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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8일 목요일

예산 2.5조 깎아놓고… 노숙인 지원 현장서 “공공임대 살피겠다” 말한 경제부총리

 

임대료 저렴한 영구임대 예산은 반토막…취약계층 공공임대 부족 극심한데, 분양·구입 지원에 치중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를 방문해 기재부 주요 간부들과 함께 노숙인들의 보호 및 자립지원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방한용품과 따끗한 음료를 전달하고 있다. 2024.11.26. ⓒ기획재정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노숙인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시사했다. 정작 정부는 노숙인이 입주를 고려할 만한 저렴한 임대료의 공공임대주택 지원을 축소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도 대폭 삭감했다. 정부의 예산·정책 방향과 괴리가 큰 최 부총리 발언을 두고 의미 없는 빈말 아니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28일 기재부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정부 역할은 단순히 보호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일자리와 소득을 통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며 “취업지원, 공공임대주택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세심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공임대주택을 언급한 대목이 눈에 띈다. 노숙인이 이용 가능한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공임대주택은 여러 유형으로 나뉘는데, 보증금과 임대료가 가장 저렴한 건 영구임대주택(50년 임대주택 포함)이다. 40㎡ 이하 주택을 시세의 30%로 제공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말 올린 서울시 영구임대주택 예비입주자 모집 공고를 보면, 총 15개 단지 1,522호의 평균 보증금은 311만원, 임대료는 6만 2천원이었다. 가장 저렴한 곳은 강남3 단지로, 보증금 220만원, 임대료 4만 4천원에 21㎡ 규모의 주택을 공급한다.

노숙인 복지시설이나 비닐하우스 등에 사는 주거취약계층에 우선 공급하는 다가구매입임대주택도 있지만, 보증금과 임대료가 영구임대주택에 비해 비싸다. 통합공공임대주택은 주거취약계층에게 6~7만원대의 월 임대료로 제공되고 있으나, 1천원만 이상의 목돈을 보증금으로 걸어야 한다. 노숙인의 경제 사정을 고려할 때 이용이 쉽지 않다.

영구임대주택은 극심한 공급 부족 상황이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서울 지역의 영구임대주택 최장 대기기간은 80개월에 달했다. 전국 평균 대기기간은 15개월이었다.

공급 물량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2021년 3,728호였던 영구임대주택 공급 물량은 2022년 들어 521호로 급감했다. 2022년 기준 영구임대주택 재고량은 3만 3,354호에 불과하다.

내년에도 영구임대주택 공급은 지지부진할 전망이다. 예산이 대폭 줄었다. 국토교통부의 내년도 영구임대주택 예산은 431억 1,600만원이다. 올해 823억 2,100만원에서 392억 500만원(47.6%) 삭감됐다. 당초 국토부는 내년도 예산으로 566억 3,400만원을 요구했지만, 기재부가 심의 과정에서 135억원 이상 깎았다.

공공임대주택 사업 개편에 따라 영구임대주택 예산을 조정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2022년 도입된 통합공공임대주택은 입주자격과 임대료가 상이한 영구임대와 국민임대, 행복주택 등 다양한 공공임대주택 유형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입주자격을 통일하고, 소득 수준에 따라 임대료를 차등화했다. 기존 체계는 공공임대주택 유형의 복잡성 탓에 신청자가 자신에 맞는 유형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영구임대주택 등 기존 유형의 예산이 깎인 만큼 통합공공임대주택 예산이 증액됐어야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참여연대 분석 결과, 내년도 총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13조 8,781억원으로, 올해와 비교해 2조 5,341억원(15.4%) 쪼그라들었다.

국토부는 내년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 물량을 올해 계획량 11만 5천호보다 3만 7천호(32.2%) 증가한 15만 2천호로 제시했는데, 계획을 뒷받침할 예산은 삭감한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국토부의 주택도시기금에서 LH와 지방주택도시공사 등 사업 주체에게 출자 또는 융자하는 방식으로 집행되는데, 국토부가 예산을 줄이면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이 아닌 주택구입과 전세자금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주택구입·전세자금 예산은 지난해 10조 4,261억원, 올해 12조 3,645억원, 내년 14조 572억원으로 윤석열 정부 들어 급격하게 증가했다. 주택구입은 노숙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박효주 참여연대 주거조세팀장은 “최근 공공임대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영구임대주택 같은 기존 유형에 대한 예산을 대폭 삭감했으면 통합공공임대주택 예산을 그만큼 늘려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공공주택 정책은 주거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에게 우선 배분하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기보다는, 주택 구입이나 분양 지원에 치우쳐 있다”며 “최 부총리의 ‘노숙인 공공임대’ 발언과 실제 예산·정책 방향은 굉장히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보증금과 임대료 부담 탓에 노숙인이 공공임대주택을 이용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보증금은 큰 걸림돌이다. 월 30만원 수준의 주거급여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최 부총리가 방문한 노숙인 지원 센터의 임시주거 지원 사업은 보증금이 없는 고시원이나 쪽방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임대료를 지급하는 내용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득이 없는 분들이 거주할 수 있으려면 보증금, 임대료, 관리비를 100% 지원해야 한다”며 “정부가 노숙인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짓겠다고 하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 부총리 발언에 대해선 “국토부에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달라고 하면 잘 주겠다는 정도의 의미로 읽히는데, 관련 예산을 줄여놓고 뜬금없이 무슨 의도로 얘기한 건지 의아하다”며 “현실을 모르고 하는 구두선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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