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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25일 월요일

‘불기 2559년 부처님오신날’ 에 보여지는 정국 기상도

박大統領, 통합이란 말을 알기나 할까?
‘불기 2559년 부처님오신날’ 에 보여지는 정국 기상도
임두만 | 2015-05-26 09:39:44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화해와 통합의 길로 나아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 말의 앞에 붙은 수사는 “사랑도 지혜도, 행복도 모두 내 안에 있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면서”다. 2015년 5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5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한 말이다.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서 여야 대표 등 정치인이 합장하고 있다. © 신문고뉴스 
앞서 우리사회는 두 가지의 큰 사건이 있었다. 먼저는 광주의 5,18 35주년 기념식을 지나며 있었던 일이다. 박근혜 정부의 보훈처는 ‘광주정신’이 담긴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식 제창을 금지하므로 정부주관 기념식과 5.18 당사자 주관 기념식으로 이원화되어 열렸다.
이날 정부주관 기념식에서 성악가와 합창단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때 여야 대표, 국회의장, 그리고 많은 국회의원들은 따라서 불렀으니 유독 기념식을 주관한 정부대표인 최경환 총리대행과 박승춘 보훈처장은 입술을 앙다물고 버텼다.
‘우리 사회가 화해와 통합의 길로 나아가기를 기원한다’는 대통령 정부의 각료들이 정작 회해와 통합은 관심없고 본인들의 이념에 충실한 극명한 편가르기 현장이었다.
특히 박승춘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노래”라고 주장했다. 5.18이 국가 기념일이 되면서 전혀 문제가 없던 노래이며, 전국민적 추모가로 자리를 잡은 노래인데 자신들 잣대로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정부여당의 방침 때문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전야제 행사에 참석하려 했으나 불청객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당했다. 통합과는 정 반대의 현상이다.
23일 김해 봉하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노무현 6주기 추모식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앞에 두고 “‘전직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면서 피를 토하듯 대화록을 읽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려운 발걸음을 했다”면서 반어법을 쓰며 조롱하듯 비판했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해하지 말라. 사과나 반성, 그런 것은 필요없다”며 화해와 통합과는 전혀 다른 말을 하면서 “제발 나라 생각을 좀 하라”라고 질타했다.
이 두 가지 사안은 지금 나라가 온통 편가르기에 집중되어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이 편가르기 현상은 좀처럼 치유될 수 없는 고질병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인터넷 어디를 보던 양측은 서로 자신들이 잘했으며 상대방이 나쁘다고 죽일 것처럼 대치하고 있다.
따라서 자비와 평화를 말한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우리 사회가 화해와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은 틀리지 않는다. 그런데 본인은 화해와 통합과는 거리가 먼 길로 가고 있다. 뼛속까지 공안검사라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국무총리로 지명한 그의 행위에서 화해와 통합이란 이미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유체이탈 사고의 대통령을 가진 것이 우리다.
황 후보자는 공직자로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강연을 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반복해서 ‘김대중씨’라고 호칭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투신 사건’이라고 불렀다. 이런 언어구사력을 보면 그는 자신의 승진누락에 대해 원한이 깊어 공직에 있으면서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은 사람임을 알게 한다. 국가나 조직보다 개인과 종교가 우선인 사람이다. 그런 이를 국민통합을 이끌어야 할 총리로 지명했다.
지난 23일 미디어오늘은 황교안 장관이 이슬람권인 아프가니스탄을 ‘영적으로 죽은 나라’로 폄훼하고 샘물교회 신도들을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치켜세웠다고 보도했다. 즉 황교안 후보자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기독교인은 7000명(전체 인구의 0.03%)에 불과하다, 영적으로도 죽은 나라”라고 소개했다는 것이다.
당시 황교안 후보자는 아프가니스탄을 “주님의 복음이 절대로 필요한 나라”로 규정하고 “그들은(샘물교회 신도) 영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그들을 정말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땅에 갔던 것”이라고 한 뒤 “최고의 선교는 언제나 공격적일 수밖에 없다”, “선교에는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선교 방식에 대해서도 옹호했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대리하여 외교현장에도 수시로 나가야 하는 국가 지도자다. 지금 지구촌은 무슬림 인구를 15억 명으로 추정한다. 60억 인구의 1/4이다. 거의 대부분의 무슬림 국가와 우리는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오일머니를 쥐고 있는 중동의 무슬림 국가는 우리의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국무총리가 무슬림 국가를 영적으로 죽은 나라, 주님의 복음이 필요한 나라라고 규정, 종교적 신념에 의한 ‘악의 국가’ 정도로 보고 있다면 외교는 어떻게 할 것이란 말인가?
화해와 통합은 나라 안에서도 필요하지만 나라 밖에서 더 필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황 후보자의 지명에서 보듯 입으로는 화해와 통합을 말하고 행동으로는 ‘내맘대로’다.
그러면서도 천연덕스럽게 “지금 우리는 안팎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제 재도약과 국가 혁신을 이뤄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한 뒤 “저는 불교계와 불자 여러분께서 함께 뜻을 모으고 노력해주실 때 우리 모두가 꿈꾸는 희망의 새 시대가 열릴 것으로 믿는다”면서 “부처님께서 주신 자비와 평화, 겸손과 화해의 가르침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밝은 미래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지혜와 원력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그 말을 듣는 불자들이 과연 이런 대통령의 말을 얼마나 인정하고 있을까? 또 지구촌의 무슬림 국가들은 이런 박 대통령의 말에 신뢰성을 부여했을까? 무슬림이 아니라 국내의 불교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황 후보자가 지명된 뒤 대한불교청년회(회장 전준호)와 바른불교재가모임(상임대표 우희종), 참여불교재가연대(상임대표 허태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등 불교계 단체들은 일제히 황 후보자에 대한 총리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지난 5월22일 바른불교재가연대는 “황교안 내정자는 과거 종교편향과 종교차별 발언과 행위에 대하여 사과하고 자진 사퇴하라”는 성명을 냈다.
특히 “독실한 보수 기독교 신앙을 가진 황 내정자의 종교편향성은 건강한 열린 신앙이 아니라 맹신 수준”이라며 “그가 배타적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둔 국정철학을 펼쳐 갈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황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상임대표 퇴휴스님)도 22일 ‘국민통합에 역행하는 총리지명의 철회를 요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황교안 총리 지명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이를 철회할 것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한다”고 반발했다.
대한불교청년회(회장 전준호, 이하 대불청)도 22일 ‘국론분열의 중심에 선 황교안 총리후보자의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 제하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불교계는 화해와 국민통합을 말하는 대통령에게 “그러려면 황교안을 내쳐라”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입으로는 화해와 통합을 말하고 행동으로는 ‘내맘대로’인 대통령을 둔 나라의 ‘불기 2559년 부처님오신날’에 보는 정국 기상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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