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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9일 화요일

대기업 노동자만 보호하는 법, 이젠 뜯어 고치자

 [기자의눈] 20만 시민이 입법 청원한 전태일3법, 공은 국회로

실제 한국노동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통합적 노동시장정책 패러다임>을 보면, 대기업 정규직 노조사업장 노동자 시간당 임금을 100으로 놓을 때 중소기업 비정규직 무노조사업장 노동자 임금은 2003~2017년 내내 40~50% 정도였다. 근속연수도 2014년 기준 정규직 6.95년, 비정규직 2.07년, 대규모기업 11.44년, 영세규모기업 3.31년으로 사업장 규모나 고용형태에 따른 차이가 컸다.


법이라도 중소 사업장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를 두텁게 보호하면 좋으련만 현실은 반대다. 외려 중소 사업장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는 법적 권리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예컨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와 달리 아무 이유 없이 해고돼도 법적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특수고용, 간접고용 등 비정규직 노동자는 직접고용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노조 가입이나 노사 교섭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한국사회의 노동 관련법은 큰 사업장 노동자에게 더 많은 권리를 주고 작은 사업장 노동자에게 더 적은 권리를 준다. 정규직에게 더 많은 권리를 주고 비정규직에게 더 적은 권리를 준다. 이러니 사용자는 비정규직을 쓰는 게 편하다. 근기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5인 미만으로 쪼개서 사업장을 등록하는 사용자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 민간에서의 정규직 일자리 증가나 노동시장 분절 해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노동계가 꺼내든 전태일3법은 이를 바꾸려는 시도다. 전태일3법에는 '법이 중소 사업장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더 두텁게 보장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비슷한 수준의 권리는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가 담겨있다. 작은 사업장에서 일한다고 더 쉽게 해고되거나,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노조를 만들지도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24일 국회 앞에서 전태일 3법 쟁취 사업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체적으로 전태일3법은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자'는 근로기준법(근기법) 11조 개정,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조합법을 적용하자'는 노동조합법(노조법) 2조 개정,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사용자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가리킨다.


 

근기법 11조는 근기법 적용 배제 조항이다. '휴가, 해고 등 근기법 조항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가사 사용인에게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가산수당이나 연차휴가를 받을 수 없다. 이들을 이유 없이 해고하는 것이 가능한 것도 이 조항 때문이다.


 

근기법 11조 개정은 근기법 적용 배제 조항을 삭제해 모든 노동자에게 근기법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가 개선될 여지가 생긴다. 특히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근기법의 해고 조항 적용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키우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노조법 2조는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교섭 상대방인 사용자의 정의를 담고 있다.


노조법 2조 개정은 이 정의를 넓혀 노조법 상 노동자에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하고, 노조법 상 사용자에 원청 사용자를 포함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특수고용노동자는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간접고용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조건을 두고 '진짜 사장'인 원청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다.


 

이 중 간접고용노동자에게 원청 사용자와의 교섭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업규모에 따른 격차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규모가 더 큰 원청업체 이윤이 하청업체 임금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는 사용자의 산재 예방에 대한 책임이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산재 발생 시 최소 형량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이 없어 처벌이 가볍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하청 노동자 안전에 대한 원청 사용자의 책임은 제한적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최소형량 도입 등 중대재해 발생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하청 노동자에게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원청 사용자도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요컨대, 전태일3법은 사업장 규모나 고용형태에 따른 근기법, 노조법, 산안법 상의 차별을 해소하려는 법안이다. 국가가 사업장 규모나 고용형태에 따라 노동자의 법적 권리를 차별해 노동시장 분절이 강화되는 상황을 그대로 둘 거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 대리운전노조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등을 요구하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 친 천막. ⓒ대리운전노조

지난 22일 전태일3법 입법은 국회에 청원됐다. 근기법 11조 개정과 노조법 2조 개정에 10만 명,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10만 명 등 20만 명의 국민 동의를 얻은 결과다. 전태일3법은 이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사를 받게 된다.


국회로 공이 넘어간 상황에서 이 법에 관심을 보이는 정당은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등 몇몇 진보정당 뿐이다. 한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꺼내들며 노동시장 분절 해소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보이던 정부와 입법의 키를 쥔 174석 거대여당 민주당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에서도 노동시장 분절 해소를 꾀하려면, 비정규직 노동자와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전태일3법은 괜찮은 출발점이다. 법적 권리는 시험으로 획득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른바 '공정' 논란에 시달릴 일도 없을 것이다. 정부, 여당에서 전태일3법에 관심을 기울이길 바라는 이유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92913022454353#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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