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살지 않고 다른 나라에 사는 것인가.
윤 대통령이 지난 29일 국정브리핑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 공백 우려에 관한 질문에 “비상진료체계는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라며 “의료 현장을 한 번 가 보시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라고 답해 국민이 느끼는 의료 대란과 동떨어진 말을 했다.
국힘당 지지자조차도 윤 대통령의 발언에 어이없어하고 있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대통령. 의료가 붕괴되면 곧 정권도 붕괴될 것이다.”
“김건희 여사가 응급실 의료 뺑뺑이를 당했다면 윤 대통령이 응급 의료체계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국민은 응급실 의료 뺑뺑이를 당해서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인데 잘 돌아가고 있다고?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
“국민이 의대 증원을 지지해서 (증원을) 한다며 근데 대통령 지지율은 왜 급락하는가? 기가, 기가 막히네.”
묵묵히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사도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3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이 되고 있는지 딱 2시간만 와서 보면 엄청나게 문제가 있고, 사람들이 대단히 많은 불편을 겪고 있고, 실제로 사람들이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지를 아실 수 있을 것”이라며 “현실과 너무 괴리가 심한 발언”이라고 윤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의대 정원 2천 명 증가로 촉발된 의료 대란은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 정부나 의사 단체 모두 한쪽이 완전히 무릎을 꿇을 때까지 버티겠다는 태도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증가에 항의하며 약 12,000명의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체 전공의의 약 90%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이로 인해 병원 내 응급실 운영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으며, 중증 환자들이 적시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암 환자들은 최소한 2박 3일 동안 입원해 받던 항암 치료를 반나절 만에 받고 곧바로 집으로 가야 한다. 암 환자는 집에서 항암 치료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해지면 다시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고 있다. 암 환자들이 며칠간 병원에 출퇴근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란 말이 나왔다. 응급실 뺑뺑이란 응급실에 응급환자를 처치할 의료 인력이 없거나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 구급차의 1차 이송으로 병원에 들어가지 못하고 2, 3차 재이송하는 것을 말한다.
응급실 뺑뺑이로 피해를 보는 국민이 늘고 있다.
만삭 산모가 응급 분만을 할 병원을 찾지 못해 헤매다 결국 구급차 안에서 출산하는 일이 발생했다. 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5시 17분께 충남 서산에서 진통을 느낀 산모 ㄱ 씨가 근처 병원 응급실을 찾았으나 응급 분만을 담당할 의사가 없었다. 소방 당국이 서산과 가까운 지역 병원 4곳을 물색했지만 당장 수술할 의사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 후 약 30분 뒤 서산과 100킬로미터 떨어진 경기도 수원의 한 종합병원에서 응급 분만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산모 ㄱ 씨의 출산이 임박한 상황이라 구급대원들은 결국 응급 분만을 결정했고 ㄱ 씨는 오전 6시 14분께 구급차 안에서 출산하게 됐다. 다행히 산모와 아이는 건강한 상태라고 한다.
만삭 산모가 구급차 안에서 출산한 일은 더 있었다. 지난 15일 충청북도 음성군에 사는 산모 ㄴ 씨도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출산했다.
지난 27일에는 뇌 혈전이 의심되는 중학생이 응급실을 찾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부산 영도구에 사는 ㄷ 씨의 아들은 뇌 혈전이 의심된다는 영도구의 ㄹ 병원의 소견을 받았다. 상급 병원으로 옮기려 했으나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ㄷ 씨는 “아들이 소아 신경외과 의료진에게 진료받아야 했는데 인근 대학병원은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라며 “광역응급의료 상황실을 통해 서울에 있는 병원까지 수소문했지만 이송이 안 됐다”라고 토로했다.
ㄷ 씨의 아들은 결국 12시간 동안 ㄹ 병원 응급실에서 대기하다가 다음 날인 28일 오전 9시가 넘어서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의 중환자실에 외래로 들어갔다.
ㄷ 씨는 “현실이 개탄스럽고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응급실을 찾지 못해 목숨을 잃는 경우도 발생했다.
30일 국회에서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의료대란특위)와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응급실 뺑뺑이’ 응급의료 비상사태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 자리에서 김상현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구급국장은 119구급대 재이송 중 심정지가 여러 차례 발생한 환자 등 현장 영상을 보여주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김 국장은 “(영상 속 환자는) 처음에 2차 병원을 갔는데 못 받겠다고 해서 3차 병원을 갔는데 전화를 안 받고, 몇 번이나 요청했는데도 50분 동안 현장에 계시다가 심정지가 왔다”라고 말했다.
7월 27일에는 부산 북구에서 야외 작업을 하던 40대 남성 ㅂ 씨가 열사병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는데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했다. 당시 119구급대가 출동해 부산지역 응급센터 10여 곳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으나 거절당했다. 결국 ㅂ 씨는 신고 1시간 30여 분 만에 울산의 한 병원에 심정지 상태로 도착했으나 치료를 받다가 며칠 후 숨졌다.
서울의 119구급대원은 한국일보에 “환자 한 명을 이송하기 위해 병원 예닐곱 군데 전화를 돌리는 건 기본이다. 응급실 뺑뺑이가 아니라 ‘전화 뺑뺑이’ 하느라 나가떨어질 것 같다. 가까운 대학병원에서 안 받아줘 서울 강남에서 경기 의정부까지 간 적도 있다. 매 순간 피가 마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사태가 더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응급실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워 세브란스병원은 성인·소아 외상 환자 등을 수용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은 인력 부족으로 정형외과 응급 수술과 입원을 할 수 없으며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은 혈액 내과 신규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그나마 응급실을 지키던 전문의들도 병원을 떠나고 있다.
김윤 민주당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 내 의사의 분기별 근무 현황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4분기 기준 910명이던 의사 수는 올해 8월 21일 기준 513명으로 43%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티던 응급실 전문의들도 올해 3분기부터 병원을 떠나고 있다.
그래서 몇몇 대학병원은 응급실 운영을 제한할 계획이다. 세종충남대병원은 9월부터 응급실 야간 진료를 제한하기로 했다. 아주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매주 수요일 문을 닫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국민이 죽어가는 상황인데도 자화자찬하고 있다.
29일 저녁 국정브리핑을 마치고 윤 대통령이 참모진과 회의 겸 만찬을 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실 참모들이 “국민으로부터 그간 몰랐던 윤석열 정부의 업적, 의대 증원의 필요성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는 피드백이 있다”라고 보고했다고 한다.
도대체 누가 이런 황당한 보고를 했는지 의문이다.
지난 총선 시기 국민은 물가가 올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윤 대통령이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무능으로 분노한 민심에 불을 질렀다.
이번 윤 대통령의 발언도 대파 논란처럼 들끓는 민심에 불을 지른 격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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