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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8일 월요일

[이런말저런글] 미당을 말당으로 읽어서야

 

[이런말저런글] 미당을 말당으로 읽어서야

편집팀
  • 톱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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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1.19 05:50
  •  
  • 업데이트 2024.11.19 05:55
    • (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그래도 미당 시가 있어 행복하다"…서정주를 향한 헌사들](연합뉴스 11월17일) 기사를 읽다가 문득 '미당'이냐 '말당'이냐 하는 옛날 옛적 우스개가 떠올랐습니다. 기사는 천재 시인 미당(未堂)의 문학적 성취를 조명하는 책 출간 소식을 전하면서 그의 생전 친일 행각과 전두환 신군부에 대한 협조 행위를 기록했습니다.

      짐작대로입니다. 미당이 말당으로 더러 잘못 읽힌 것은 미(未), 말(末) 두 한자 음(音)이 헷갈려서였습니다. 천하의 서정주를 몰라 음을 오독하여 그랬던 것과 별개로, 알면서도 일부러 말당으로 부르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미당의 과오를 개탄하며 조롱하는 의도를 담았던 것일 테지요. 말당의 [ㄷ]이 [ㄸ]으로 발음(말땅!)됐던 것도 그런 의도의 '저격'을 거든 한 요소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부드럽고 편안한 [미당] 발음과 대조되니까 말입니다. 아닐 미(未)에 집 당(堂). '아직 완성되지 않은 집', 즉 '덜 된 집'이 글자 그대로의 뜻이겠습니다. 부족한 사람, 늘 소년이고자 하는 마음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흔히 해석된다고 합니다.

      아닐 미(未)는 끝 말(末)과 글꼴이 비슷하여 헷갈립니다. 둘 다 나무 목(木)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한자입니다. 木 위에, 다시말해 글자의 제일 위에 가로로 그은 선이 짧으면 未, 길면 末입니다. 나무 저 위에 가지가 또 하나 생겼는데 아직 짧으니(未!) "아직/아니다"라는 뜻이고, 나무 저 위에 있는 가지가 자랄 만큼 길게 다 자랐으니(末!) "끝"이라는 뜻이라고 기억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한자 연구자와 사전이 전하는 체계적인 어원과는 결이 다른 일종의 편법입니다.

      학생들의 문해력 약화를 짚는 소식이 잇따릅니다. 심심한 사과라고 하면 왜 사과가 심심하냐고 묻고 '사흘'에 '사'가 있으니 4일로 알고 우천시 장소 변경이라 하면 우천이 어디에 있는 도시냐고 말하는 예가 있다고 언론 기사에서 봅니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여럿이겠으나 한자어에 대한 이해 부족도 그중 하나일 듯합니다. 아는 것이 힘일 때가 많습니다. 한자어도 우리말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해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 1. "그래도 미당 시가 있어 행복하다"…서정주를 향한 헌사들(연합뉴스 2024년11월17일 08시00분) - https://www.yna.co.kr/view/AKR20241116030700005?section=culture/books

    2. '심심한 사과'가 뭐예요?…문해력 키우기 대화 먼저 시작해요(한겨레신문 온라인 2024년10월14일) -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162476.html

    3. [BBS 양창욱의 아침저널] 23살의 미당(未堂)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었다"(입력 2015년1월9일 22시48분 수정 2015년1월14일 14시50분) - https://news.bbsi.co.kr/news/articleView.html?idxno=675178

    4. 동아 백년옥편 전면개정판(2021년판)

    5.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출처 : 톱스타뉴스(https://www.topstar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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