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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5일 수요일

문 대통령 “기득권에 매달린다면 보수든 진보든 진짜 아냐”

“독립·민주주의·경제발전에 보수와 진보의 노력 함께 녹아 있어”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9-06-06 10:37:47
수정 2019-06-06 10: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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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하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2019.06.06.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하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2019.06.06.ⓒ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세 번째로 맞이한 현충일에 내놓은 주된 메시지는 '보수와 진보라는 대립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근 보수진영 일각에서 민주주의에 반하는 수준의 극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데 대한 사회적인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취임 첫해인 2017년 현충일에는 '국가를 위해 헌신하면 보상받고 반역자는 심판받는다'는 점을 내세웠고, 2018년에는 국가유공자의 의미를 소방 및 순직공무원 등으로 넓히는 데에 방점을 찍었다.
문 대통령은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된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우리에게는 사람이나 생각을 보수와 진보로 나누며 대립하던 이념의 시대가 있었다"라며 "하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에는 보수와 진보의 역사가 모두 함께 어울려 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독립과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는 보수와 진보의 노력이 함께 녹아 있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저는 보수이든 진보이든 모든 애국을 존경한다"라며 "이제 사회를 보수와 진보,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는 누구나 보수적이기도 하고 진보적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특히 "어떤 때는 안정을 추구하고, 어떤 때는 변화를 추구한다. 어떤 분야는 안정을 선택하고, 어떤 분야는 변화를 선택하기도 한다"라며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든 진보라고 생각하든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의 선 안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보훈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통합'의 사례로 광복군을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1945년, 일본이 항복하기까지 마지막 5년 임시정부는 중국 충칭에서 좌우합작을 이뤘고, 광복군을 창설했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임시정부는 1941년 12월 10일 광복군을 앞세워 일제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라며 "그 힘으로 1943년, 영국군과 함께 인도-버마 전선에서 일본군과 맞서 싸웠고, 1945년에는 미국 전략정보국(OSS)과 함께 국내 진공작전을 준비하던 중 광복을 맞았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김구 선생은 광복군의 국내 진공작전이 이뤄지기 전에 일제가 항복한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다"라며 "그러나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라고 부연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지난 100년, 우리는 식민지를 이겨냈고 전쟁의 비통함을 딛고 일어났으며 서로 도와가며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이뤄냈다"라며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의 길은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선, 장엄한 길이었다"라며 "되찾은 나라를 지키고자 우리는 숭고한 애국심으로 전쟁을 치렀지만, 숱한 고지에 전우를 묻었다. 경제성장의 과정에서도 짙은 그늘이 남았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미래로 나아가면서도 과거를 잊지 않게 부단히 각성하고 기억해야 한다"라며 "우리 자신의 뿌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되새기며,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통찰력을 가지고 바라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라며 "기득권이나 사익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는 마음이 애국"이라고 밝혔다. 특히 "기득권에 매달린다면 보수든 진보든 진짜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치적 이득을 위해 여전히 색깔 공세를 하는 정치인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힐 여지가 있다.
문 대통령은 현충원에 안장된 유공자들을 거론하며 '기득권을 떠난 진전한 애국'의 의미를 되새겼다. 문 대통령은 "여기 묻힌 한 분 한 분은 그 자체로 역사이며, 애국이란 계급이나 직업, 이념을 초월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립서울현충원 2번 묘역은 사병들의 묘역이다. 8평 장군묘역 대신 이곳 1평 묘역에 잠든 장군이 있다"라며 "'내가 장군이 된 것은 전쟁터에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버린 사병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우들인 사병 묘역에 묻어달라' 유언한 채명신 장군"이라고 소개했다.
또 "석주 이상룡 선생과 우당 이회영 선생도 여기에 잠들어 계신다. 두 분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넘어 스스로 평범한 국민이 됐다. 노비 문서를 불태우고 모든 재산을 바쳐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라며 "뿌리 깊은 양반가문의 정통 유학자였지만 혁신유림의 정신으로 기득권을 버리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건국에 이바지했다"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우리의 가슴에는 수많은 노래가 담겨있다. 조국에 대한 노래, 어머니에 대한 노래, 전우에 대한 노래, 이 노래는 멈추지 않고 불릴 것"이라며 "우리에게 선열들의 정신이 살아있는 한 대한민국은 미래를 향한 전진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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