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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11일 금요일

울릉도 주민들에게 태풍보다 더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께 드리는 편지] 여객선은 그들의 목숨 줄, 대형여객선 운항 빨리 결론내야

20.09.11 16:40l최종 업데이트 20.09.11 17:02l

페이스북에 실린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의 글을 필자의 동의를 받아 싣습니다.  [편집자말]
 육지에서 마이삭 태풍의 피해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고 안도하고 있을 때 울릉도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언론들은 울릉도 피해의 심각성을 제대로 보도 하지 않았다.
▲  육지에서 마이삭 태풍의 피해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고 안도하고 있을 때 울릉도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언론들은 울릉도 피해의 심각성을 제대로 보도 하지 않았다.
ⓒ 김윤배 박사 외 울릉도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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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장관님!

울릉도 태풍 피해 현장을 방문해 주시고 신속한 피해 복구를 약속해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저는 울릉도 주민은 아니지만 울릉도 태풍 피해 보도를 도외시한 언론들의 보도 태도에 문제를 제기해 보도 방향을 바꾸었고, 울릉도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라는 성명을 발표해 정부의 관심을 이끌어낸 (사)섬연구소의 활동가입니다.

울릉도를 강타해 사상 초유의 피해를 입힌 태풍이 지나갔고 국무총리님과 장관님까지 현장을 방문해 피해 복구를 약속했지만 울릉도 주민들에게는 이제 또 태풍보다 더한 고통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겨울은 울릉도 주민과 울릉도 방문자들에게 동토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혹시 그 이야기를 이번 울릉도 방문 길에 들으셨는지요? 

섬사람들의 생명줄인 여객선의 결항 문제 때문입니다. 지난 2월 말 포항∼울릉 항로를 운항하던 대형 여객선 썬플라워호(2394톤, 정원 920명)가 선령 25년이 차서 운항이 중단했는데 투입되기로 약속됐던 동급의 대체 여객선은 아직 오리무중입니다.

지난 5월15일부터 현재까지는 썬플라워호 대체 선박으로 소형선박인 엘도라도호(668톤, 정원 414명)가 운항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파도가 조금만 있으면 멀미 때문에 소형 선박 탑승객들은 비닐봉지와 쓰레기통을 끌어안고 토사곽란을 해가며 서너 시간 동안 배를 타고 가야 합니다. 이때는 여객선이 아니라 지옥선입니다. 그런데 지금보다 파도가 더욱 거세지는 겨울이면 어떻겠습니까. 바다를 건너다 다들 중환자가 될 지경에 이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소형 여객선으로는 이 험한 뱃길마저 수시로 끊기게 된다는 점입니다. 겨울이면 소형 여객선이 울릉도로 갈 수 있는 날이 잘해야 한 달 1~2번에 불과합니다. 지난 수십 년간의 결항률이 이를 증명합니다. 대형 여객선이 다닐 때도 울릉도의 연평균 여객선 결항률은 100~120일쯤 됐습니다. 유배지도 이런 유배지가 없습니다. 울릉도 주민들은 감옥보다 더한 감옥살이를 했던 것입니다. 육지라면 폭동이라도 났을 테지만 울릉도 주민들은 묵묵히 참고 살아왔습니다.

대형 여객선 썬플라워호 퇴역 후 새롭게 취항할 대형 여객선 우선협상대상자로 대저해운이 선정됐습니다. 하지만 새로 취항할 대저해운의 2125톤급 쌍동형 선박은 새로 건조해야 하는 까닭에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새 여객선은 2021년 8월쯤에나 취항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포항 해수청은 대형여객선 취항 시까지 대체여객선으로 (주)대저해운의 소형 선박 엘도라도호(668톤)에 대한 운항을 인가했습니다. 포항 해수청은 인가하면서 '5개월 이내에 썬플라워호(2394톤)와 동급 또는 울릉주민 다수가 동의하는 대형선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울릉도 주민들은 당초부터 소형인 엘도라도호의 대체 선박 투입을 반대했습니다. 잦은 결항과 택배, 생필품 등의 공급 난항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포항 해수청이 엘도라도호 취항 5개월 이내에 썬플라워호와 동급이나 대형선으로 교체한다는 인가조건을 달자 주민들은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우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썬플라워호가 운항할 때는 매일 택배, 우편, 신선식품들이 오갔지만 지금은 매주 2차례만 화물선을 이용해야 합니다. 기상악화 시에는 7~10일씩이나 걸려 물건을 보내고 받을 수 있어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어떤 주민은 육지에서 보낸 복숭아 택배를 기상 악화로 열흘 만에 겨우 받았는데 복숭아가 모두 다 썩어 있었다고도 합니다.

여객선은 목숨줄입니다
 
 육지에서 마이삭 태풍의 피해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고 안도하고 있을 때 울릉도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언론들은 울릉도 피해의 심각성을 제대로 보도 하지 않았다.
ⓒ 김윤배 박사 외 울릉도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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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통 때문에 지난 7월 26일에는 울릉 주민 40여 명이 군청 회의실에서 김병수 군수와 대형여객선 투입에 관한 면담을 하다 김 군수가 명쾌한 답변을 제시하지 않자, 전격 농성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엘도라도호 취항 4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도 대저해운은 아직 대형 여객선을 취항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포항 해수청도 약속했던 것처럼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줘야 하지만 손을 놓고 있습니다. 더구나 포항 해수청은 울릉도 독도 해운이 지난 6월 포항~울릉 도동항 간에 대형여객선인 비스타호(2292톤급. 승선 502명)의 해상여객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했지만 계류시설 부족을 이유로 반려 시켜 버리기까지 했습니다. 지난 2월까지도 더 큰 여객선인 썬플라워호(2394톤)가 계류하던 도동항 계류 시설 부족으로 허가가 반려됐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조치입니다.

울릉독도 해운은 지난 8월 28일 다시 포항 해수청에 대형여객선 비스타호(2천292톤급) 운항 인가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포항 해수청은 답이 없습니다. 정작 취항하겠다는 대형 여객선은 운항 허가도 반려한 포항 해수청이 대저해운의 대형 여객선 미취항에는 수수방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대저 해운이 대형 여객선으로 대체할 의사가 없다면 비스타호의 운항을 인가해주는 것이 맞습니다. 어느 쪽이든 울릉도 주민들의 뱃길 고통을 덜어주는 쪽으로 결정되어야 마땅합니다.

존경하는 문성혁 장관님! 여객선은 섬사람들의 목숨줄입니다. 지난해 8월 6일에는 심정지로 쓰러진 50대의 울릉도 주민 한 분이 8호 태풍 프란시스코 북상으로 헬기 운항이 어렵게 되자 오후에 출항한 여객선으로 이송 중 배 안에서 사망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더 큰 배가 있어서 조금만 더 일찍 떴다면 살았을 수도 있을 목숨입니다. 섬사람들에게 이런 일은 부지기수입니다. 여객선이 목숨 줄인 것은 그 때문입니다. 울릉도 태풍 피해 현장을 몸소 둘러보시고 섬 주민들의 고통을 목격하신 장관님께서 울릉도 주민의 여객선으로 인한 고통도 함께 덜어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고맙겠습니다. 장관님의 도움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20년 9월 11일 (사)섬연구소 소장 강제윤 드림

태그:#울릉도, #해수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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