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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15일 토요일

희귀 개구리 ‘핫스폿’ 뉴기니, “마지막 피난처 지켜야”

희귀 개구리 ‘핫스폿’ 뉴기니, “마지막 피난처 지켜야”

조홍섭 2019. 06. 12
조회수 2867 추천수 0
코 세웠다 눕혔다 피노키오 개구리 신종 발견, 항아리곰팡이 아직 없어

fr1.jpg» 긴 코를 세웠다 눕혔다 할 수 있는 피노키오 개구리. 3종이 각 1마리씩만 발견됐을 정도로 희귀하다. 뉴기니가 항아리곰팡이로 인한 멸종사태에서 종 다양성을 지킬 마지막 피난처로 주목받고 있다. 팀 라만, 내셔널 지오그래픽, 올리버 외 (2019) ‘주 택사’ 제공.

개구리는 ‘제6의 지구 대멸종’ 사태에서 가장 앞선 피해자이다. 세계 개구리의 40%가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 세계로 퍼져나간 항아리곰팡이다.

세계의 개구리 90여 종이 이 치명적 곰팡이로 인해 멸종했고, 수백종이 그럴 위기에 놓였다. 이제 과학자들의 눈길이 쏠리는 ‘항아리곰팡이 없는 개구리의 마지막 피난처’가 바로 뉴기니이다.

호주 북쪽에 있는 뉴기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열대 섬이자 세계 개구리 종의 6%인 450여 종이 사는 생물 다양성의 ‘핫스폿’이다. 지금도 새로운 개구리가 잇달아 발견되고 있다.

fr2.jpg» 뉴기니의 위치도(붉은색). 오른쪽은 파푸아뉴기니, 왼쪽은 인도네시아령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양쪽 콧구멍 사이에 살점으로 된 기다란 돌기가 코처럼 솟아 ‘피노키오 개구리’로 불리는 리토리아 속 개구리가 그 예다. 폴 올리버 오스트레일리아 그리피스대 박사는 과학저널 ‘주 택사’ 14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피노키오 개구리 신종 2종을 추가로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2008년에 이어 인도네시아령 뉴기니 서쪽 포자 산맥의 원시 열대림에서 신종 개구리를 발견했다. 모두 3종이 된 피노키오 개구리는 각 종이 1마리씩만 발견됐을 정도로 희귀하다. 세웠다 눕혔다 하는 긴 코가 어떤 용도인지는 아직 수수께끼다.

올리버 박사는 “이처럼 보기 힘든 개구리는(실제로, 처음 발견한 피노키오 개구리는 현장 연구 캠프의 쌀자루 위에 올라앉은 것이어서, 개구리가 과학자를 발견한 셈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뉴기니에서 이뤄진 놀라운 발견의 일부일 뿐이며, 이 축축한 산악 섬이 개구리 다양성의 세계적 핫스폿(핵심 구역)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fr3.jpg» 나뭇잎 위에 낳은 알을 지키는 습성이 있는 뉴기니 개구리. 항아리곰팡이에 매우 취약한 종이다. 스티픈 제이 리처드 제공.

오스트레일리아를 비롯한 국제 연구자 30명은 과학저널 ‘생태학 및 환경 최전선’ 최근호에 실린 논문 “기회의 섬: 뉴기니는 지구로 번져가는 병원체로부터 양서류를 보호할 수 있을까”를 통해 뉴기니 양서류 보전을 위한 긴급대책을 촉구했다. 데버러 바워 오스트레일리아 뉴잉글랜드대 과학자는 “보전 재앙이 일어나기 전에 알아내 중단시킬 기회를 잡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항아리곰팡이는 애완동물의 국제거래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개구리가 살기 적합한 뉴기니의 습한 기후는 곰팡이가 번성하기에도 최적이다.

fr4.jpg» 올챙이를 거치지 않고 등에서 직접 깬 어린 새끼를 기르는 뉴기니 개구리. 스티픈 제이 리처드 제공.

사이먼 클루로 오스트레일리아 매콰리대 생물학자는 “많은 뉴기니 개구리가 이미 항아리곰팡이로 초토화된 호주의 것들과 가깝기 때문에 매우 취약하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올챙이를 거치지 않고 어미 등에 낳은 알에서 바로 개구리가 태어나는 뉴기니의 개구리들에 곰팡이가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 잘 모른다”고 덧붙였다.

연구자들은 이 섬의 개구리를 보전하기 위해 대비, 예방, 감지, 대응, 회복으로 이뤄진 ‘5단계 대응책’을 제시했다. 항아리곰팡이에 취약한 우선 보호대상 종을 정하고, 곰팡이의 전파를 늦추며, 개구리 집단의 변화를 더 잘 이해하는 것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Paul M. Oliver et al, Zootaxa 2019; doi: 10.11646/zootaxa.4604.2.6
Deborah S Bower et al, Front Ecol Environ 2019; doi:10.1002/fee.2057

조홍섭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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