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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6일 금요일

민병대가 허용되는 나라, 미국... 이대로라면 참사 재발을 막기 힘들 것

미국이 연이은 총기참사에도 총기규제에 실패하는 이유

17.10.06 20:56l최종 업데이트 17.10.06 20:56l



 미국 서부 네바다 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벌어진 미 역대 최악의 총기난사 참사로 59명이 사망하고 515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사진은 총격범 스티븐 패덕이 자동화기를 쏜 32층 객실의 깨진 창문
▲  미국 서부 네바다 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벌어진 미 역대 최악의 총기난사 참사로 59명이 사망하고 515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사진은 총격범 스티븐 패덕이 자동화기를 쏜 32층 객실의 깨진 창문
ⓒ 연합뉴스

지난 1일 저녁, 미국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인 스트립 지역에서는 컨트리 가수들의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10시 8분 경 제이슨 알딘(Jason Aldean)이 공연을 펼치던 중 폭죽소리와 같은 연속된 폭발음이 울렸다. 하지만 폭죽소리가 아닌 총성이었다. 수많은 관중들의 머리 위에 총알이 빗발쳤다. 범인은 콘서트장 바로 옆에 위치한 만달레이 베이 호텔 32층 객실에서 창문을 깨고 총격을 가했다. 한순간에 콘서트 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관중들은 총격을 피해 바닥에 엎드렸지만 오히려 공중에서 날아드는 총알에 더 넓게 노출되고 말았다. 지금까지 59명이 숨지고 527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상자가 600명에 달할 정도로 피해규모가 컸던 것은 범인이 32층 호텔에서 다수의 인파를 향해 총격을 가했기 때문이지만 범행에 사용된 총기의 특성에서도 크게 기인한 바도 크다. 범인이 머물렀던 호텔 객실에서는 20여정이 넘는 총기가 발견되었다. 스나이퍼들이 사용하는 스코프(조준경)도 발견되었다. 특히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1발씩 발사되는 반자동 방식의 총기를 분 당 400~800발의 완전자동 사격이 가능하도록 개조할 수 있는 범프 스탁(bump-stock)'도 발견되었는데, 피해가 컸던 결정적 이유였다.

최악의 총기참사를 겪은 미국은 슬픔에 잠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참사 현장을 방문해 "나라 전체가 애도한다"며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각국 지도자들의 애도도 이어졌다. 

이번 기회에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미국의 총기난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거의 매년 크고 작은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그때마다 슬픔과 애도 그리고 총기규제 주장이 이어진다. 그러나 미국은 반복적으로 총기난사 사건으로 엄청난 인명피해를 겪으면서도 총기규제에는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총기규제의 실패의 원인을 미국총기협회에서 찾고는 한다. 하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로는 미국의 헌법과 건국과정에까지 이어진다.

미국 최대의 로비단체, 미국총기협회
 영화 <미스 슬로운> 스틸컷
▲  영화 <미스 슬로운> 스틸컷
ⓒ (주)메인타이틀 픽쳐스

미국 로비스트들의 활약을 그린 2016년 작 영화 <미스 슬로운(Miss Sloane)>은 총기규제 법안을 둘러싼 미국 정계의 암투를 그리고 있다. 영화에는 총기규제 법안 도입을 무산시키기 위해 불법까지 서슴지 않는 미국총기협회(The National Rifle Association of America, NRA)와 거대 로비그룹, 거물급 정치인들이 등장한다. 

총기규제를 둘러싼 알력다툼은 영화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대형 총기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총기규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지만 로비가 합법화된 미국에서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NRA의 로비에 번번이 실패하고는 했다. NRA는 실제로 정치권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총기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엘 고어 후보의 반대활동을 하여 결국 엘 고어의 낙선에 결정적 여향을 미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개인의 총기소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반면 미국에서 총기규제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총기규제법안 역시 총기소유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총기구입 시 신원확인 절차 등을 강화하는 내용일 뿐이다. 하지만 이 정도 규제도 미국사회에서는 수용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총기소유의 자유가 미국의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국 수정헌법 제2조는 "규율 있는 민병은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국민의 무장할 권리를 넘어 민병대의 존재까지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의해 보장된 무장할 권리

미국의 헌법이 무기를 소유할 권리를 국민의 권리로 규정한 것에는 미국의 독특한 역사적 맥락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미국은 177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약 8년에 걸친 싸움 끝인 1783년 독립에 성공했다. 그리고 1787년 연방헌법을 완성한다. 그런데 헌법이 제정 된지 2년 만인 1789년에 미국의 제4대 대통령이 되는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은 헌법의 수정을 주장한다. 연방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견제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헌법조항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권리장전이라 불리는 10개조로 이루어진 수정헌법이다.

미국은 영국과 독립전쟁 당시 정규군대가 없었다. 대신 지역별로 산재해 있던 민병대(militia)들로부터 독립운동이 시작되었다. 민병대는 후에 대륙군(Continental Army)으로 합쳐져 독립을 이끌었다. 대륙군은 독립 이후 다시 민병대로 해체되었다. 

그런데 민병대는 정규 군대와는 성격이 달랐다. 민병대는 평시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사냥 등을 하던 사람들이 필요시 군대를 형성하여 전투 활동에 참여 하는 형태다. 때문에 민병대는 민간인들의 평시 무장을 전제로 한다. 평시 무장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전시에 이들을 모아 민병대를 조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수정헌법이 민병대와 국민의 무장을 보장하게 된 계기다.

미국의 민병대는 오늘날까지도 존재하고 이는 불법이 아니다. 현재도 미국 곳곳에서는 수백여 개의 민병대가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다. 다만 민병대의 존재는 수정헌법 제2조에 따라 보장되지만 군사적 행동이나 인명피해의 발생 등 불법행위는 금지된다. 그러나 몇몇 민병대가 주정부를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가 실행 전 적발된 사건도 있었고, 멕시코 접경지대에서는 민병대가 자체적으로 밀입국자들을 단속하며 불법행위를 일삼아 문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은 시민들이 각자 저마다의 총을 들고 군대를 만들어 독립을 일구어냈다. 독립 후엔 연방정부의 권력독점을 방지하고자 계속하여 민병대가 허용되었다. 자신의 총기로 무장한 개개인으로 구성된 민병대는 건국 초기 미국의 상징이었다. 그렇기에 헌법까지 무장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민병대에서 시작된 미국의 역사는 오늘 날 부메랑이 되어 미국을 세계 최대의 총기사고 국가로 만들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총기는 거대산업으로 성장했고 미국 정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로비단체로까지 이어졌다.

이번 총기참사로 목숨을 잃은 많은 이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면, 600명에 가까운 인명피해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또다시 총기규제에 실패할 것이다. 그리고 길지 않은 시일 내에서 또다시 총기참사가 발생할 것이다. 
 미국 서부 네바다 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벌어진 미 역대 최악의 총기난사 참사로 59명이 사망하고 5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 주 클라크 카운티 검시소 측이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설치한 총격 피해자 가족지원센터 앞에서 노란 근무복을 입은 경찰관이 출입자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  미국 서부 네바다 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벌어진 미 역대 최악의 총기난사 참사로 59명이 사망하고 5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 주 클라크 카운티 검시소 측이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설치한 총격 피해자 가족지원센터 앞에서 노란 근무복을 입은 경찰관이 출입자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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