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349] 정겨운 우리말 ‘고뿔’
필자는 고뿔에 잘 걸리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냉수욕을 즐겨서 그런 것으로 생각한다. 아내가 코로나19로 한 달을 앓아누워 있었지만, 필자는 곁에서 용감하게 버텼다. 잠깐 동안 가래가 생긴 것 빼고는 크게 앓지 않았다. ‘감기’를 일상적으로 고뿔이라고 한다.
조선 시대에는 ‘곳불’이라고 했다. ‘고(코鼻)+ㅅ+불(화火)’의 형태로 이루어진 단어다. 즉 ‘코의 불’이라는 말로 ‘코에서 나는 불’ 혹은 ‘코에서 불이 나다’라는 말이 어원이다.
감기에 걸리면 코에서 불이 나는 것처럼 화끈한 바람이 나온다. 이런 상황을 표현한 말이다. ‘고불>곳불>고뿔’로 변화하여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
‘남의 염병이 나의 고뿔만 못하다’는 속담이 있다. “나의 발등의 불이 다급한 것이다(박종홍 ‘새날의 지성’)”와 같이 쓰기도 하고 “감기 고뿔도 남은 안 준다” “남의 죽음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말도 있다.
요즘은 ‘고뿔’이라는 단어보다는 ‘감기(感氣)’라는 말이 많이 쓴다. ‘고뿔앓이’라고 해도 좋은데…. 허허.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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