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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2일 목요일

더워지는 바다 ‘니모’ 찾기 힘들어진다


조홍섭 2017. 10. 11
조회수 812 추천수 0
수온 상승이 말미잘 백화현상 불러
흰동가리는 스트레스로 번식률 73% 격감
 
n1.jpg» ‘니모’로 널리 알려진 흰동가리속의 열대어. 말미잘과 공생하는 이 물고기는 수온이 상승하면 스트레스로 번식률이 크게 떨어진다. 수잔 밀스 제공.
 
태평양과 인도양의 산호가 있는 얕은 바다에 사는 흰동가리는 ‘니모를 찾아서’란 애니메이션으로 명성을 얻은 물고기이다. 노랑이나 주황색 몸통에 선명한 줄무늬가 난 이 작은 물고기는 무엇보다 독침이 있는 말미잘과 공생을 하는 동물로 잘 알려져 있다. 흰동가리는 끈끈한 피부의 점액 덕분에 촉수에 닿아도 괜찮다. 말미잘 촉수의 보호를 받으며 촉수 밑바닥에서 안심하고 번식한다. 흰동가리는 대신 포식자와 기생생물로부터 말미잘을 지켜주며 물살을 일으켜 말미잘의 서식환경을 개선하기도 한다.

n2.jpg» 흰동가리는 독침 촉수가 있는 말미잘과 공생한다. 말미잘은 또 미세조류와 공생하는데, 해수온 상승으로 조류와 공생이 깨지면 흰동가리의 삶도 위협받는다. 수잔 밀스 제공.
 
집에서 기르는 동호인이 많을 정도로 사랑을 받는 흰동가리이지만, 앞으로 야생에서는 찾기 힘들어질지 모른다. 기후변화로 바다의 수온이 차츰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수온 상승이 말미잘의 백화현상을 부르면, 스트레스가 심해진 흰동가리의 번식률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무레아 섬에서 프랑스 등 국제 연구진은 2015∼2016년 세계를 덮친 최악의 엘니뇨를 이용해 수온 상승이 흰동가리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자들은 말미잘에 터 잡은 흰동가리 30쌍을 엘니뇨 직전과 도중, 직후에 지속해서 관찰하면서 생리적 변화와 번식 상태를 일일이 조사했다. 

n4.jpg» 백화현상이 일어난 말미잘. 흰동가리는 포식자의 눈에 더 잘 띄고 촉수의 보호도 약해져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수잔 밀스 제공.
 
2016년 3월 엘니뇨가 절정에 이르면서 바닷물의 온도는 29.3도까지 치솟았고 산호와 함께 말미잘에서도 백화현상이 나타났다. 연구 해역에서 백화현상은 말미잘의 절반가량에서 나타났다. 백화현상의 출현 여부에 따라 두 집단에서 흰동가리를 비교 연구할 절호의 조건이 마련됐다.
 
말미잘의 촉수에는 산호와 마찬가지로 황록공생조류라는 미세한 식물플랑크톤이 자란다. 그러나 수온이 상승하면 말미잘과 미세조류 사이의 공생은 깨지고 조류가 축출되면서 말미잘은 흰색으로 바뀌게 된다.

n3_Suzanne C. Mills2.jpg» 흰동가리는 독침이 있는 말미잘 촉수 아래 안전한 곳에 알을 낳는다. 수잔 밀스 제공.
 
놀랍게도 백화현상이 나타난 말미잘에서 흰동가리의 번식률은 그렇지 않은 말미잘보다 73%나 떨어졌다. 물고기의 혈액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급증했지만 성호르몬 분비는 크게 줄었다. 흰동가리는 왜 스트레스를 받은 걸까. 연구자들은 그 이유로 백화현상과 함께 말미잘의 크기가 줄어든 데다 촉수에서 분비하는 신경독과 촉수의 위장 효과가 감소해 결과적으로 포식 위험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n5.jpg» 백화현상이 나타난 말미잘의 촉수 틈에 숨은 어린 흰동가리. 건강한 말미잘로 이동하다가는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기 십상이다. 수잔 밀스 제공.
 
연구자들은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 반응과 사회적 변화는 흔히 번식을 희생시켜 생존을 도모하도록 한다”며 “이번 연구는 호르몬 스트레스 반응이 개체군 변화의 핵심적 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보였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 해역의 흰동가리와 말미잘은 수온이 정상으로 돌아온 뒤 서너 달이 지나서야 회복됐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 계속될 때도 회복이 유지되리는 의문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uzanne Mills et al, Cascading effects of thermally-induced anemone bleaching on associated anemonefish hormonal stress response and reproduction, Nature Communications 8:716(2017), DOI: 10.1038/s41467-017-00565-w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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