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22년 9월 5일 월요일

1기 신도시 재개발 약속, 윤 대통령 자충수 였나

 ‘30만 가구’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반년만에 만들겠다던 인수위... 3개월만에 말 바꿔


윤석열 대통령 자료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09.02 ⓒ뉴시스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겠다며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의 ‘1기 신도시 재건축’ 공약이 곳곳에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취임 초반엔 분당 일산 등 집값을 끌어올리며 빈축을 샀고, 들뜨는 분위기를 가라앉히려 발표한 ‘장기 로드맵’은 공약 번복, 신뢰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30년밖에 안 된 1기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을 두고 40년 이상 된 나머지 단지들의 역차별 반발도 커지고 있다. 애초 ‘공급 확대’만을 염두에 두고 설익은 공약을 내놨다가 도리어 자충수가 된 꼴이다.

부동산 하락기, 시장은 반응했다


지난 1일 한국 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다섯째 주(29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5% 하락하며, 17주째 내림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 집값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전국적인 집값 하락세는 철옹성으로 여겨지던 서울 아파트 가격도 피해 가지 못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5개 자치구 모두 하락하며 전주 대비 0.13% 떨어졌다. 14주 연속 내림세다. 강북(-0.18%)은 물론 강남도 0.08% 하락했다.

반면 이처럼 지속적인 집값 하락세에도 1기 신도시 내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은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 들어 장기화한 고금리 상황에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지만, 전국 집값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도 상승세는 유지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분당 시범한신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14억8,500만원의 신고가로 거래됐다. 그리고 집값 하락세가 시작된 올해에도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승세를 지속했다. 지난 2월 5일 15억9천만원에게 거래된데 이어 3월 22일에는 신고가 16억4,500만원을 기록했다. 불과 4개월만에 1억6천만원(10.8%)이 오른 셈이다.

인근에 위치한 재건축 단지 시범우성아파트 단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용 84㎡짜리가 지난해 12월 23일 14억7천만원의 신고가로 거래됐지만, 올해 5월 7일엔 16억5천만원까지 올랐다. 

주택 아파트 부동산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30만 가구’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1년 6개월만에 만들겠다는 정부
... 부동산 전문가 “제대로 된 계획일지 의문...5년 걸려도 힘들다”


문제는 1기 신도시 정비사업 계획 자체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1기 신도시는 1980년대 후반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주택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한 ‘주택 200만호 건설’ 계획의 일부다. 성남시 분당과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등 5개 도시에서 추진한 30만 가구 규모의 재개발 사업이다. 

지난 5월 초 대통령직 인수위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30만 가구에 달하는 신도시 재건축 계획을 불과 반년만에 내놓겠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3개월여만에 말을 바꿨다. 지난달 1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올 하반기 연구용역을 거쳐 2024년까지 도시 재창조 수준의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2024년까지 마스터플랜을 내놓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위원은 “어떻게든 정부가 2024년까지 마스터플랜을 내놓을 수는 있다. 계획 자체를 내는 것만 하면 못할 것도 없다”면서도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계획을 위해선 5년을 다 써도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은영 도시연구소 소장도 “정부의 계획대로 내놓은 마스터플랜이 제대로 된 계획일지 의문”이라며 “그렇게 만들어진 마스터플랜은 실행단계에서 더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이후 진행단계에서 더 지체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도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세우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인정했다. 지난 4일 경제전문 유튜브 채널인 ‘삼프로TV’에 출연한 원 장관은 “(1기 신도시)30만세대를 만약 10년에 걸쳐 재건축하게 되면 1년에 9만호의 이주단지가 있어야 한다. 이주계획이 필요하다. 여기에 들어갈 나름대로의 도시 기반시설도 재배치해야 하고, 광역 교통망도 넣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가들에게 얼마나 걸리겠냐고 했더니 ‘2024년까지 하는 것도 기적’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빨리 시작해 최소한 내용을 갖추는 데까지 2024년이면 되겠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자료사진 ⓒ뉴시스


특별법 재정해 용적률 500%까지 확대한다는 윤석열 정부
... “더 급한 아파트도 수두룩... 형평성 문제 제기 뻔해”


1기 신도시 재개발은 형평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선공약을 통해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추진을 약속했다.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하고, 이를 통해 1기 신도시에 양질의 주택 1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추진 계획 자체가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다른 지역에도 재건축 가능 연한이 한참 지났지만, 아직 사업 추진을 하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특히 1기 신도시와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서울 강남, 목동, 상계동 등도 용적률 등의 문제로 재건축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1기 신도시만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용적률 혜택을 제공한다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할 게 뻔하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별법을 통해 특정 지역에만 용적률을 확대해 주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며 “정부가 정말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이 필요한 것이라고 인식했다면, 지금처럼 무턱대고 추진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선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은영 소장은 “1기 신도시에만 특별하게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은 지킬 수도 없고, 지켜서도 안 되는 공약”이라며 “이미 다른 지역에서 ‘우리는?’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도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고금리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 경우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의 의미 희미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집값 하락이 지속하면 민간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떨어지는 정비사업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 소장은 “그나마 지금은 재건축 기대감에 집값이 오르고 있지만, 이 역시도 언제까지 지속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추가 금리인상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할 경우 어떤 건설사도 재건축 공사에 뛰어들려 하지 않을 것”고 말했다.


“ 윤정헌 기자 ” 응원하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