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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14일 화요일

아시아판 나토 향하는 한미일 군사 공조

 

최근 빈번한 미일, 한미 회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최근 미일, 한미 회담이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미국과 일본은 외교·국방장관 회담(11일), 정상회담(13일)을 연이어 개최했다. 이후 1월 31일엔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 2월 3일엔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되었다. 상반기 개최 일정으로 한미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한미일의 이런 연쇄적인 회담은 프놈펜 회담을 통해 합의된 한미일 군사동맹을 토대로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시도이다.

아시아 정세 격화시키는 미일, 한미 연쇄 회담

1월 11일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담은 일본에 주둔하는 미해병대를 2025년까지 연안작전부대로 재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측은 이 부대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긴 이동 거리에 적합한 신속 기동부대라고 설명했다. 적의 세력권에 들어간 최전선의 도서 지역에 신속하게 투입돼 상대국 함정과 전투기 진출을 억제하고 바다를 장악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적의 세력권이란 북, 대만,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등을 의미한다.

이틀 뒤에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강조된 지역은 댜오위다오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핵을 포함해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일본을 방어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대일 안보 공약은 “센카쿠 열도에도 적용된다”고 특별히 덧붙였다.

댜오위다오는 중국과 일본이 영토 분쟁을 벌이는 지역이다. 사실상 미국은 댜오위다오 분쟁을 사주하고 있으며, 일본은 신냉전을 명분으로 군사 대국화로 나아가고 있다. 기시다는 14조 원에 달하는 미국 무기를 구매할 계획을 밝혔다. 지난 해 12월 일본은 적기지 반격 능력 보유를 공식 선언했는데, 반격 능력을 위한 공격용 무기를 구매하려는 것이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과 외교장관 회담에서 공통으로 강조된 것은 한미일 안보협력이었다. 국방장관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조속한 시일 안에 한미일 안보회의(DTT: Defense Trilateral Talks)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를 논의하기 위해서이다.

외교장관 회담에서 박진 장관은 ”북한의 증가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자 안보협력 강화“, 블링컨 장관은 ”대만 해협 등 공동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의 안보 공조 확대“를 언급했다. ‘중국과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의 안보 공조가 필수라는 것이다.

한미일이 지향하는 것은 중국과 북의 위협을 명분으로 하는 한미일 군사 안보 체제 강화이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내세워 중국, 북과의 충돌 위기를 고조시켜 아시아판 나포를 구축하려 한다.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오랜 노력

한미일 3국 안보 공조를 강조하는 것은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오래된 계획의 하나였다. 미국은 냉전이 해체된 직후 중국을 아시아에서 미국 패권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도전국으로 상정하고, 아시아에서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아시아판 나토 구축은 미국의 바람처럼 쉽지 않았다. 우선, 한국과 일본 등에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이 강화되면서 한국과 일본이 중국에 대한 대결 일변도 정책을 추진하는 데서 국민의 동의를 받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다음으로, 탈냉전기에 접어들어 한일 관계가 지속해 악화한 것도 실패의 원인이 되었다. 군사 대국화, 보수화의 길을 선택한 일본에서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식민지 미화 발언, 역사 왜곡 발언, 독도 영토 발언 등으로 인해 좋아지던 한일관계가 악화하는 과정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쿼드’를 들어봤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인수위 시절부터 ‘쿼드’ 가입 의사를 밝혀왔던 것도 기억할 것이다. 한미일 군사협력이 미국의 바람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하자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기 위해 미국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쿼드’였다.

쿼드의 전신은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네 나라로 구성된 ‘4자 안보대화’이다. 2007년에 시작된 ‘4자 안보대화’는 초기엔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2012년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미중 관계가 악화하고,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기지화를 건설하는 등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하자 ‘4자 안보대화’는 다시 재활성화되기 시작했다. ‘4자 안보대화’는 2020년 쿼드(QUAD)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으며,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군사 동맹체로서의 면모를 갖추어가기 시작했다.

당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쿼드에 참여하는 4개국으로 먼저 출발하는 게 (아시아판 나토 설립에)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미국의 구상을 드러냈다. 트럼프 정부는 쿼드에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 등 3개국을 추가하는 ‘쿼드 플러스’ 구상을 제시하면서 쿼드를 모태로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구상은 바이든 정부에게로 이어졌고, 바이든 정부는 쿼드를 정상급 회담으로 격상시켰다. 2021년 3월과 2022년 5월 쿼드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2022년 신냉전이 본격화되면서 쿼드는 무력해졌다. 중국의 위협에 공동대처하기 위해 쿼드에 참여했던 인도가 미국의 대러 정책에 동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는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고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브릭스 국가들과의 연대를 모색했다. 그 결과 쿼드를 모태로 하여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결합해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구상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신냉전기 아시아판 나토 구축을 위한 새로운 시도

지난 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의 ‘초청’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여했다. 미국이 초청한 나라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네 나라였다. 따라서 지난 해 나토 정상회의는 더 엄밀히 표현하면 ‘나토+4 정상회의’였던 셈이다. 미국은 쿼드 대신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네 나라를 선택하는 것으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8월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여 대만해협에서 위기가 고조되었다. 또한 한반도에서 전략자산을 의도적으로 끌어들여 한반도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은 모두 아시아판 나토의 필요성을 역설하려는 미국의 계산된 행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시아판 나토에 대만을 끌어들여겠다는 계산이다.

신냉전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하려는 미국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한일 관계, 특히 한국의 대일 정책이었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데서 미국과 일본의 의견은 오래전부터 일치되어 왔다. 문제는 한국 정부였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한중 관계, 남북 관계를 고려하여 한미일 안보 협력에 소극적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한미일 안보 협력이 다시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 박근혜 정부 말기 한일 지소미아 협정이 타결되는 등 상당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2018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추진되고, 2019년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한 배상 판결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하면서 한미일 안보 공조는 다시 정체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걸림돌이 사라졌다. 윤석열 정부가 등장한 것이다. 지난 해 5월 이후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신냉전 돌격대를 자처하고 있었다. 미국은 아시아판 나토를 실제로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아시아판 나토 구축 선봉장을 자임하는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시종일관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윤석열 정부는 쿼드 가입 의사를 피력했다. 그러나 이미 미국은 ‘쿼드’라는 카드가 유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뒤였다. 뒷북 치기였던 셈이다. 출범 11일 만에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의 신냉전 전략의 돌격대가 되었다. 그 결과 신냉전 국제질서가 확립되었다.

이제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아시아판 나토 구축의 선봉장을 자처하고 있다. 한미일 군사동맹이 지향하는 것은 아시아판 나토 구축이다. 아시아판 나토 구축에서 관건이 되는 장애는 한일 관계이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자 변제라는 굴욕적인 해법을 내세우면서 강제징용 문제를 처리하려는 것도 아시아판 나토 구축을 위한 것이다.

미국의 나토 확장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원을 제공한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미국의 동맹이 있는 곳에 전쟁이 있다. 최근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이 미국의 기획에 의해 폭파되었다는 사실이 미국의 저명한 탐사보도 전문기자에 의해 확인되었다. 미국이 가는 곳에 공작이 있고 파괴가 있다.

미국은 이미 제1열도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남중국해-말레이시아를 잇는 중국의 방어선)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배치도 타진하고 있다. 일본 역시 지난 해 말 반격 능력 보유 선언 이후 토마호크 미사일을 미국에서 도입할 계획이다. 한일 관계만 해결되면 아시아판 나토 구축의 장애물은 제거되는 셈이다.

최근 빈번한 미일, 한미 회담은 상반기 한미 정상회담으로 결속될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다. 아시아 전쟁의 도화선이 될 아시아판 나토 구축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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