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기사에 대한 내 대답, 응 많이 웃어라. 1년 남았다.”
내가 이 대목에서 진짜 피식 하고 웃었는데 얘들 머리(대가리라고 쓰려다가 참은 거다) 구조가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었다. “1년 남았다”가 무슨 뜻이었겠나? 2022년에 대선이 열릴 거고 거기서 윤석열이 당선될 거라는 뜻이다. “윤석열이 당선되면 민중의소리니 이완배니 하는 것들은 다 죽었다” 이런 협박이기도 하고 말이다.
투쟁의 민족을 뭘로 보고
내가 거기서 피식 하고 웃은 이유는 얘들은 진짜 우리 민중들의 특징을 쥐뿔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이 바뀌면 뭐?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뭐어?? 그러면 진보로 살던 민중들이 절망하고 다 포기할 것 같냐? 어디서 씨알도 안 먹히는 멍멍이 소리를 하고 자빠진 거냐?
일본인들이 매우 중시하는 문화가 하나 있다. 와(和)라는 것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가 꽌시(關係)라면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가 바로 ‘와(和)’다. 와(和)를 일본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대립하지 않으며, 집단으로 한 덩어리가 되어진 상태, 사이좋게 서로 협력하려는 자세’라고 설명한다.
왜 이런 문화가 일본에 뿌리 깊게 박혔느냐? 여러 해석이 있는데 섬나라라는 특징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대륙으로 직접 오갈 수 있었던 우리와 달리 일본은 죽어도 그 섬 안에서 모든 일을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서로 대립을 하면 진짜 서로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 어디 도망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와(和)가 필수적이다. 어떻게든 타협을 해야 살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 문화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미국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는 저서 ‘국화와 칼’에서 “일본인들은 각자가 알맞은 위치를 갖는다(take one’s proper station)는 명제를 매우 중시한다”라고 분석한다.
이게 무슨 뜻이냐? 각자 주제 파악을 잘해서 나대지 말라는 뜻이다. 천민은 천민의 위치에서, 사무라이는 사무라이의 위치에서, 농민은 농민의 위치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와(和)가 유지된다.
희한하게도 일본에서는 왕조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이른바 만세일계(萬世一系)라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이라고 왕을 넘나드는 권력을 가진 이들이 없었겠나? 당연히 있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사무라이도 여럿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절대 왕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게 각자의 알맞은 위치를 지키는 일이고 그래야 와(和)가 지켜지기 때문이다. 쿠데타로 집권한 사무라이들이 왕이 되는 대신 쇼군(將軍)이라는 이상한 직책을 만들고 막부(幕府)라는 이상한 정권 시스템을 운영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나타나는 현상이 우두머리 중심주의 사상이다. 일본에서 우두머리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갖는다. 전쟁을 할 때 우두머리의 목을 치면 전쟁이 끝난다. 밑의 사람들은 알아서 각자의 알맞은 위치를 지키며 복종한다. 일본 왕의 명령 한 마디에 카미카제(神風, 신풍)라는 자살 특공대를 마다하지 않던 일본인들? 왕이 무릎을 꿇는 순간 순한 양으로 돌변하지 않았나?
우리는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
이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일본과 아예 다른 사고를 가진 민족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임진왜란 때 일본인들이 가장 놀란 대목은 왕이 신의주로 튀고 장수들이 다 죽었는데 조선인들이 결코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왕이 튀면 전쟁이 끝나는 건 니네 일본 이야기고, 왕이 튀건 장수가 죽건 우리 민중에게 중요한 건 나라를 지켜야되겠다는 신념이다. 그래서 우리는 투쟁의 민족이다. 임진왜란 때 의병 투쟁은 물론이고 동학 혁명을 필두로 4.19혁명, 6.3항쟁, 부마 민주항쟁, 광주 민주화항쟁, 1987년 직선제 투쟁, 1991년 5월 투쟁, 2016년 촛불혁명, 그리고 2025년 윤석열 탄핵 투쟁까지. 우리는 부당한 것을 보면 참지 못한다.

그래서 서민이 “1년 남았다” 어쩌고 한 게 웃겼다는 거다. 네 말대로 윤석열이 2022년 대통령이 됐다. 그게 뭐? 그러면 우리가 멈출 줄 알았냐? 기생충만 분석하지 말고 역사와 인문학도 좀 공부해라. 그 대가리로 논객질 흉내라도 내겠냐? 아니면 그 부족한 지식에 걸맞게 일본에 가서 “대한민국은 대가리가 바뀌었는데도 겁을 안 먹고 투쟁을 계속해요. 저런 미친 놈들을 어떻게 할까요?”라며 징징대던지.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내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 대통령을 두 번이나 탄핵한 이런 투쟁의 민족을 지구 어디서 만난단 말인가? 옛 민중가요 가사의 한 대목처럼 우리는 ‘해골이 두 쪽 나도’ 지킬 것은 지킨다. 나는 동지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 대한민국에는 감히 동지라 부를만한 벗들 숫자가 수천만이다.
아무튼 진짜 국뽕이 차오르는 아름다운 주말이었다. 이런 동지들과 함께라면 내가 부끄러워지기 싫어서라도 더 열심히 싸우겠다는 다짐이 든다. 사랑과 존경과 뜨거운 동지애를 담아, 윤석열 파면까지 더없이 멋지게 싸워준 동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투쟁!
발행 2025-04-07 06: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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