓴 집회 참가자들을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에 비유한 박근혜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하면 좋겠다(관련 기사 : "복면시위 못하게 해야... IS도 그렇게 한다"). 법은 정부 혼자 좌지우지하는 수단이 아니라 국민만큼 정부도 지켜야 하는 원칙이다. 그래야 이상한 기운이 오지 않는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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