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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20일 수요일

DDT에서 비스페놀A까지...유해화학물질의 역사

이동수 2018.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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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674 추천수 1
합성화확물질 전 세계 수십만종, 당장 유용성만 믿다가는 '뒤탈'
급성독성 더해 미묘한 장기 영향 포함한 만성적 건강영향 검토 필요

00989623_P_0.JPG» 유해화학물질의 위협을 경고한 책 '침묵의 봄'을 쓴 레이철 카슨. 이 책은 1962년 나왔지만 아직도 이 땅에서 검출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유해물질 사망자 연 600만명

우리는 지금 유해화학물질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로 인한 각종 피해로 신경이 곤두서서 케모포비아(chemophobia)란 단어도 유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얼마 전에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수천명에 이르는 사상자가 발생했고 구미불산 같은 각종 사고가 반복되고 있어서 인명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외국에서도 1984년에 일어난 인도의 보팔사고는 전체 500,000명이 넘는 피해를 발생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즉각적인 사망자만도 수천명에 이르는 피해자의 정확한 숫자는 아직까지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런 국내외의 사고는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므로 지나치게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 보면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가 드문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공식적으로 신고 된 국내의 화학사고 건수가 해마다 100여건을 넘나들고 있다. 신고 되지 않은 사고의 수까지 감안하면 어림잡아 하루나 이틀에 한번은 국내 어디선가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난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사고로 누출된 화학물질에 의해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되는 것은 생산과정에서 그만큼 유해한 화학물질이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유해한 화학물질들은 전체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우리가 소비하는 최종 생산물이 가진 유해성이 원인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일반 시민을 케모포비아로 만드는 것은 화학사고라기 보다는 이 소비제품 속의 유해화학물질이다. 

종종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는 즉각적으로 알기 어렵고 인과관계는 흐릿하며 종종 그 가능성만 언급되기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한 방법을 분명히 알지 못하는 개개인으로서는 걱정과 불안만 키우게 된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최근 유해물질에 의한 지구 전체 사망자 규모는 연간 60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는 눈에 띠는 사고보다 생활화학제품이나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규모가 훨씬 크고 심각하다는 점을 나타낸다. 더불어 생태계 피해도 수많은 개별적 사례가 보고되고 있어 심각성을 실감하게 하지만 전체적인 피해의 규모에 대해서는 어림잡은 통계도 찾기 힘들다.       

유해화학물질이 정작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는 똑 부러지게 설명하기 쉽지 않다. 국내에서 유해화학물질의 관리를 위한 법적 의미는 화학물질관리법에 정의되어 있으나 일상적 맥락에서 우리가 알고 싶은 내용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내용이 많다. 여기서는 좀 더 일반적으로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그 “정체와 역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05818961_P_0.JPG» 지난해 8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제6주기 가습기살균제피해자 추모대회’에서 피해자와 가족들이 피해자결의문을 함께 낭독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유해물질과 유해화학물질

우선 구분해서 볼 것은 유해물질과 유해화학물질의 차이이다. 어떤 물질이든 화학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유해물질과 유해화학물질이 꼭 구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화학물질이라고 부를 때는 대체로 용도가 있어서 의도적으로 생산된 물질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유해화학물질은 당연하게도 의도적으로 생산된 화학물질 중 사람과 생태계에 해가 될 수 있는 화학물질을 말한다. 반면 유해물질은 유해화학물질을 포함하여 일부러 만든 것은 아니지만 뜻하지 않게 생겨난 유해한 부산물까지 가리킨다. 따라서 독성이 있는 농약은 유해화학물질이 될 수도 있으며, 자동차 배기가스의 검댕이는 유해물질이라 부른다. 그런데 농약은 맥락에 따라서 유해물질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보통 배기가스 검댕이를 유해화학물질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쓸모가 있어서 만든 화학물질이 왜 유해화학물질이 되기도 하는 것일까? 쓸모가 있어서 만들었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해로운 부작용을 예측하지 못했거나 검증하는데 소홀했기 때문에 그 부작용이 유용성 못지않게 크다면 유해화학물질이라고 불린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지난 수십여년 동안 화학물질의 유용성만 보고 널리 사용하다가 나중에 드러난 심각한 악영향 때문에 큰 충격을 받는 경험을 반복해 왔다.

유해화학물질은 물론 화학물질이다. 현대에 사용되고 있는 화학물질의 수는 정확히 모르나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 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수만 종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화학물질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화학물질의 인공적 합성기술의 발달 덕분이다. 즉 주로 천연물에 의존하던 시기에서 벗어나 19세기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화학물질 합성기술이 20세기에 들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며 특히 1940년대에 이르러 탄소를 뼈대로 하는 합성유기화학기술은 주로 석유를 출발물질로 삼아 그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구조의 화학물질을 다수 생산해 냈다. 

처음엔 '안전한 농약'이던 디디티

DDT_WWII_soldier.jpg» 이를 방제하기 위해 병사의 몸에 디디티를 뿌리는 모습. 디디티는 기존 살충제보다 안전한 화학물질로 각광을 받았다. 미국질병통제본부(CDC),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 가운데 유해화학물질과 관련하여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값싸고 효과적인 농약류 화학물질의 생산과 사용이다. 오늘날 웬만한 이는 들어 봤을법한 DDT를 비롯하여 악명 높은 유기염소계 농약류(organochlorine pesticides)가 이 시기부터 대량 생산되어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DDT의 경우 사실 1874년에 처음 만들어졌지만 1939년 스위스의 화학자 뮐러(Paul Hermann Müller)에 의해 뛰어난 살충효과가 발견되고 대량생산과 사용이 시작된 것은 1940년대 중반 이후이다. 

농약을 포함한 유기염소계 화합물의 사용과 그로 인한 충격적인 피해 사례는 비록 수십년 전에 시작된 일이지만 그 이후 오늘날까지 계속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다른 종류의 유해화학물질의 사용과 피해의 특성까지 잘 나타내 주는 대표적 사례이므로 조금 상세히 소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당시 새로운 합성농약들의 효과에 열광한 나머지 무분별한 사용이 20여년간 지속되다가 1962년 레이첼 카슨의 저서 “침묵의 봄”에서 그 충격적인 악영향이 고발되었다. 그에 따르면 이미 그 전부터 사람과 생태계에 악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유기염소계 농약과의 관련성에 별로 주목을 하지 않았으며 레이첼 카슨의 경고 이후 1970년대 초반에 여러 개발국에서 DDT의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아직까지도 그 사용이 완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9년 사용이 금지됐는데 거의 40년이 지난 2017년 여름에 경북지역에서 생산된 달걀에서 검출이 돼 사람들을 놀래키기도 했다.   

유기염소계 농약류는 그 악영향이 모두 똑같진 않지만 공통적으로 암을 유발시키고, 대부분 환경호르몬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조산, 유산, 기형아 출산, 정자 감소, 임신기간과 유아기의 갑상선 기능 이상, 월경불순, 임신기간과 산모의 젖 분비기간의 교란, 이른 젖떼기 등 특히 생식과 관련된 여러 비정상적 증상을 사람에게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이와 같은 악영향들은 대체로 만성적이어서 이상 현상이 몇년에서 몇십년 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그 원인으로 지목되기 어렵다. 더욱이 사람이 중독으로 죽거나 쓰러지는 것처럼 쉽게 눈에 띠는 급성독성은 그 이전에 사용되던 농약(예: 비소계 화합물)보다 약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무분별한 남용은 더욱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유기염소계 농약류가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정말 심각하다. 사람에게 일으키는 악영향과 비슷한 이상증상을 일으키며 환경호르몬으로서 특히 생식 관련 악영향의 수많은 사례가 실험실과 야생에서 관측되었다. 사실 야생에서 면역력 약화로 인한 질병의 확산, 개체수의 급격한 감소와 생식관련 이상행동 등이 있다는 사실은 꾸준히 보고되어 왔지만 그 원인을 모르다가 1996년 테오 콜본(Theo Colborn)의 저서 “도둑맞은 미래”에서 제시된 유해화학물질 원인설 이후 그 주장이 과학적 연구를 통해 광범위하게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확인이 처음에는 얼마나 쉽지 않았을 것인지는 새의 알껍질이 얇아지는 현상을 보면 느낄 수 있다. DDT와 그 분해산물(DDE, DDD)이 몸속에 축적된 여러 종류의 새, 특히 독수리와 매, 물새 등 육식조류는 껍질이 정상보다 10%~30% 정도 얇은 알을 낳게 되며 이런 알은 상대적으로 깨지기 쉽기 때문에 부화에 이르지 못해서 다음 세대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어미 새들은 겉보기에 멀쩡한데 갑자기 다음 세대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을 때 그 원인이 얇아진 알껍질이라는데 생각이 미치고 그를 확인해 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그게 DDT와 분해산물 때문에 시작된 것이라는 것을 알아내기는 더 어려웠을 것이다.

유기염소계농약류 사례에서 엿볼 수 있듯이 전에는 사람이 죽거나 중독돼서 금방 쓰러지거나 하는 급성독성이 없으면 괜찮은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유해화학물질은 남용에 따른 사람과 생태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깨닫는데 20년 이상이 걸렸으며 70여년이 지난 아직도 그 후유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비슷한 경험은 다른 화학물질의 경우에도 여러 차례 반복됐다. 

뛰어난 안정성 지닌 피시비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는 PCBs (ploychlorinated biphenyls)는 산업용 유기염소계 화합물로서 그 화학적 안정성 때문에 1930년경부터 절연유를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용도에 엄청난 양이 사용됐다. 처음에는 무해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30여년 후 1960년대에 그 악영향이 본격적으로 확인되면서 1970년대 후반에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됐다. 그러나 뛰어난 화학적인 안정성 때문에 오래된 제품 속에서는 여전히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PCBs는 사람에게 다양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발암물질이며, 호르몬체계를 교란 시키고 성, 골격, 인지능력을 포함하여 정신적 발달을 저하시킨다. 그 밖에도 간, 피부 독성이 있으며, 피로감, 두통, 기침을 유발한다. 이러한 유해성은 실험실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1968년 일본의 유쇼사건(Yusho)과 1979년 대만의 쌀겨기름오염사건에서 사망을 포함하여 각각 2000여명의 피해에서도 확인됐다. 사용이 금지된 지 거의 30년이 지난 1999년 벨기에의 닭과 계란에서 고농도의 PCBs가 검출돼서 장기간의 잔류성과 유해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된 바가 있다. 

PCBs는 유기염소계 화합물이며 암과 생식 관련 악영향 등의 질병을 유발시킨다는 점에서 유기염소계 농약류와 비슷하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공통점이 몇 가지 더 있다. 우선, 이들이 처음에는 안전한 물질로 간주되어 광범위하게 사용되다가 30여년이 지난 후에야 사람과 생태계에 대한 심각한 악영향으로 사용이 중지되었다는 점이다. 그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이들이 가진 주요 독성이 만성적이었기 때문이다. 즉, 처음 이들을 시장에 내놓기 이전에 알고 있던 안전성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들의 사용으로 인한 건강피해는 사실 오래지 않아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과학적으로 불확실하다는 이유를 내세운 생산기업의 영향으로 사용중지가 또 몇십년 더 늦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또한 사용이 중지된 지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환경 중에 지속적으로 잔류하면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05370008_P_0.JPG» 2015년 소비자원이 유통 중인 어린이용 비옷과 장화에서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는 화학 첨가제인 프탈레이트(DEHP)를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사실 이렇듯 만성적이지만 치명적인 유해화학물질과 그로 인한 피해사례는 유기염소계화합물 외에도 대단히 다양하다. 사례를 조금만 나열하자면, 1950년대 일본에서 끔찍한 미나마타병을 유발시킨 유기수은, 백혈병을 유발하는 벤젠, 의약품이면서 각각 수많은 기형과 암을 초래한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와 디에틸스틸베스트롤(Diethylstilboestrol)이 있다. 그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에서 흔히 사용되던 유연휘발유의 납, 발암물질인 줄 모르고 드라이클리닝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던 트리클로로에틸렌(Trichloroethylene)과 퍼클로로에틸렌(Perchloroethylene), 환경호르몬이면서 각종 플라스틱 제품 속에 첨가제로서 들어가 있는 비스페놀-A(Bisphenol-A), 환경호르몬인데도 건자재, 자동차, 비행기, 섬유 등과 TV, 컴퓨터, 헤어드라이어 등 가전제품의 플라스틱 케이스에 난연제로서 첨가되는 PBDEs (Polybrominated diphenyl ethers),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살생물제(biocides) 등 유해화학물질과 뒤늦게 확인된 만성적 건강피해의 사례는 오늘날까지도 셀 수 없이 많다.   

저 농도 장기 노출이 문제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개발국을 필두로 화학물질관리체계를 바꾸려는 노력이 나타나게 되었다. 즉, 화학물질의 안전성은 시장에 내놓기 전에 충분히 확인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전예방의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서 “충분히”라는 것은 급성독성 뿐만 아니라 좀 더 미묘한 장기적 영향을 포함한 만성적 건강영향도 다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반드시 사전에. 일단 사용부터 하다 문제가 생길 때 되돌이키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이제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사전 예방을 위한 사전주의 원리(precautionary principle)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를 고려하면 앞으로는 화학물질의 즉각적인 건강영향을 걱정할 필요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대신 낮은 농도에 장기간 노출이 되면서 생기는 좀 더 미묘한(그러나 여전히 치명적일 수 있는) 건강 영향에 대해 조심을 할 필요가 커질 것이다. 즉,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에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태도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늘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보편적 유해특성을 고려했을 때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04144745_P_0.JPG» 시민단체 회원들이 2011년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BPA)의 급식용 통조림 식품 사용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차 대전 이후 합성유기화학의 발전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크게 바꾸었다. 앞서 유기염소계 화합물을 대표적 유해화학물질로 예를 들었지만 그것은 전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그 이후 새롭게 개발, 사용되기 시작한 합성화학물질의 종류는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으며 농약을 비롯하여 그 양도 빠르게 증가했다(그림 1 참조). 생존과 생활에 필요한 수많은 물질과 제품의 재료 혹은 첨가제로서 다양한 유해화학물질이 늘 우리 곁에 머물거나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식량의 생산에 사용되는 농약, 질병의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 먹거리 속의 방부제, 발색제, 향료 등, 의복 재료인 합성섬유, 가히 거의 모든 것의 재료라 할 수 있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속의 각종 첨가제, 그밖에도 페인트, 침대, 가구, 화장품, 빨래와 주방 세제, 방향제, 모기약, 샴푸, 린스, 비누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 심지어는 영수증 속에도 비스페놀 A라는 환경호르몬이 들어 있어서 그 건강영향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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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합성화학물질량 변화 추세 (1975년을 기준년도로 생산량을 1로 봄)  

DDT의 효능을 발견한 공로로 뮐러는 1948년 노벨상을 받았으나 25년 후 DDT는 더 이상 사용되서 안되는 유해물질로 확인되고 사용이 중지되기 시작했다. 1987년 오존층 파괴물질로 확인돼 사용이 금지된 프레온 가스(역시 유기염소계 화합물임)의 생산으로 미국의 토마스 미드글리(Thomas Midgley, Jr.)는 1940년대 초반 당대 최고의 상을 여러 개 받았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화학물질의 안전성에 대한 인간의 단견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가 돼버렸다. 

이제는 맹독성을 가진 화학물질에 의해 즉각적인 건강영향을 받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다양한 화학물질에 둘러싸여 있어도 당장 아프거나 쓰러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당장 영향이 없다고 우리를 둘러싼 화학물질을 안전하다고 믿고 작은 신호들을 무시한다면  우리는 언제 조금씩 우리 몸에 쌓여 온 유해화학물질에 의해 쓰러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동수/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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