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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7일 목요일

"'외교 위기' 근원은 남북관계 악화"


[주간 프레시안 뷰] '한미동맹 지상주의'가 문제다

위기의 한국 외교? 진단이 틀렸다!

최근 한국 외교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4일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외교 실패를 이유로 윤병세 외교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고, 6일 <중앙일보>는 전문가(31명) 및 일반 국민(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한국 외교가 위기'라는 응답이 각각 66.7%, 47%였다는 조사 결과를 머리기사로 보도했습니다.

정치권과 제도언론에서는 미일 동맹 강화와 중일 화해가 '한국의 외교적 고립'을 초래했고, 이것이 위기의 실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으로 '미일 신밀월'과 한국 고립 우려가 가시화한 상황"(<한겨레> 5일자), 박근혜 정부가 "역사의 굴레에 스스로를 가뒀다"(과거사 문제로 한일 관계를 희생시켰다는 뜻. <중앙일보> 6일자) 등의 보도가 이러한 인식을 보여줍니다. 구체적으로 4월 말 아베의 방미로 미일 동맹이 한층 강화된 것, 미 의회 연설에서 중국 침략에 대해 사과한 반면 한반도 식민지배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한일 정상 회담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반면 중국과 일본은 두 차례나 정상회담을 (지난해 11월 10일 APEC 정상회담 때와 4월 22일 반둥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때) 가진 것 등을 말합니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한국 외교, 위기입니다. 하지만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일 동맹 강화와 중일 화해에 따른 '외교적 고립'보다 더 본질적이고 중대한 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일 동맹 강화가 미일 대 중국의 대결을 심화시키며, 이에 따라 한국은 미일 군사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이 중국의 군사적 적대국이 되는 것이죠. 즉 미일 동맹 강화 및 이에 따른  미일 대 중국의 대결 심화는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에 지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현재와 같이 남북관계가 막혀 있고, 전시작전권마저 미국에게 맡겨 놓은 상황에서 한국이 외교적 발언권을 행사할 여지는 매우 작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외교의 위기는 최근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비핵개방 3000', 그리고 천안함 사태에 대한 5.24조치 등으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전작권 환수마저 무기한 유보한 이명박정권 때 시작된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오늘자(7일) '정세토크'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아래 기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관련 기사 : 정세현 "외교 고립?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은 달라") 

정세현 전 장관을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해 왔듯이 한국 외교의 시발점은 남북관계 개선이어야 합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 해결 등에서 한국이 발언권을 가져야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 정치권과 제도언론에서는 남북관계가 우리 외교에 미치는 사활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는 듯합니다.  

한반도는 동북아 갈등의 진원지 

중국 베이징대 진징이(金景一) 교수가 말한 것처럼 지난 120년간 동북아에서 일어난 전쟁의 대부분은 한반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근대사 이후의 역사를 보면 동북아에서 지정학이 강조되면 될수록 피해를 본 나라는 한반도였다. 동북아의 중요한 전쟁 거의 모두가 한반도 문제에서 비롯됐다. 동북아 지정학 게임의 축이 한반도였던 셈이다. 어찌 보면 오늘의 지정학 위기도 북핵 게임이 만들어 온 것일 수 있다." 

청일전쟁(1894년), 러일전쟁(1904년), 6.25전쟁 등이 그러합니다. 앞의 두 전쟁은 한반도 지배를 위한 열강들의 쟁탈전이었고, 6.25는 당초 무력 적화통일을 위한 내전이었으나 곧바로 미국 대 중국의 동북아 패권 전쟁으로 변질됐습니다. 그리고 지금 북핵 위협을 빌미로 한미일 대 중국 간의 군사 대결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진 교수는 "미국이 (동북아의) 새 지정학적 위기를 몰고 온 것만은 분명하다"면서 만일 "분열 상태의 남북한이 대결을 벌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축복이 아니라 다시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사드와 AIIB 가입 문제로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현재 한국 외교가 축복할 만한 상황이라는) 윤병세 장관의 현실 인식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입니다. 그는 이어 "한국이 가야 할 길은 북한과 화해, 협력하며 한반도의 자강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관련 기사 : 지정학의 반란과 한반도)

그러나 우리 정치권과 제도언론에서는 우리 외교에서 남북관계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한미동맹만이 살 길이라는 맹목적 믿음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냉철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선 개항(1876년) 이후 140년에 걸친 제국주의적 침탈에 대한 역사적 인식도 희박합니다. 한국 지배계층의 세계 및 역사 인식에 대해 이명원 경희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비판합니다.    

"한국의 집권세력은 이 시간에 대한 감각을 완전히 상실하고 있다. 대신 그들은 5년이라는 대선 주기나 4년이라는 총선주기, 재보선과 같은 돌발적 선거주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의 집권세력은 오직 집권의 연장과 통치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문제에 골몰한 나머지, 외교적 문제조차도 국내정치용의 정략적 제스처로 처리하거나 침묵하는 방식으로 무책임을 방조하고 있다." 
(☞관련 기사 : 120년과 70년) 

미국은 전쟁을 멈추지 않는다 

우리 나름의 주체적 현실 인식이 없다는 얘깁니다. 해방 이후의 역사적 경험에서 우리는 대체로 미국을 우호적으로 바라봅니다. 해방의 은인, 북한의 남침을 격퇴한 보호자, 경제 번영의 후원자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난 주 '프레시안 뷰'에서 말한 것처럼 미국은 일본의 한반도 지배의 공모자였습니다. 또한 노무현 정부 당시 송민순 외교 장관이 말한 것처럼 "미국은 세계에서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입니다. 특히 2001년 아프간 침공 이후 현재까지 15년째 긴 전쟁(Long War)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아프간 침공 이후 10년간 사망자가 130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미국은 현재 아프간과 이라크뿐만 아니라 리비아, 시리아, 파키스탄, 소말리아, 예멘 등에서 군사력을 동원한 정권 교체 등 저강도전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일으켜 러시아와 일촉즉발의 군사 대치 상황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미일 군사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을 포위하려 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에 이어 이란과도 평화를 이루려 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쿠바의 경우는 미국이 중남미에서 외교적으로 완전히 고립된 데다 중남미에는 미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 세력이 없기 때문에 국교 정상화 시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미 국내 사정에 정통한 군사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의 적대가 해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합니다. 적대 상태 해소가 미국의 군산복합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가레스 포터(Gareth Porter)라는 전문가에 따르면,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지난 2010년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석유 부국인 걸프 왕정국가(GCC)들로부터 향후 20년간 전투기, 미사일방어(MD) 등 1000-1500억 달러 상당의 무기 수주를 받아놓고 있다고 합니다. 이란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미국 최대의 방위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의 경우 해외 수출이 전체 매출의 25-33%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이란이 화해한다면 미국산 무기의 최대 고객을 잃게 되는 셈입니다. 따라서 오바마 개인이 이란과의 화해를 추진한다 해도 무기 수출에 따른 막대한 이익을 노리는 군산복합체, 미 의회에 대한 막강한 이스라엘의 로비, 그리고 군사주의 지속을 원하는 군과 관료 엘리트의 방해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미국의 일방적 군사주의는 최고지도자의 결단으로도 해소할 수 없을 만큼 미국의 정치경제 시스템에 단단히 뿌리 박고 있다는 얘기죠. 
(☞관련 기사 : Why Iran Must Remain a US Enemy) 

사실 미국이 일본을 동아시아의 핵심 군사파트너로 선택한 이유는 고갈돼가는 자체 국방 예산을 일본이 메워주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미국의 국방비를 메워주는 대가로 군사대국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미일 군사동맹에 맞먹는 동맹 강화를 추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한미 동맹은 이미 더 이상 강화할 수 없을 만큼 긴밀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한다는 것은 중국에 대한 미일의 군사적 포위망에 참여하는 것이며 이는 한반도의 평화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에도 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이제는 '한미동맹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무엇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길인지 주체적 모색을 해야 할 때입니다. 그 시작은 남북관계 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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