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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5일 월요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베일에 가린 네 가지 진실

 

4월 13일(현지 시각)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5시간 동안 진행된 공습은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것에 대한 보복 성격이었다. 공습을 단행한 이란혁명수비대는 “진실한 약속(True Promise)”이라는 작전명을 붙였다.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의지를 천명한 바 있는데, 이를 염두에 둔 작전명으로 보인다.

이란의 공격은 드론으로 시작되었다. 50여 대의 드론이 이란 기지에서 발사된 것을 시작으로 하여 순항미사일, 지대공 미사일 등 다양한 공격 수단이 동원되었다. 출처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보이지만 이란의 공격은 드론 170~185기, 순항미사일 30~36기, 탄도미사일 110~120기 정도가 이란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중엔 극초음속 미사일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 요르단 수도 암만 상공에서 14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로 쏘아올린 드론들이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미국과 이스라엘 언론 보도를 베끼는 수준인 우리 언론 보도만으로는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 진실과 상당히 다른, ‘왜곡된 내용’이 전달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전달되지 않은 몇 가지 진실을 요약한다.

이스라엘의 요격은 99% 성공했는가

이스라엘은 이란의 공격을 99% 요격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 보도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예루살렘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는 보도가 나왔고, 몇 발의 로켓이 이스라엘 북서부 하이파(Haifa) 항구를 강타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가자지구 동쪽에 위치한 라하트(Rahat) 시가 공격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이 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스라엘 남부 사막지대인 네게브(Negev) 지역엔 이란 미사일이 떨어져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도 전파되었다. 이스라엘 언론 역시 하늘과 땅에서 폭발음이 전국 곳곳에서 들린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 붉은색 점이 이란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는 지역이다. 위부터 하이파, 예루살렘, 라하트, 네게브이다.

사실상 이스라엘 전역이 이란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이란에서 발사된 300개의 무기 중 99%가 요격되었다면 이스라엘에 떨어진 무기는 단 3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공격받은 지역은 이미 4곳이다. 이스라엘의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특히 네게브 지역엔 7발의 미사일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 위치한 이스라엘 공군 기지에서 4월 1일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비행기가 이륙했다. 이란혁명수비대 발표에 따르며, 네게브 지역의 이스라엘 공군 기지 타격이 이번 공습의 주요 목표였으며, 이스라엘 방공망을 뚫기 위해 분리형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했다.

따라서 이란의 공습을 99% 요격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은 거짓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요르단의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 요격한 것이 진실일 것이다.

이스라엘의 피해는 경미한 수준인가

이스라엘은 99% 요격설을 내세우며 경미한(minimal) 피해 혹은 상대적으로 적은(relatively small)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은 군사 작전이 위대한 성공(great success)을 거두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주장에 상당히 큰 격차가 보인다.

앞서 지적했듯이 이란의 이번 작전의 주요 타깃은 네게브 지역의 이스라엘 공군 기지이다. 보도를 종합하면 이곳 공군 기지에 7발의 미사일이 발사되었고, 7발 모두 공군 기지를 때렸다. 즉 이곳으로 발사된 미사일은 요격되지 않았다. 이란 언론의 한 매체는 7발의 극초음속미사일이 발사되었고, 이 중 하나도 격추되지 않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만약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네게브 지역 공군 기지를 타격한 것이 극초음속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

네게브 지역 공군 기지에서 44명의 군사 요원이 사망했다. 이 중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이 포함되어 있다고 전해진다. 4월 1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영사관 요원은 11명이다.

한편 이스라엘 매체 The Yedioth Ahronoth는 이스라엘 전 참모총장의 경제 고문을 역임했던 General Ram Aminach를 인용하여 이란의 미사일을 요격하는데 40억~50억 셰켈(shekel, 이스라엘 화폐) 즉 13억 5천만 달러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350여 기의 드론과 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해 많은 수의 요격 미사일이 소비되었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이스라엘의 요격 미사일 중 애로우 미사일(Arrow missile)은 대당 350만 달러, 매직 원드 미사일(Magic Wand missile)은 대당 1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란의 공습은 국제법 위반인가

이스라엘은 이란의 이번 공습이 “전례가 없고 노골적으로 이스라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 역시 비슷한 톤으로 이란의 공습을 규탄했다.

그러나 이란의 주장은 다르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는 14일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유엔은 국제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이 잔혹한 행위(4월 1일 이스라엘의 이란 영사관 폭격)를 규탄하는 성명을 제안했고, 이는 중국, 알제리 및 많은 회원국의 지지를 받았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에 의해 저지되었다”면서 “국제법 틀 내에서 자위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공습 개시와 함께 나온 이란혁명수비대의 입장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이란은 10일 넘게 국제기구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침묵과 무시 끝에 이스라엘의 중요한 군사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힌 것.

유엔 헌장 51조는 한 나라가 무력 공격을 받았을 경우 안전보장이사회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개별적 혹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이란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이란이 4월 1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고도 2주일이 지나서 공습에 나온 이유 역시 유엔헌장에 따라 안전보장이사회의 조치를 기다렸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안보리의 조치가 없자 이란은 유엔 헌장에 명시된 자위권 차원의 공습을 단행한 것이다.

유엔 헌장 제 51 조

이 헌장의 어떠한 규정도 국제연합 회원국에 대하여 무력 공격이 발생한 경우,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개별적 또는 집단적 지위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자위권을 행사함에 있어 회원국이 취한 조치는 즉시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된다. 또한 이 조치는,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 또는 회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조치를 언제든지 취한다는, 이 헌장에 의한 안전보장 이사회의 권한과 책임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은 취소되었는가

뉴욕타임스는 네타냐후가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 계획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한 이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전시 내각 회의를 열어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 방안을 논의하려 했지만, 보복 공격 안건을 철회했다는 것.

▲ 이스라엘 매체 역시 뉴욕타임스 보도를 인용하여 네타냐후가 보복공격을 철회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바이든을 비롯한 미국 주요 인사들이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우려하며 만류했던 것은 사실이다. 미국은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공습이 임박하자 미국은 중부사령관을 이스라엘로 급파했고, 바이든은 휴가를 하루 단축하여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오스틴 미국장관 역시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미국이 바쁘게 움직인 것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만류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이미 이란으로부터 이란의 ‘제한적 공습’ 계획을 통보받았다. 만약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에 나서면 이란 역시 ‘제한적 공습’에서 ‘전면 공격’에 나설 것이며 이는 곧 5차 중동전쟁의 발발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은 바로 중동전쟁으로의 확전을 방지하려 했던 것이다.

바이든이 “가능한 가장 강력한 용어로”로 이란의 공습 행위를 비판하면서도 “단결된 외교적 대응”을 주문하고, 네타냐후 총리에게 미국이 이란에 대한 어떤 공격 작전에도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이유이다. 오스틴 국방장관 역시 “미국은 이란과의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네타냐후가 보복 공격을 철회했다는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진실이 아니다. 네타냐후 내각을 압박하기 위한 언론 플레이로 보인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어느 관리도 보복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없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 장관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이란의 공격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미국의 의견을 따라 보복 공격을 중단할지, 보복 공격에 나설지 양단 간의 결단을 해야 할 시점이다. 네타냐후의 선택에 따라 중동전쟁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장창준 객원기자92jc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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