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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19일 금요일

하루 42분 수면, 10일 논스톱 비행 군함새 미스터리

하루 42분 수면, 10일 논스톱 비행 군함새 미스터리

조홍섭 2016. 08. 19
조회수 1187 추천수 0
대양 위를 몇달씩 날면서 먹이 찾는 대형 바닷새
밤에만 뇌 절반 잠깐씩 휴식, 육지 오면 13시간 ‘쿨쿨’

1weimerskirch3HR.jpg» 망당대해를 몇 달씩 비행하면서 먹이를 찾는 대형 바닷새 군함새. 이들은 어떻게 잠 부족을 해결할까. weimerskirch

군함새는 열대 태평양과 인도양에 서식하는 대형 바닷새이다. 날개를 펴면 2m가 넘는 커다란 몸집에 한 번 사냥에 나가면 끝없는 대양 위를 몇 달씩 비행하면서 먹이를 찾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최근 소형 무선 발신기를 부착해 상세한 비행기록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이 새의 놀라운 비행 능력이 전모를 드러내고 있다. 앙리 위메스키슈(Henri Weimerskirch)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생물학자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7월 1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방식으로 밝힌 군함새의 비행을 소개했다.

아프리카 모잠비크 해협의 작은 섬에서 번식한 군함새들은 상승기류가 형성되는 적운과 무역풍을 이용해 인도양의 무풍지대를 광범하게 돌아다녔다. 성체 한 마리는 매일 평균 420㎞씩 48일 동안 비행하기도 했다.

몸이 가벼운 어린 개체는 더욱 길고 먼 비행에 나섰는데, 2개월 넘게 계속 날아다닌 개체가 있는가 하면 한 마리는 중간에 섬에서 4일간 쉰 것을 빼곤 185일 동안 5만5000㎞를 비행했다. 연구자들은 군함새가 이런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는 비결을 상승기류를 타고 오른 뒤 60㎞ 거리까지 활공을 하면서 거의 날개를 움직이지 않는 비행술에서 찾았다. 이 새가 날개를 퍼덕이는 것은 주로 바다 표면에서 먹이를 쫓을 때였다.

6.jpg» 어린 군함새 6마리가 인도양을 비행한 범위. Henri Weimerskirch et. al.,<Science>

이런 장거리 비행 때 잠은 어떻게 잘까. 사람이라면 몇 시간만 덜 자도 운전할 때 꾸벅꾸벅 졸 수밖에 없다. 잠을 오래 자지 않을수록 주의력과 수행능력은 점점 더 떨어진다.

그러나 공중이나 물속에서 장시간 이동하는 새나 돌고래 등은 뇌의 절반씩 교대로 잠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그런지 확인하려면 비행하는 새의 뇌파를 측정하는 수밖에 없다.

닐스 라텐보르그 독일 막스 플랑크 조류연구소 생물학자 등 국제연구진은 군함새를 이용해 그런 실험을 했다. 연구자들은 태평양 갈라파고스 섬에서 군함새의 머리에 수면파 측정기와 머리의 움직임을 알 수 있는 중력계를, 등에 위치와 고도를 재는 지피에스 장치를 붙여 장시간 비행에 나선 군함새가 잠을 어떻게 자는지 알아봤다.

fr1.jpg» 갈라파고스에서 연구자들이 수면파 측정기 등을 머리와 등에 부착한 군함조. 닐스 라텐보르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3일 치에 실린 논문을 보면, 군함새는 예상대로 뇌의 절반만 이용하는 반구 수면을 했지만 예상치 못한 놀라운 수면 양상도 두드러졌다.

군함새의 발에는 물갈퀴가 없다. 또 깃털의 방수 기능도 변변치 않고 날개는 아주 길다. 바다에 내려앉기도 다시 물 위로 날아오르기도 힘든 구조다.

따라서 다른 새와 부닥쳐 자칫 바다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치명적인 결과가 빚어진다. 망망대해를 미끄러지듯 활공하면서 잠깐씩 눈을 붙일 수 있는 느긋한 여건은 아니다.

게다가 대양에 먹이가 어디나 널려 있는 것도 아니다. 고래나 다랑어에 쫓겨 날치나 오징어가 바다 표면으로 몰려나오는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그런 기회의 전조인 바다에 소용돌이가 이는 것은 낮이든 밤이든 살펴야 한다.

fr2_B. VOIRIN.jpg» 측정장치를 단 채 비행 중인 군함새. B. VOIRIN

연구자들은 이런 생태적 압박이 군함새의 수면 방식을 결정한다고 보았다. 우선 반구 수면은 밤 동안 일어났다. 해가 진 뒤 상승기류를 탈 때 수 분에 걸쳐 깊은 잠(서파수면·SWS)을 잤다.

상승기류를 타고 선회할 때 비행 방향의 뇌는 깨어 눈을 뜨고 있었다. 라텐보르그 박사는 육지에서 청둥오리가 잘 때도 이런 방식을 택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무리의 가장자리에 있는 청둥오리는 외부로 향한 눈만 뜨고 반구 수면을 한다.

놀랍게도 어떤 때는 양쪽 뇌가 모두 잠에 빠졌다. 이는 비행을 할 때 뇌의 절반조차 깨어있을 필요가 없는 상태가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육지에서보다 비행 중에 반구 수면이 잦았다.

몇 초 동안이지만 군함새가 렘수면에 빠지기도 했다. 렘수면 동안에는 근육의 힘이 완전히 빠진다. 군함새도 머리를 떨구는 동작을 한 뒤 화들짝 놀라 잠을 깼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군함새의 하루 수면 시간이 평균 42분에 그친다는 것이다. 육지에 돌아와서 하루 13시간을 자는 데 견주면 7.4%에 지나지 않는다.

fr3.jpg» 상승기류를 타고 선회하며 상공에 오른 뒤 아래로 비스듬히 활강하면서 먹이를 찾는 에너지 절약형 군함새의 비행. <사이언스>

다시 말해, 날개를 퍼덕일 필요가 없는 선회 상승과 활공 때에도 80%의 기간에는 깨어있는 셈이다. 이 조사에서 군함새 한 마리는 열흘 동안 3000㎞를 날았는데, 비행 마지막 날 수면 부족의 압박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텐데도 수면 양상은 처음과 비슷했다.

로텐보르그 박사는 “사람을 포함한 많은 동물은 수면이 부족하면 극적인 고통을 당하는데 일부 새들은 훨씬 적은 수면으로도 적응해 나가는 것은 미스터리”라고 막스 플랑크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실제로 최근 북극에서 이뤄진 연구를 보면, 아메리카메추라기도요 수컷은 백야가 계속되는 북극의 여름철 번식기 때 3주일 동안 거의 자지 않고 짝짓기 행동에 나선다. 놀랍게도 가장 덜 잔 수컷이 가장 많은 자손을 남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3weimerskirch10HR.jpg» 육지에서 짝짓기 행동 중인 군함조. 비행하지 않을 때는 잠자는 양상도 전혀 다르다.Weimerskirch

연구자들은 환경은 전혀 다르지만 군함새에도 잠 부족보다 훨씬 중요한 생태적 압력이 이런 특이한 적응 행동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잠 부족을 극복하는 방식으로는 뇌 신경화학의 차이 또는 강력한 쪽잠을 통한 회복 등이 제시됐다.

연구자들은 “군함새가 어떻게 잠을 덜 자고도 삶을 잘 꾸려나갈 수 있는지 알아낸다면 우리의 수면 부족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enri Weimerskirch et. al., Frigate birds track atmospheric conditions over months-long transoceanic flights, Science, Vol. 353, Issue 6294.

Niels C. Rattenborg et. al., Evidence that birds sleep in mid-flight, Nature Communications, 7:12468, DOI: 10.1038/ncomms12468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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