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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1일 수요일

북방의 두거인 중국과 러시아 경제의 향방 거듭된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한 러시아


2015.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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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저유가 기조와 2014년 말 촉발된 루블화 폭락(미 달러화 환율이 32루블에서 64루블로 급락)으로 2015년은 -3% 미만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풍부한 천연자원과 인적자원, 광활한 영토. 러시아를 대표하는 수식어들이다. 그런데 이제 좀 식상하다. 1985년 고르바초프가 선언한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그 잠재력은 언제 실현될 것인가? 그 와중에 심심치 않게 튀어나오는 경제 위기설은 또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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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 전망

  러시아는 올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 2000년 이후 러시아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유일했다. 당시에는 다음해 바로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제 저유가 기조와 2014년 말 촉발된 루블화 폭락(미 달러화 환율이 32루블에서 64루블로 급락)으로 2015년은 -3% 미만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에도 그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내년에도 러시아 경제가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기 어렵다고 보는 데는 네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국제 원자재 가격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다. 석유와 가스 수출이 전체수출 중 68% 내외를 차지하는 자원 부국 러시아 경제에 이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둘째는 고정자산 투자의 감소다. 1990년을 전후해 옛 소련이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설비·인프라 노후화로 인한 경쟁력 저하를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러시아 경제에서 고정자산 투자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요소이다. 이 때문에 이것이 더뎌진다는 것은 산업 생산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뜻이다.
  셋째 요인은 서방의 경제 제재 여파다. 특히 금융 부분에 집중된 제재로 러시아 은행과 기업들의 해외 차입이 막혀 적지 않은 자금난을 겪고 있다. 신규 대출은 물론 기존 대출의 차환마저 어려워지자 일부 기업들은 보유하고 있던 해외자산을 매각하거나 수출 대금으로 대출 상환액 상계처리까지 하는 실정이다. 마지막 넷째 요인은 구매력 감소에 따른 소비 부진이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소비성장률은 -7.5%라는 최악의 수치를, 2016년 역시 -1.7%를 보일 전망이다. 2016년 루블화 가치는 더욱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불안하다 보니 소매업자들은 루블화 가치의 추가하락 가능성까지 판매 가격에 선반영시키고 있다. 루블화 하락으로 수입 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판매자들의 이 같은 행태까지 더해져 물가가 계속 오르고, 결국 국민들의 구매력 하락과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상황

  글로벌 경제는 전 세계 모든 국가를 하나의 실타래처럼 묶고 있다. 혼자 살기 위해 그 실타래를 빠져나올 수는 없다. 자국 경제가 호황이든 불황이든 이는 분명 ‘글로벌 경기’라는 큰 맥락하에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원자재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러시아에 글로벌경제의 침체 또는 저성장세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최근의 글로벌 경기를 비교해 보면 러시아 경제의 회복 여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2009년 이전 3~4년간 글로벌 경제는 평균 4% 이상의 비교적 고성장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2012년에서 2015년까지 최근 3년간 글로벌 경제는 2%대 성장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 이 시기 러시아 경제의 성과는 글로벌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한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1% 미만이었고, 2013년 고정자산 투자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2014년 글로벌 경기가 본격적으로 둔화되면서 러시아경제의 하락세도 본격화됐다.이러한 흐름을 러시아가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냐를 가늠하는 잣대는 국제유가가 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65달러 선에서 100달러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지금은 배럴당 50달러 내외의 저유가시대로 전환했다. 내년에 국제유가가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이전과 같은 급격한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글로벌 경기 자체가 지속적인 저성장 시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 경제가 겪어야 할 고통은 생각보다 길게 갈 것으로 보인다. 이전과 같은 5% 이상의 고성장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에너지 의존 경제구조를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다만 점진적인 변화는 계속 추구돼야 한다. 원자재수출을 통한 재원 확보와 발전이라는 쉬운 공식을 바꿔야 할 것이다. 정답은 외국인을 포함한 민간 투자 활성화다. 하지만 민간 투자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러시아 시장에 관심을 갖는 사업가들은 모두 해결책을 알고 있다. 투자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제도 개선과 이를 위한 운영 시스템의 효율성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러시아 정부도 이를 알고는 있다. 문제는 실천 의지다. 그 실천 의지가 페레스트로이카 선언 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안 보인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보조> 유가 의존 재정 정책 포기


 국가 경제가 엉망이면 정부 지도자 또는 정책 방향에 대한 문제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전환한 러시아 경제 곳곳에는 아직도 옛 소련 시스템의 잔재가 남아 있다. 전기·에너지 분야의 정부 보조금이 대표적 사례이고, 의료·복지·교육 등 사회 인프라 전반에 눈에 띄지 않는 크고 작은 정부 지원이 숨어 있다.
  이 모든 정부 지원이 문제 없이 가동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상황이 넉넉해야 한다. 2000년 초반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이후 이러한 재정 조건이 성립됐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도 축적된 재정 여력으로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미 지난해부터 러시아 재정수지는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이를 메워줄 유일한 구세주인 유가마저 러시아를 외면하고 있다.
  결국 러시아 정부도 올해는 재정정책 운영 원칙을 바꾸기로 했다. 러시아는 과거 3개년 유가를 바탕으로 예산 편성용 기준 유가를 설정하고 이를 상회하는 이익분은 전액 예비기금(Reserve Fund)에 넣도록 돼 있다. 정부 지출 상한은 이 예비 기금 수입 총액의 일정 비율에 GDP 규모의 일정 비율을 더해 정해진다. 하지만 2016년 한 해는 정부의 주관적 판단으로 정부지출규모를 정하기로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2015년만 해도 이미 실제 유가가 정부 예산 편성용 기준 유가를 밑돌아 예비기금으로 넘어가는 금액이 없고, 이러한 상황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포스코 경영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친디아 플러스> 2015년 11월호(vol 110) 에 실린 것으로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https://www.posri.re.kr/issue/journal

오영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youngil@pos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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