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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9일 수요일

의대생들이 ‘의사 국시 거부’를 무서워하지 않는 이유

 

지금 의사협회와 의대 교수들이 해야 할 일은?
임병도 | 2020-09-09 08:34:08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의사 파업에 이어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시험(이하 국시) 거부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의사 국가실기시험 응시 접수자는 응시대상 3172명 중 446명뿐입니다. 85% 이상의 응시 대상자들이 의사 국시를 거부했습니다.

의사 국시 평균 합격률은 90%가 넘습니다. 의대생 10명 중의 9명은 합격하니, 시험만 보면 대부분 의사 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의사 국시에 응시하지 않으면 의사 면허증을 취득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의대생들은 국시 거부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태도입니다.

도대체 의대생들은 뭘 믿고 의사 국시 거부를 강행하고 있는지, 과거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의대생들, 의사 국시 탈락하자 추가 시험 요구하며 항의 집회

▲1996년 의사국가시험에 탈락한 의대생들이 여의도 광장에서 항의 집회를 하는 모습 ⓒMBC뉴스 화면 캡처

평균 90%가 넘는 의사 국시 합격률이 1995년과 1996년에는 각각 64.2%, 71.8%에 불과합니다. 2년 연속 의사 국시에서 대량의 탈락자가 발생한 것입니다.

1996년 당시 의사 국시 응시자 3천여 명 중 9백명이 탈락하자, 전국 의대생들은 수업을 거부하고 여의도에 모여 항의 집회를 열었습니다.

여의도에 모인 전국의대생과 탈락자들은 ‘국시사태 책임자 처벌 및 의학교육 정상화를 위한 예비의료인 결의대회’를 갖고 ▲의사국시 추가 시험 실시 ▲한국의사자격국가시험원(국시원) 개편 ▲의무사관 제도 부활 등을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90년까지만 해도 의대 졸업생이 의사 국가고시에 떨어져도 28세까지 입영을 연기하고, 의무사관 제도를 통해 장교로 입영이 가능했다”면서 “현행 병역법은 불합격자를 곧바로 사병으로 입대하거나 고작 1년간 입영을 연기해준다”라며 병역법 개정까지 요구했습니다.

의사 국시에 불합격한 의대생들은 집단으로 “문제 출제가 잘못됐다”며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상대로 “의사국가시험 불합격 결정처분 취소” 청구 소송도 제기했습니다.

불합격자들은 서울고법에 제출한 소장에서 “피고등은 의대교육 정상화와 의사의 질적 수준 향상을 꾀한다는 미명하에 암기형 위주의 문제를 진료위주의 문제로 바꿔 1백%에 육박하는 합격률을 지난해부터 60~70%로 하락시켰다”며 “합격률을 낮추기위해 교과서외의 지엽적이고 학습과 동떨어진 문제들을 출제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정부는 의대생과 의사 국시 탈락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95년에 이어 96년에도 추가시험을 실시했습니다. 추가로 치러진 의사 국시 합격률을 보면 95년 64.2%에서 85.7%로 96년 71.8%에서 95%까지 올랐습니다. 탈락자들 대부분이 구제된 셈입니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 의사 국시 일정 연기… 지금은?

▲2000년 6월 전국 41개 의과대학 의약분업 비상대책위원회와 의대생 6000여 명이 전국 의대생 동맹휴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는 모습 ⓒKBS뉴스 화면 캡처

의사 국시가 조정된 사례는 또 있습니다. 2000년 의약분업 파동 당시 전국 의대생들은 동맹 휴학을 하고 의사 국시를 거부했습니다.

2000년 의사 국시 대상자 3120명 중 265명만이 응시해 의대생들이 대거 탈락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해 12월 의약분업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정부는 의사 국시 일정을 1월에서 2월 연기하고 추가로 원서를 접수했습니다. 2001년 의사 국시 합격률은 85.7%로 대다수 의대생들이 구제됐습니다.

앞서 의사 국가고시 거부 사태에도 추가로 시험을 치를 수 있는 구제 방안이 나온 사례가 있으니 의대생들이 시험 거부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와는 다릅니다.

과거에는 실기시험이 없었습니다. 필기시험 만으로 의사 국시가 치러지니 일정만 연기하면 간단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실기시험이 있어 쉽지 않습니다.

올해 의사 국시 실기시험은 9월 8일부터 11월 20일까지 43일간 치러집니다. 응시자들은 정해진 실기 시험 날짜에 모의 환자를 문진해 병명을 알아내 처방을 하거나 의료기기를 다루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 과정은 필기시험처럼 간단히 연기할 수 없어 추가 시험이나 일정 변경이 쉽지 않습니다.

또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의사 국시 취소 의대생 구제 반대’, ‘의사 국시 부정행위 조사’ 청원 등이 올라오면서 정부가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의대생들의 편의만을 봐줄 수도 없게 됐습니다.

정부는 제85회 의사 국시 실기시험 응시 기간을 6일 자정까지 연기했습니다. 응시 취소자를 대상으로 재신청을 받았지만, 응시자는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이미 정부는 의사협회와 교수협의회의 요구를 수용해 두 차례나 연기했습니다. 더는 실기 시험을 연기할 명분이 사라졌습니다.

지금 의사협회와 의대 교수들이 해야 할 일은 의대생들을 볼모로 파업을 이어가는 게 아닙니다. 의대생들을 살릴 수 있도록 모든 행위를 멈춰야 그나마 국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습니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않는 의료진들의 주장은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판 속에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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