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는 20일(아래 현지 시각)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위협에 초점을 맞춘 비밀 핵전략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대략 4년마다 갱신되는 ‘핵사용 지침’은 극비 문서라서 전자문서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극소수 국가안보 관계자와 미 국방부의 지휘관들에게만 종이 문서로 배포된다.
미국 정부는 이 지침에 관해 밝힌 적이 없으며 뉴욕타임스는 두 명의 고위 관리 발언을 통해 지침의 존재와 그 내용을 추정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토대로 11월 미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불과 3년 전보다 훨씬 불안정한 핵위협에 시달릴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변화한 핵환경으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높아진 점 ▲중국의 핵무기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점 ▲북한 핵무기의 성격이 바뀔 정도로 늘어난 점 등을 꼽았다.
특히 북한 핵무기의 성격 변화에 관해 과거에는 미국이 미사일 방어로 북한 핵미사일을 막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북한 핵미사일이 너무 많아서 막을 수 없다고 하였다.
미국은 북한이 “현재 60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산”하면서 “이론상 모스크바, 베이징과 위협을 조율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많다”라고 하였다.
뉴욕타임스가 참고한 고위 관리 가운데 한 명은 비핀 나랑(Vipin Narang) 국방부 수석차관보 겸 우주 정책 담당 차관보 대행이다.
그는 강연에서 “올해는 금세기 미국 핵 정책에 있어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고 회고하면서 “이제 우리는 새로운 핵 시대에 이르렀다”라고 선언했다.
특히 그는 “핵, 탄도미사일, 재래식 무기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다양화하며 개선하는 북한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의 핵위협에 관해서도 이야기했지만 유독 북한에 관해서는 ‘잠을 잘 수 없다’며 감정적인 표현을 썼다.
그는 북한이 미국과 지역 동맹국인 한국, 일본에 ‘억제 딜레마’를 준다고 하였다.
즉, 북한을 억제하려고 핵위협을 높이면 그것을 이유로 북한이 핵능력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이든 정부가 “전제 조건 없이 북한에 회담을 제안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지만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북핵 문제를 풀 길이 없어 답답한 마음을 토로한 것이다.
그는 러시아의 핵위협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며 위협하였는데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당시 바이든 대통령과 보좌관들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보았다고 한다.
또 그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탑재한 인공위성을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공위성 궤도에서 핵무기가 터지면 전 세계 인공위성이 모두 사라지며 재앙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물론 러시아는 이런 계획을 공개한 적도, 시인한 적도 없으며 우주 공간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1967년 발효된 우주조약 위반이다.
그는 러시아의 적극적인 핵무기 정책과 함께 중국의 비약적인 핵무기 강화도 새로운 위협으로 꼽았다.
그는 2021년 중국 서부에서 건설 중인 수백 개의 새로운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발견했으며 중국이 2030년까지 1천 개 이상의 핵탄두를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가 무기급 핵물질을 중국에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중국과 핵무기와 관련한 협정을 맺은 게 없기 때문에 중국의 핵능력 강화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
미국은 이 문제를 협의하자고 중국에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중국은 모두 무시하였다.
그는 대책으로 ▲현재 핵무기 현대화 계획으로는 부족하며 더 투자해야 한다 ▲동맹국, 협력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나토와 인도-태평양의 확장억제를 강화한다 ▲차세대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세 가지 내용을 제시했다.
또 미국이 북·중·러에 맞서 추진하는 몇 가지 핵무기 개발 계획을 소개했다.
여기에는 ▲핵폭탄 B61-12의 개량형인 B61-13 개발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의 가용성 확장 ▲해상 발사 핵 탑재 순항미사일 개발 ▲차세대 대륙간 탄도미사일 센티넬 개발 ▲핵 지휘·통제·통신(NC3) 현대화 등이 들어간다.
뉴욕타임스 보도와 비핀 나랑 수석차관보의 강연을 통해 미국이 북·중·러의 핵능력 강화에 상당히 긴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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