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원 임명 않더니, 9인 체제인 지금 왜?
“국회가 조치해야” 학자도 재탄핵 촉구
속내는? ‘해체 위기’, ‘불소추특권 해석’
내란동조 피의자, 기소되면? “그때 생각”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민의힘은 ‘헌재 결원 방지’를 이유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 판사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하고 있다. 그러나 9인 체제를 회복한 헌재 운영엔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위헌 정당 해산 심판’과 향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당선 시 ‘대통령 불소추 논란’을 겨냥한 포석을 깔아 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완규 법제처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법제사법위원회의 현안질의 오전질의 정회 후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 뉴시스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완규 법제처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법제사법위원회의 현안질의 오전질의 정회 후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 뉴시스

인제 와서 결원? ‘낯뜨거운 말 뒤집기’

9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말을 바꾸면서까지 재판관 임명에 힘을 보탰다. “‘현상 유지에 머물러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헌법재판소 운영 역시 현상 유지 차원에서 결원 사태를 방치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마은혁 후보 임명으로 현재 9명 완전체 상태인 헌법재판소가 2명 결원으로 인해, 운영에 지장을 받는 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 법학교수회는 “한 대행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헌법의 취지에 반하는 위헌적 행위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면서 “마은혁 헌법재판관의 임명으로 7인 체제가 된 헌법재판소는 그 운영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관성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과 한 대행의 주장대로 결원 사태를 방지하고자 했다면 국회에서 선출한 마은혁, 조한창, 정계선 후보 임명도 서둘러야 했다. 

“국회가 조치해야” 학자도 재탄핵 촉구

이제 정치권을 넘어, 학자들도 한덕수 탄핵을 촉구하고 나섰다. 헌법학자 100여 명이 참여하는 ‘헌정 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는 성명을 통해 “국회는 한 권한대행이 중대한 헌법 위배 상태를 지속하는 경우 그 조속한 해소를 위해 탄핵소추 등 가능한 모든 헌법적·법률적 조치를 강구함으로써 국민대표기관으로서 헌법수호의 소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 밝혔다.

일각에서는 한 대행이 야당을 도발해 탄핵당한 뒤, 조기대선 출마를 노린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은 이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재탄핵을 고심하는 눈치였으나, 초선 의원들과 다른 야당이 재탄핵을 촉구하고 있어, 한 대행 재탄핵은 점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속내는? ‘해체 위기’, ‘불소추특권 해석’

월권이란 비판까지 받으면서 헌법재판관 임명을 서두르는 이유에 대해 국민의힘이 위헌 정당 판결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파면을 이끈 시민들의 구호는 ‘윤석열 파면’과 ‘내란 정당, 국민의힘 해체’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을 중도보수로 규정했고, 위헌 정당으로 몰리면서 정치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소멸할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깔린 거다,

만약 이 처장과 함상훈 부장 판사가 임명된다면 재판관 구도는 보수 5, 중도 2, 진보 2가 된다.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의 인용 요건(6명)을 막기 쉬워진다.

이재명 대표가 당선됐을 때, 대통령 불소추특권 해석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 현재 이재명 대표가 무죄를 판결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외 받는 재판은 5건이다. 대통령 불소추특권 해석에 따라, 구속 여부 의견이 분분한데, 헌재를 보수 성향 재판관으로 채워 이 대표에게 불리한 판결을 유도하려는 거다.

내란동조 피의자, 기소되면? “그때 생각”

이 처장은 윤석열의 40년 지기로,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당시, 그의 변호를 맡기도 했으며, 김건희 여사의 모친인 최은순 씨의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또한, 불법 비상계엄 사태 다음날 대통령 안가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등과 회동을 해 내란공범으로 수사받으며, 윤석열을 비호 하는 데 앞장섰다.

오늘 법사위에서는 윤석열 탄핵을 수용한다고 헌재의 판결을 받아들이는 듯 말했으나, 2월에는 “마은혁 임명 보류는 정당한 권한 행사”라며 헌재 판단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함께 내란동조 의혹이 있으며, 헌재 판결도 무시할 수 있는 안성맞춤 인사인 셈이다.

정청래 의원이 현재 내란공범으로 수사받는 상황에 대해, 만약 임명된다면 헌법재판관이 검찰에 수사받는 상황이 될 텐데 어떡할 거냐 물으니, 자신은 기소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답을 피하다, 추궁이 이어지자, “기소가 되면 그때가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법사위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임명할 수 없도록 하는 법과, 국회나 대법관이 지명한 헌법재판관 후보를 대통령이 7일 이내 임명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임명한 것으로 간주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김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