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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21일 금요일

"이란 공습 철회" 언론에 흘렸나...보도 맥락과 배경은?

민주당도 "상황은 심각"...이란의 격추 능력에 놀라
2019.06.21 15:54:53




내년 미국 대선만 아니었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군사공격을 감행했을까?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저녁 7시 35분(이란 현지시간으로는 20일 오전 4시 5분) 발생한 이란의 미국 무인정찰기(드론) 격추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에 대한 공격을 승인했다가 돌연 철회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국방부와 국무부 관료들은 이날 오후 7시(미국 현지시간ㆍ한국시간 21일 오전 8시)까지만 해도 예정대로 공습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공습 목표는 이란의 레이더 시설과 미사일 기지 등을 정밀 타격하는 것이었다. 
▲ 이란에 대해서는 강경파로 뜻을 함께 하는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이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UPI=연합

기밀 브리핑 받은 민주당 지도부도 "위험한 상황"

트럼프 대통령이 계획을 철회하는 지시를 내릴 때 작전은 이미 미사일을 발사하기 직전 준비작업 단계에 들어갔었다. 항공기들은 상공에 떠있고, 군함들은 정위치에 대기중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에 대한 공습 결정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진과 공화당 지도부가 심각한 논의를 거쳤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받은 정부 고위 관료들을 인용한 보도라고 밝혔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2017, 2018년 시리아에 대한 두 차례 공습 이후 중동의 목표물에 대한 세 번째 공습이 될 뻔 했다"고 전했다.

공습 계획이 돌연 철회된 배경에 대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을 바꾼 것인지, 병참이나 전략적 이유로 계획을 변경한 것인지, 공습계획은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공습 계획과 철회와 관련해 취재에 들어가자 백악관과 국방부 관계자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지만 <뉴욕타임스>에게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요청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이란 겁주기 공습 쇼"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쇼'로만 보기에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이란은 대당 1억3000만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무인정찰기를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했다. 미국의 보복 공습은 민간인 살상 등 우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란 현지시각으로 21일 새벽 실시될 예정이었다. 보도대로라면 미국 현지시간으로 전날밤이라는 점에서 공습 예정 시간 직전에 철회 명령이 떨어진 것이 된다.

이란은 미국의 드론이 반복된 경고 신호를 무시하고 이란의 영해 안에 진입해 격추했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이란의 앞바다이지만 이란의 영해에서 떨어진 공해상인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만에서 격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에 대해 군사적 공격으로 보복할 것인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참모들의 의견도 갈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지나 해스펠 CIA 국장은 군사적 대응을 지지했다. 하지만 국방부 고위관료들은 이란에 대한 공습은 중동에 있는 미군을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경고하는 입장이다. 

미국이 이란을 공습할 명분은 이미 충분하다. 미국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최근 오만해에서 유조선들이 공격을 받은 배후를 이란으로 지목하고, 미국의 드론도 공해상에서 이란이 격추했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를 갖기 직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드론이 공해상에서 격추됐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기록된 근거가 있다"면서 "이란의 미군 무인기 격추는 매우 큰 실수"라고 경고했다.  

게다가 이란은 지난 2015년 타결된 이란 핵협상의 핵심 조항인 농축 우라늄 제한을 파기할 것을 조만간 선언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상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으면서도 이란의 핵무기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해 왔다.

백악관은 중대한 군사 기밀 브리핑을 의미하듯 민주당 지도부까지 상황실에 불러들여 설명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브리핑을 받은 후 "어떠한 군사적 행위도 의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하면서도 상황 자체는 심각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의원은 "이란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확산시키고, 중동 지역에서 테러를 지원하는 등 위험한 나라"라고 말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심각한 군사적 위기를 피하기 위한 방도를 모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지도부를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대신 "경솔하고 어리석은 자가 드론을 격추하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본다"면서 이란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두고 봅시다"라고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인기가 아니라 조종사가 탄 비행기가 격추된 것이었다면 훨씬 중대한 문제가 되었겠지만, 미국의 조종사가 위협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매우 큰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방부가 이란 공습의 후폭풍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중 하나로 이란의 군사기술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꼽힌다. 이란이 격추한 미국의 드론은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을 피할 수 있도록 개발돼 고고도로 비행중이었다. 이때문에 일부 미 국방부 관료들은 "이번 드론 격추는 미국이 중동 지역에 더 많은 병력과 정찰을 시행할 경우 이란이 미국을 난처한 처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역량을 보여준 것"이라고 놀라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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