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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7일 목요일

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면 큰일 날까?

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면 큰일 날까?

윤순진 2015. 05. 07
조회수 3306 추천수 0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선 과도한 수요전망 따른 발전소 과잉 건설 그만해야
선진국처럼 전력소비 줄이면서도 서비스 유지하고 경제성장하는 길 모색해야

05286206_R_0.JPG»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4월8일 인천 웅진국 영흥화력발전소에 '침묵의 살인자 석탄발전 out'이라는 문구를 레이저로 쏘고 있다. 대규모 화력발전소와 원전 건설을 이대로 계속해야 하는지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요즘 정부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을 수립하고 있는 중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란 전기사업법 제25조에 따라 2년 단위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수립해야 하는 계획으로 전력수급의 기본방향, 전력수급의 장기전망, 전기설비 시설계획, 전력수요 관리, 그밖에 전력수급에 관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등을 담아야 한다.

사실 7차 전기본은 이미 작년 말에 발표했어야 했지만 해를 넘기고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수립되지 못하고 있다. 전기본이 이제는 발전사업자들의 발전소 건설 계획을 승인하는 절차로 이해되고 있다.
 
전기본에 반영되지 않은 설비는 건설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일단 전기본에 계획된 설비들은 지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전소를 더 지으려는 쪽이나 발전소 건설을 되도록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 모두에게 전기본은 너무나도 중요한 계획이다.
 
건설만이 아니다. 수명이 다한 발전소에 대한 폐지 계획도 담아야 하는데, 폐지되어야 할 시설에 대해 폐지 계획이 없는 경우도 문제가 된다. 수명을 연장해서 더 가동하고자 하는 쪽에서는 폐지 계획을 반영하지 않으려 하고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에서는 당연히 계획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발전설비만이 아니라 갈수록 사회갈등의 대상이 되고 있는 송변전 설비에 대한 계획도 세워야 한다. 향후 15년간의 전력 관련 설비들에 대한 계획이 모두 담겨 있는 만큼 매번 전기본의 수립을 둘러싸고 갈등과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05112883_R_0.JPG» 대규모 발전시설은 고압 송전탑 건설을 불러 농민과 지역사회 파괴로 이어진다. 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 전력수요는 예외 없이 증가한다?

전기본은 어떻게 수립되는가? 일단 전력 수요가 어떻게 변화될지 전망한다. 그 다음으로는 발전시설이 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충분한지 또는 얼마나 더 필요한지 살피고 발전사업자의 의향서를 몇몇 기준을 가지고 평가해서 그 기준을 충족시키면 적당한 예비율을 만족하는 규모로 발전소 건설 계획을 반영한다.
 
그리고 생산된 전력이 소비지로 전달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송배전 설비에 대한 계획도 세운다. 이제껏 전기본은 이런 틀거리로 수립되었다.
 
이러한 얼개는 언뜻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편리하고 안락한 삶을 구가하면서 산업활동을 비롯한 경제활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게 필수적이, 경제가 성장하고 삶의 질이 높아지려면 더욱더 많은 전력이 소비되는 건 당연한 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껏 한 번의 예외 없이 우리나라의 전력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었고 그 결과 그러한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떤 설비를 얼마만큼 건설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 전기본의 주요 작업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전력 소비는 정말 그렇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걸까? 나아가 그렇게 전력 설비를 끊임없이 늘려가는 건 언제까지 가능한 것일까?
 
전력 관련 설비를 건설하고 유지·운영하는 데, 또 운전 이후 발생하는 다양한 부산물을 처리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우리는 굳이 이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시설 입지를 둘러싸고 상당한 사회갈등이 야기되고 발전과 송·배전 과정이나 운전 이후 과정에서 다양한 환경오염 문제가 일어나기 때문에 전력 관련 시설에 대한 규모와 내용을 결정하는 전기본은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된다.
 
■ 2020년이면 노는 발전설비 30%

05199342_R_0.JPG» 전력수요 증가는 핵발전소 증설을 불러 안전 우려를 낳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들과 간사들이 지난해 전남 영암군 홍농읍 한빛핵발전소 앞에서 '부실부품을 사용하는 원전 3, 4호기 정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영광/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부는 2013년 2월 발표한 6차 전기본(2013~2027)에서 2013년부터 2027년까지 전력 수요가 연평균 3.5%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즉, 2013년 48만5428GWh(기가와트시)인 전력 소비량이 2027년이 되면 77만1364GWh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는 그나마 수요관리를 통해 전력소비량을 15%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래서 이런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핵발전소를 11기 더 짓고 석탄화력발전소 27기와 LNG 발전소를 23기 더 짓는 것으로 계획하였다(<표 1>참고). 2012년 말 우리나라의 총 발전설비는 8만5800MW(메가와트)였는데 여기에 2027년까지 15년 동안 8만7363MW를 추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런 건설 계획이 그대로 이행되면 2020년과 2021년에는 전력 예비율이 무려 30%에 육박하게 된다. 전력을 생산해서 30%를 그대로 버리는 것이다.

<표 1> 제6차 전기본의 확정설비와 계획반영 발전설비 종합
구 분
원 전
석 탄
LNG
신재생․집단
확정
설비
확정
반영
신고리#3 (‘13.12) 1400
#4 (‘14. 9) 1400
#5 (‘19.12) 1400
#6 (‘20.12) 1400
#7 (‘23.12) 1500
#8 (‘24.12) 1500
신울진#1 (‘17. 4) 1400
#2 (‘18. 4) 1400
#3 (‘21. 6) 1400
#4 (‘22. 6) 1400
신월성#2 (‘13.10) 1000
영 흥 #5 (‘14. 6) 870
#6 (‘14.12) 870
당 진 #9 (‘15.12) 1020
#10(‘16. 6) 1020
삼 척 #1 (‘15.12) 1000
#2 (‘16. 6) 1000
북 평 #1 (‘16. 2) 595
#2 (‘16. 6) 595
태 안 #9 (‘16. 6) 1050
#10(‘16.12) 1050
여 수 #1 (‘16. 2) 350
동부그린 #1 (‘16. 6) 550
#2 (‘16.12) 550
신 보 령 #1 (‘16. 6) 1000
#2 (‘17. 6) 1000
당진복합 #3 (‘13. 8) 373
율촌복합#2GT (13. 7) 590
ST (14. 7) 295
신울산복합GT (13. 7) 581
ST (14. 7) 291
신평택복합GT (13. 7) 631
ST (14.11) 316
안동복합 (‘14. 3) 400
안산복합 (‘14.10) 834
포천복합 #1 (‘14. 5)725
#2 (‘14.11) 725
포스코복합#7 (‘14. 7) 382
#8 (‘14.12) 382
#9 (‘15. 3) 382
동두천복합#1(‘14.12) 858
#2 (‘14.12) 858
장문복합 #1 (‘15. 3)900
#2 (‘15. 6) 900
서울복합 #1 (‘16. 9)400
#2 (‘16. 9) 400
신재생 27,929
집 단 4,665
도서 26
폐지 -8,123
도서폐지-12
15,200 (11기)
12,520 (15기)
11,223 (17기)
32,620
71,563
(63,428)
평가
반영
적정
규모
영덕#1 1500
영덕#2 1500
영덕#3 1500
영 흥 #7 (‘18.12) 870
#8 (‘19. 6) 870
신 서 천 #1 (‘18.12) 500
#2 (‘19. 6) 500
NSP IPP #1 (‘18.10) 1000
#2 (‘19. 4) 1000
G프로젝트#1 (‘19. 4) 1000
#2 (‘19.10) 1000
동양파워 #1 (‘19.12) 1000
#2 (‘21. 7) 1000
당진복합 #5 (‘15.12) 950
영남복합 (‘16. 6) 400
대우포천 #1 (‘16.10) 940
여주복합 (‘17. 6) 950


불확실
대 응
7500(5기)
동부하슬라#1 (‘19.12) 1000
#2 (‘20. 6) 1000
신평택3단계 (‘17.11) 900
통영복합 #1 (‘17.12) 920


소계
8기
10,740 (12기)
5,060 (6기)

15,800
반영 합계
15,200 (11기)
23,260 (27기)
16,283 (23기)
32,620
87,363
(79,228)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2013,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3~2027)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지금도 국토 면적에 비해 너무나 많은 발전소가 있다. 핵발전소는 이미 가동 중인 23기의 원자로 외에 건설 확정 설비 11기를 합하면 무려 1만5200MW에 달한다.
 
그뿐이 아니다. 6차 전기본에서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 폭발사고 후 핵발전에 대한 수용성이 낮아지자 11기 이외 원자로에 대해서는 보류하는 입장을 취했으나 2014년 1월에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2035년까지 발전 시설 용량의 29%를 핵발전으로 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추가로 8기를 더 지을 계획으로 보인다(에너지관리공단, 2014: 384).
 
■ 세계 최고의 핵발전소 인구밀도
 
<표 2>에 보인 것처럼 현재로서도 우리나라의 핵발전 능력은 세계적이다. 시설용량과 핵반응로(원자로) 수로 세계 6위, 건설 중인 핵반응로 수와 핵발전량, (핵발전 10대 국가들 중에서) 발전량 중 핵발전 비중으로 세계 4위에다 핵발전 밀집도로는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좁은 국토에 위험시설인 핵발전소를 조밀하게 입지하고 있는 것이다. 핵 밀집도가 한국보다 낮은 세계 주요 핵발전 국가가 핵발전 확대계획을 하고 있지 않은 데 비해 우리나라는 이미 조밀한데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05206559_R_0.JPG» 계획 중인 것까지 포함해 12기의 원자로가 들어설 고리 원전 전경. 사진=류이근 기자
 
또한 고리원전은 핵발전 주변지역 인구가 340만 명에 달해서 세계적인 인구밀집 핵발전소로 꼽힌다. 그런 인구조밀지역에 건설 확정된 원자로가 모두 가동되면 신고리 원전과 합해서 모두 12기 원자로가 들어서게 된다.

<표 2> 세계 핵발전 대국

1위
2위
3위
4위
5위
6위
세계
시설 용량
(GWe)*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중국
한국
380.8
98.8
63.1
40.5
25.3
23.1
21.7
437
핵반응로 수
(기)*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중국
한국
99
58
43
34
26
24
76.3(72)
건설 중
핵반응로
(GW(기))*
중국
러시아
미국
한국
인도
UAE
25.2(23)
8.0(9)
6.0(5)
5.6(4)
4.3(6)
4.2(3)
2,461
핵발전량
(TWh)**
미국
프랑스
러시아
한국
독일
중국
801
425
178
150
99
97
10.9
발전량 중
핵발전 비중(%)**
프랑스
우크라이나
스웨덴
한국
영국
미국
76.1
45.4
38.5
28.3
19.5
18.8
-
핵발전 밀집도
(kW/km2)**
한국
벨기에
대만
일본
프랑스
스위스
207.3
194.3
139.8
117.0
115.3
78.8
주: * 2015년 4월 현재; ** 2012년 실적치
자료: World Nuclear Association 홈페이지; IEA, 2014, Kwy World Energy Statistics 2014.


 
사실 핵발전만이 아니다. 2014년 현재 석탄화력발전 설비 규모는 2만6274MW에 달한다. 2014년 5월1일 준공식을 한 영흥화력발전 5,6호기를 합하면 2만8014MW이다.
 
이는 핵발전 용량 2만716MW보다 더 크다. 그런데 앞으로 2027년까지 2만3360MW(영흥화력 5,6호기를 빼면 2만1620MW)를 더 건설할 계획이다.
 
부산시 기장군과 울산시 울주군, 경주시 양남면과 양북면, 울진군 북면, 영광군 홍농읍 등 다수의 핵반응로가 소수의 핵발전소에 입지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석탄화력발전 또한 소수의 지역에 집중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충남 당진의 경우 현재 5800MW 규모의 화력발전 설비가 가동 중에 있으며 향후 4117MW가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이렇듯 소수 지역에 대규모 핵발전시설과 석탄화력 발전시설을 배치해 발전을 하게 되면 멀리 떨어진 소비지까지 송전을 해야 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송전선로가 지나는 지역의 평화는 깨지게 되고 다시금 사회갈등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 세계 최고의 전력소비 증가 추세
 
왜 우리는 자꾸만 발전소를 지어야 하는 걸까? 우리에게 정말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한 걸까? 무엇을 위해 왜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한 걸까?
 
그간 우리나라의 전력 소비는 <그림 1>에서 알 수 있듯이 빠르게 늘어났는데 소득이나 에너지 소비 증가보다도 더 빠르게 늘어났다.
 
1990년에 비해 2013년 GDP와 에너지 소비가 각각 3.1배와 3배 증가한 사이 전력 소비는 무려 5배나 증가하였다. 인구당 증가도 마찬가지도 전력이 빠르게 늘어났다. 1인당 GDP와 1인당 에너지가 각각 3배, 2.6배 증가한 사이 1인당 전력소비는 4.3배 증가하였다.

<그림 1> GDP와 에너지, 전력 소비의 증가 추세 
그래프.jpg» 자료: 에너지경제연구원, 2014, 2014 에너지통계연보; 에너지경제연구원, 2014, 자주 찾는 에너지 통계 재구성

이러한 전력소비 증가 추세는 세계 주요 국가와 비교해 봐도 눈에 띄게 빠른 편이다. <그림 2>에 제시한 국가들은 우리나라보다 GDP가 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연료연소에 기인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 높은 국가들이다.
 
이 국가들 중 우리나라보다 1인당 전력 소비량이 많은 국가는 미국밖에 없다. 게다가 미국은 1인당 전력소비가 정점을 찍고 정체와 감소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 외 OECD 국가들은 모두 1인당 전력 소비가 정체 국면을 거쳐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심지어 우리나라와 같은 정도의 1인당 전력 소비를 보인 적도 없다. OECD 이외의 국가들 중 우리나라보다 GDP(구매력지수로 평가한 GDP)와 CO2 배출량이 더 높은 국가들에는 중국과 인도, 러시아가 있다.
 
중국과 인도는 한국처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상승세가 오히려 완만하며 한국의 1인당 전력소비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편이다. 러시아의 경우 경제침체로 소비량이 줄었다가 최근 들어 상승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보다 상당히 낮은 편이며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도 않다.

■ 전기를 쓰면서 발전소 건설에 반대하지 말라고?

<그림 2> 주요국의 1인당 전력 소비량 추세

그래프2.jpg» 주: 국가명 옆의 숫자는 각 국가의 2011년 1인당 전력소비량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지속적으로 전력소비를 늘려가는 것이 적절하고 온당한 것일까? 체르노빌사고와 후쿠시마 사고는 핵발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핵발전 기술은 인간이 온전히 통제할 수 없으며 인간 자체가 실수로부터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기에 인간의 개입과 판단이 파국적 결과를 가져올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 또한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기후변화 위험은 CO2의 주요 배출원인 화석연료의 절제되지 않은 연소가 더 이상 용납되기 어려움을 드러낸다.
 
<그림 2>에서 알 수 있듯이 전력 소비가 늘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경제성장을 할 수 있는데도 여전히 우리는 전력소비에 대한 맹신 또는 신화에 사로잡혀 있다. 그렇기에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2014년 11월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핵발전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26.2%에 지나지 않는데도 81.7%의 응답자들이 핵발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핵발전은 물론이고 대규모 석탄화력발전도 이제 더 늘리는 것은 우리 사회나 지구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탈핵을 해야 한다거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을 향해 혹자는 말한다, 당신은 전기를 쓰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런 질문은 부적절하다. 이미 우리는 넘치도록 많은 전기를 쓰고 있고 지금의 발전시설로도 충분히 이제까지의 에너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에너지 자체가 아니라 에너지가 우리에게 해주는 일, 에너지 서비스이다. 취사와 조명, 냉·난방, 이동과 수송, 기기의 작동, 통신 등 에너지는 이러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활동이 바로 에너지가 우리에게 제공해 주는 서비스이다.
 
에너지 서비스는 에너지 투입을 늘림으로써만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동일한 서비스라 하더라도 효율기술을 통해 투입 에너지량을 줄일 수 있으며 소비를 줄이게 되면 그만큼 생산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를 네가와트(Negawatt)라 부른다.
 
현재 서울을 비롯해서 전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 중인 절전소 운동이 바로 네가와트적 접근이다. 전력을 쓴다면 발전소의 추가 건설에 반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앞서의 반발로 다시 돌아가 이렇게 말해 줄 수 있다, 발전소를 더 짓지 않는다고 냉방을 못하게 되지 않으며 전력소비를 통해서만 냉방효과가 제공되는 것도 아니라고.

05307082_R_0.jpg»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 물순환 엑스포에서 태양광을 이용해 자체 전력생산과 빗물을 이용한 식수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빗물 식수 저장 탱크 및 태양광 발전 전력저장 하이브리드 시스템 '레인솔라퓨리'가 전시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티앤씨코리아가 2013년 독일 리쿠텍 사로부터 도입한 제조기술을 기본으로 물탱크 위에 태양광 패널을 양날개 형으로 장착해 빗물 집수 및 정수장치를 자체 가동시키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의 발전설비로도 이제까지처럼 에어컨을 켤 수 있고 이제 노력해서 전력 투입이 적은 에어컨을 생산하거나 주택의 단열을 높여 냉방수요를 줄이게 되면 그만큼의 발전소는 필요 없어진다고.
 
그리고 스스로 에너지 생산자가 되어 아파트 베란다에 미니 태양광을 달거나 옥상과 지붕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간다면. 더는 발전소를 짓지 않아도, 나아가 조금씩 줄여나가도 우리 삶의 질은 떨어지지 않는다고.
 
■ 전력 26% 소비하는 3대 업종, GDP 생산은 9% 그쳐
 
문제는 산업용과 상업용 전력이다. 2013년 현재 가정용 전력 소비는 6만3970GWh로 총 전력 소비의 13.5%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용은 54.0%, 상업용은 27.8%를 차지하고 있어 비중에서도 엄청날 뿐 아니라 소비 증가 속도 또한 빠르다.
 
가정용 전력 소비는 1990년부터 2013년까지 3.6배 늘어난 데 비해 산업용 전력 보시는 4.3배, 상업용은 10.1배나 늘었다.

<그림 3> 3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전력 소비와 GDP 비중 변화

그래프3.jpg» 자료: 에너지경제연구원, 2014, 자주 찾는 에너지 통계 재구성
 
특히 높은 소비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부문의 전력 소비가 문제다. 산업부문에서도 제조업의 최종에너지나 전력 소비 비중이 높은데 이 가운데서도 소위 3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라 불리는 석유화학, 비금속(요업), 1차 금속의 에너지 소비가 문제다.
 
<그림 4>를 보면, 3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은 우리나라 전체 전력 소비의 25.5%, 제조업 부문 전력 소비의 45.3%를 차지한다. 하지만 3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은 전체 GDP의 8.9%, 제조업 부문에서 생산하는 GDP의 23.1%를 차지할 뿐이다.
 
즉, 소비하는 전력에 비해 GDP 생산 기여는 상대적으로 낮다. 제조업 부문에서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전력소비 비중이 1990년에 비해 1.8%포인트 감소한 데 비해 제조업 내 GDP 비중은 같은 기간 10.2%포인트나 감소하였다.
 
그만큼 전력소비를 통한 GDP 기여도가 상당히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낮은 전력요금으로 이런 에너지 다소비 업종을 유지하는 것은 국민 경제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림 4> 3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전력 소비와 GDP 비중 변화

그래프4.jpg» 자료: 에너지경제연구원, 2014, 2014 에너지통계연보; 에너지경제연구원, 2014, 자주 찾는 에너지 통계 재구성
 
이제 전기본은 새로운 방식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전력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전력을 안정적으로 풍부하게 공급해야 한다는 생각은 더는 용납되기 어려운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이제부터라도 발상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 후쿠시마 핵발전 참사에서 교훈을 찾아야 하고 깊어 가는 기후위험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월성1호기가 정지된 상태에서도 전력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고 2014년 전력 소비 증가율이 0.6%였을 정도로 우리의 전력 소비 증가도 둔화하고 있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지금 우리가 마주한 핵발전 위험과 기후위험은 핵발전소나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짓는 지금의 접근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을 높이며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려가는 것이 답이다. 세계는 이미 그 길로 접어들고 있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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