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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4일 목요일

진보 압승, 보수 참패… 그리고 조선일보라는 언론

[칼럼] 야당심판 선거가 유권자 잘못으로 보이는 조선일보
임두만 | 2018-06-15 11:54:29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칼럼] 야당심판 선거가 유권자 잘못으로 보이는 조선일보, 보수정당은 조선일보를 벗어나야
6.13 지방선거가 진보 압승, 보수 참패로 막을 내렸다. 보수의 심장을 자임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선거 전날까지 ‘샤이 보수’(숨은 보수층)를 말하고, 여론조사 조작을 말했다. 심지어 선거 후 이런 여론조사 기관은 그대로 두면 안 된다는 협박도 했다.
▲ 홍준표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 임두만
반면 자당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라며 수치는 말하지 않고 광역단체장 최소 5곳 최대 7곳의 승리를 장담했다. 그러나 홍 대표는 신기루를 봤으며 ‘샤이 보수’는 없었다. 반면 자신들의 심장인 고 박정희 대통령 고향인 구미시장까지 민주당에 잃었다.
1995년 시작된 지방선거 이후 단 한번도 빼앗기지 않은 부산과 울산시장은 물론, 무소속에 한 번 내주고 반보수 계열 정당의 후보에겐 내주지 않았던 경남도 내줬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민심’이 홍 대표가 사수를 장담한 부산·경남 울산을 태우고 구미까지 타들어가면서 김천 대구까지 심각하게 경고한 결과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몰고 온 한반도 평화무드 때문일까? 이 평화무드가 보수진영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것일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 지난 10년간 쌓인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남긴 낡은 정치지형의 변화를 요구한다. 또 1987년 이후 굳어진 낡은 지역구도를 거부하고 있다. 지역구도 거부가 단순하게 영남의 진보화 호남의 보수화가 아니라 전 지역 진보화라는 이념구도로의 진화에 있다.
이는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이 정당투표 3위를 차지한 것에서 극명하게 읽을 수 있다.
▲ 정당득표 3위를 획득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의미있는 결과라는 자평을 내놓았다. kbs뉴스 화면 갈무리
특히 탄핵 이후에도 반성하지 않고 냉전주의적 사고방식과 망국적 지역주의로 연명하려는 야당에 대한 심판, 이 지역주의를 빌미로 이념도 정책도 일관성이 없는 정당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국민이 만들어 준 정당을 깨버린 오만함에 대한 심판, 이게 이번 선거에서 발현된 국민정서다.
이번 선거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이벤트에 가려 선거 이슈가 사라지므로 유권자들의 관심이 적어 투표율이 낮을 거라는 일각의 예측은 사전투표부터 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내 이번 선거는 지방선거 사상 두 번째로 높은 60%를 넘겼다. 이는 유권자들이 조용하게 낡은 정치세력에 대한 심판 심리를 숨기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투표로 권력을 위임받는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거의가 지방선거를 여권을 심판하는 중간선거 형태로 치른다. 따라서 여권은 방어적이며 야권은 공격적이다. 이에 방어적인 여권이 이처럼 압도적인 승리를 보여 준 사례는 드물다. 특히 우리나라로 국한하면 단 한 번도 없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그만큼 이례적이다.
이런 선거 결과는 그러나 이미 선거 오래 전에 예고되어 있었다.
직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그 이전 대통령이 수많은 경제적 비리의 혐의를 받고 구속되는 등 9년 정권을 장악했던 핵심세력이 철퇴를 맞았다. 국민 정서는 이들의 단죄가 ‘사필귀정’이라며 환호했으나 홍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세력은 ‘정치보복’으로 몰아가려 했다. 반성이 아니라 대항이었다.
이런 대항적 정치는 단선적 보수층 결집 작전으로만 이어졌다. 다수 국민의 지지를 끌어 낼 정책과 정치를 선보이는 게 아니라 ‘무너진 보수의 재건’이란 슬로건에만 집착했다.
홍 대표의 길환영 배현진을 통한 문재인 정권 방송장악 프레임 만들기가 대표적이었다. 이미 국민 다수는 지난 9년간 KBS와 MBC가 권력에 장악되어 공영방송으로서 국민에게 버림을 받았는데, 그 핵심 책임자이거나 그 최대 수혜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려했으니 국민들이 이를 용납할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를 지적하는 기자들에게까지 홍 대표는 특유의 거친 발언으로 날카롭게 대응했고, 보수층 결집을 유도한다며 문재인 정부를 좌파정부로 몰아 좌파와 우파의 대립구도 만들기에 올인했다.
하지만, 이러한 홍 대표의 정치는 철저하게 외면 받았다. 후보들은 당 대표의 지원유세를 거절하고 피하는데 반대파는 홍준표 종신대표를 지지한다는 역설의 현상이 세간을 뒤덮었다.
이 와중에 터진 드루킹 사건은 자유한국당 측에게 호재였다.
▲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노숙단식을 하고 있는 김성태 원내대표 ©신문고뉴스
이에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드루킹 사건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는 등 보수층 결집을 시도했다. 하지만 메크로를 이용한 여론조작은 이미 10년 전 한나라당이 조직적으로 활용했다는 폭로마저 나오며 여론은 더욱 싸늘해졌다. 그리고 결과는 김경수 후보의 경남지사 당선으로 나타났다.
바른미래당도 마찬가지다. 낡은 보수의 대안이라며 개혁보수와 중도가 결합했다고 하면서도 한반도 평화 이슈에 지나치게 냉소적이고 수구적인 사고방식에 갇혀 있는 유승민 공동대표, 중도라고 자부했던 박주선 대표나 손학규 선대위원장은 물론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에게서도 이 현상은 나타났다.
이에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지지하고 대선에서 안철수에게 표를 던진 다수의 유권자가 이탈했다. MBC는 개표방송에서 대선 당시 안철수를 지지한 유권자가 계속 안철수를 찍은 수가 30%로 나타났음을 밝혔다. 70%가 이탈했으며 이들은 민주당 자유한국당 민주평화당 등으로 분산되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의 야당심판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과연 전국 선거가 치러지는 오는 2020년 총선에도 이어질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판단은 그렇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많다. 특히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들의 기조가 그러하다. 즉 이번 선거의 결과에 대해 여권 압승 야권 참패라고 쓰기는 하지만 이는 한반도 평화무드와 탄핵여파의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임을 강조한다.
조선일보는 이를 사설을 통해 강조했다. 개표가 거의 완료되고 결과가 나온뒤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 조선일보의 14일 사설은 “입법·행정·사법에 지방 권력까지 쥔 文 정권, 獨善 경계해야”가 제목이다. 조선은 이 사설에서 이번 선거의 개표결과를 언급하고는 “최근 사법 권력까지도 진보·좌파 성향으로 짜였다. 언론의 정부 비판 기능도 거의 실종된 상황이다. 한국은 완벽하게 진보·좌파 쪽이 장악하게 됐다”고 썼다.
▲ 조선일보 인터넷판 사설 페이지 갈무리 © 임두만
그리고 이어진 내용은 유권자의 비판 일색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간 실제 국민들 삶은 하나도 나아진 것이 없다”며 “국민 세금을 퍼붓는 포퓰리즘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문재인 정부가 “이상한 통계 수치를 국민 앞에 제시하고… 주요 기업들은 검찰과 경찰과 각종 정부기관에 돌아가며 압수·수색, 수사·조사를 당하고 있다”고 몰아간다.
“적폐 청산이라며 1년 내내 보복만 했다”면서 “지난 정권 관계자들은 물론 직업 공무원들까지 구속했다”고 하고 “전 정권의 흠만 잡을 수 있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았다”고 썼다.
그러면서 “대중(大衆)의 환호를 받을 수 있었지만 두고두고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될 것”이라거나 “적폐를 청산한다면서 자신들 스스로 쌓은 폐단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런 다음 이번 선거의 여권 승인에 대해 “북핵 이벤트에 큰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면서 “화려한 쇼의 막후에선 북한 핵 보유가 굳어질 수 있는 위험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한 미군 철수 얘기가 미국 대통령 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고 있다”며 “그래도 온 부처가 북한에 돈 퍼줄 계획을 짜고 있다”고 없는 말도 지어내고 있다.
이어 “그런데도 선거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전 정권에 대한 끝없는 검찰 수사로 지난 정부에 대한 국민 분노가 계속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조선은 “거기에 더해 지리멸렬한 데다 분열까지 된 야당도 여당 대승의 일등 공신”이라며 “정부 실정에 비판적인 유권자들이 기권을 택할 지경”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선의 평가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조선이 진심으로 이 땅 보수세력의 권력 재창출을 바란다면 문재인 정권의 선거승리가 고까워 독설을 퍼붓고, 역대 2번째로 투표율이 높은 국민들의 선거참여 열기를 많은 유권자들이 기권했다고 쓸 것이 아니다.
지금 유권자들은 고리타분한 정치 지형을 혁명적으로 바꾸기를 원하고 있다. 이번 선거가 그 혁명의 시발점일 수 있으며 잎으로 상당부분 진행될 수 있다. 이번에 야당에 내려진 유권자들의 무시무시한 심판이 일회성 심판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야당이 지금처럼 반문재인 보수결집만 노리고 냉전적, 지역주의적 패러다임을 떨치지 못한다면, 이 운동장은 예상보다 오래 기울어져 있을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야당 심판에 대한 국민정서가 불편한 조선일보가 사태를 이직도 거꾸로 읽고 이 같은 사설이나 낸다면 한국 보수는 오래도록 지금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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