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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5일 월요일

북중관계를 판단하는 시금석으로서의 류 정치국원 방북

강태호 2015. 10.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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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5월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로 베이징을 찾은 최룡해 총정치국장을 류윈산 중국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맞이하고 있다

 10월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중국이 류윈산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여러 희망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의 방북을 놓고 냉각된 북 중관계가 복원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하는 건 무리다.
   이번 방북은 지난 2013년 7월27일 북한의 전승절(정전협정 기념일)을 맞아 리위안차오 부주석이 이끄는 대표단의 북한 방문이래 최고위급 방문이다. 하지만 그 자체만을 놓고 보면 오히려 현재의 냉각된 북중 관계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지난 9월3일 북한은 중국의 항일 인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에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대신 최룡해 당 비서를 보냈다. 정치국 서열 5위인 류윈산 상무위원의 방북은 의전으로 본다면 그와 격을 맞춘 것이기 때문이다. 격식만을 갖춘 최소한의 인사치레로 볼 수 있는 것이다 . 최룡해 비서와 류윈산 정치국원은 구면으로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서로 내세운 협상 상대였다. 지난 2013년 5월 김정은 제1위원장이 당시 최룡해 총 정치국장을 특사로 보냈을때 시 주석을 만나기에 앞서 중국은 류윈산 상무위원이 상대했다. 최 비서는 당시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으로 급격히 냉각된 북-중 관계를 개선하는 임무를 띠고 베이징을 찾았으며, 가까스로 시진핑 주석을 면담했었다.
  발표 내용이나 형식에서도 양쪽은 이번 방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중국과 북한은 4일 류 상무위원이 이끄는 공산당 대표단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가 발표했고, 북은 <중앙통신>이 보도하는 형식이었다. 중국 당 대외연락부는 이 방문이 ’공식적인 우호방문’이라고 밝혔다. 지나친 해석일지 모르지만 시진핑 주석의 특사라거나 중국 지도부를 대신한 방문으로서의 의미를 담으려 하기 보다는 다분히 의례적이다.  이로 미뤄 지난 9월 3일의 최룡해 비서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과 마찬가지로, 류 상무위원이 김정은 제1위원장을 만나더라도 형식적인 면담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북중관계를 판단하는 시금석
 
   9월3일의 전승절 행사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올 것인가와 북한의 당창건 70주년 행사에 중국이 누굴 보낼 것인가는 북중관계를 판단하고 내다보는 시금석의 측면이 있었다. 또한 북중이 전승절과 당 창건 70주년 행사를 치르면서 보여주는 이같은 외교적 행보는 그 자체로 북중관계 만이 아니라 한반도 정세를 반영한 측면이 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전승절을 앞두고 왕이 외교부장이나 왕자루이 당 대외연락부장을 북한에 보내려 했으나 북한이 거부했다고 한다. .따라서 전승절 행사만을 놓고 보면 결과적으로 김 제1위원장이 초청을 거부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참가가 중국 외교의 성과로 간주되고 있듯이, 그런만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전승절에 참가할 여지를 중국이 주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룡해 비서와 대비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는 북중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했음에도 중국은 이를 그대로 용인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5월 9일 모스크바 전승절 행사에 북한은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보냈다. 원래 김정은 제1위원장이 올 것으로 예상됐다는 점에서 러시아는 실망했지만,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숙청 등 4월 하순에 벌어진 북한 권력내부의 이상기류 등에 비춰 러시아는 이해를 표시했다.  그에 비하면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최룡해 비서를 보낸 것은 격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지난 2013년 전승절 60주년에는 리위안차오 부주석을 보낸 반면에 이번엔 정치국 상무위원을 보냈다는 점에서 격을 낮췄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형식적인 서열 보다도 최고 지도자의 의중을 대변하는 인물을 서로 보내고 있어 최소한의 배려는 하고 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최룡해 당비서는 지난해 11월 역시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로서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하고 있듯이 최측근으로서 사실상 국제담당 비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류윈산 상무위원 또한 시진핑 총서기와 함께 외교분야를 관장하는 중앙 외사영도소조의 일원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두사람 다 측근이라 할 수는 있으나 과거 지도자의 사람이라는 것이다. 최룡해 당 비서의 경우 총정치국장 자리를 황병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게 물려주고 밀려난 데서 알 수 있듯이 다분히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사람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기자 출신에 중앙당교 교장을 역임한 류윈산 상무위원은 중국공산당의 선전 및 사상 부문에서 서열 2위이지만 후진타오와 같은 공청단 출신이면서도 장쩌민 전주석과 각별한 사이인 상하이방으로 간주되고 있다.

 북중 두 지도자간의 대화채널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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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13년 5월 최룡해 특사를 맞이하는 시진핑 주석

 어찌됐든 최룡해 비서와 류윈산 상무위원을 통해 북한과 중국이 당 대 당의 측면에서 두 지도부의 의사를 전달하는 채널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역설적으로 보면 이는 북중이 서로의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익이 안된다는 공통의 인식을 보여준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류윈산 상무위원의 방북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움직임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9월28일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인 10월 10일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온  장거리 로켓 발사 관련 준비가 멈춘 듯한 양상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인공위성 정보에 의하면, 당 창건일을 기준으로 ‘D-15’였던 지난 9월 25일 시점에서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미사일(로켓) 본체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북한은 기체 낙하에 대비한 선박 항해 금지구역 설정도 하지 않았는데 이는 지난 2012년 12월 12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을 때에 비하면 상당히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시기는 시진핑 주석이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시점과 겹쳐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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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이미 7월부터 당창건 기념일에 맞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기정사실화 했다. 미국의 북한 정보분석 누리집인 <38노스>는 7월 28일 당시 촬영한 민간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로켓 발사장 내부의 증·개축 공사가 완료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국군 정보당국도 북이 로켓 발사대를 기존 50m에서 67m로 높이는 증축 공사를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봤다.  공사가 시작된 게 2013년 말이었으니 1년 6개월여의 준비과정을 거친셈이다. 정보당국과 전문가들은 이 발사대 증축으로 북한이 길이가 2012년 말 발사에 성공한 은하-3호를 뛰어넘어  미 본토에 도달하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교도통신>은 지난 8월2일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 발사대에 덮개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미 정보당국은 이 작업이 8월 중 완료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덮개가 설치되면 위성의 감시활동이 어렵게 된다. 그리고는 9월 들어 14일 국가우주개발국장이 “새로운 지구관측위성 개발을 마감단계에서 다그치고 있다”고  밝혔으며,  9월 18일엔 ’인공위성은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의 상징이다’라는 제목의 <중앙통신> 논평에서 “국제법적으로 공인된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인 평화적 우주개발을 걸고 드는 것이야말로 우리에 대한 용납 못할 도발”이라며  발사 강행 의지를 피력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9월3일 전승절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위성발사를 강행하겠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었다.  반면에 시진핑 주석이 9월25일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거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어떠한 행동도 반대한다”고 밝힌 것은 북한을 직접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본다면 중국은 자신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려고 함에도 류윈산 상무위원을 보낸 셈이고, 북한은 발사 움직임을 일단 중단한채 중국을  배려해 발사 시점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주권적 권리'라고 주장하는 위성발사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난 9월 3일 톈안먼 광장의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시 주석 옆에서 열병식을 참관한 반면, 북한을 대표한 최룡해 비서는 참가국 대표단 가운데 맨 끝자리에서 열병식을 지켜봤다. 북 스스로의 선택인 측면도 있지만 극도의 모멸감을 준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류윈산 상무위원의 파견은 북한의 위성발사 강행에도 중국이 더 이상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쪽으로 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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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블라디미르 푸틴, 시진핑 세 지도자가  9월3일 베이징 전승절 기념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다.

 북한의 위성발사와 핵실험에 영향 못 미쳐
 
 사실 북중관계의 악화는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의 상실을 가져왔으며, 북한은 북한대로 북중관계를 의식하지 않고 로켓 발사를 강행할 수 있는 행동의 자유를 부여한 측면이 있다. 물론 북한은 그 대신 중국의 지원과 지지의 상실이라는 댓가를 지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한이나 미국의 입장에서도 중국과 북한 사이의 관계 악화가 무조건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이는 중국을 통한 북한 압박이라는 카드의 유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이 대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선택은 어느 한쪽을 얻으면 다른 한쪽을 잃게되는 제로섬의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남북의 대화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그런 방향으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하려고 한 게 사실이다. 때로는 북한이 중국의 지원을 얻기 위해서 또는 중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중재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면서 중국을 통해 남한과 미국과의 관계를 풀려는 자세를 보여오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뒤 남북, 북미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중국이 보였던 적극적 외교다.  중국은 그해 7월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에 동참하면서도 9월 북중 우호협력조약 60주년을 맞아 원자바오 총리를 북한에 보내 중국이 추진하는 동북진흥계획과 신압록강 대교 건설 등을 바탕으로 북중 협력관계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리고는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원자바오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의 합의를 바탕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전달했다.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김양건 통전부장과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간에 이뤄진 비밀접촉은 이런 중국의 중재자 역할에 의해 탄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원자바오 총리로 인해 김정일 위원장의 남북대화 의지를 신뢰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으며,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는  베이징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원자바오 총리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는데 남북 정상회담을 바라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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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10월 10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 왼쪽부부터 이명박대통령, 원자바오, 하토야마 총리

 그러나 시진핑 정부 들어 특히 2013년 12월 중국과의 협력 채널로 간주되던 장성택 당 행정부장의 처형 이래 북중관계는 이런 중국의 역할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여기엔 시진핑 주석의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직후 직면한 3차 핵실험 등 김정은 새 지도부에 강경노선에 대한 불신감이 자리잡고 있다. 2013년 출범한 시진핑 주석은 그 해  6월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의 비공식 정상회담을 통해 중미관계를 신형대국관계로 새롭게 정립해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 시기 북한의 김정은 지도부는 2012년 12월 인공위성을 발사한 뒤 미국의 제재에 맞서 3차 핵실험을 단행했으며, 한미합동군사연습에 맞서 미국을 직접 겨냥해 전쟁이냐 협상이냐의 양자택일을 내세우며 한반도를 전쟁상황으로 몰고 갔다. 결국 그해 5월 북이 최룡해 특사를 파견해 전쟁 발발의 대결 국면은 완화됐지만 시 주석은 마지막날까지 최룡해 특사의 면담을 미루면서 북한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낸 바 있다. 그 이후 2013년 12월 북한과 중국을 이어주는 장성택의 처형으로 이런 시진핑 지도부의 대북 불신은 더욱 심화됐고 북중관계를 악화시켜 온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노동당 정치국원 겸 당 행정부장은 북중간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경제재건에 중심적을 역할을 해왔으며, 여기엔 중국과의 두터운 신뢰가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버릴 수 없는 카드 북한 더이상 관계 악화 방치 않을듯
  
 그러나 북중관계가 나빠지더라도 중국이 북한에 등을 돌리지는 않을 것이다. 앞서 문정인 교수도 지적했듯이 “중국의 국가 이익으로 따져보면 북한은 ‘버릴 수 없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류윈상 상무위원의 방북은 북중관계에 훈풍을 불어오는 변화를 예고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중이 지난 2년여와 같이 대화를 중단한 채 관계가 악화되도록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북한 정권 수립 67주년 하루 전날인 9월8일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축전을 보냈으며, 북·중간 오랜 유대관계를 언급함으로써  특별한 우호관계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와 다른 것이다. 시 주석은 이 축전에서  “우리들은 조선(북한) 측과 함께 중·조 관계의 장기적이며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동하고 두 나라 사이의 친선협조관계를 끊임없이 공고히 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에 적극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중앙통신>은 9월 9일 전했다. 축전은 오래된 유래관계를 이렇게 강조하고 있다. “중·조 두 나라는 산과 강이 잇닿아 있으며 전통적인 중·조 친선은 두 나라 노세대 영도자들이 친히 마련하고 키워주신 쌍방의 공동의 귀중한 재부다”.

 강태호 선임기자 kank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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