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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3일 목요일

'尹멘토' 이종찬 "이승만 기념관은 '괴물'…이승만=김일성이냐?" 작심 비판


'이승만 기념관', '1948 건국론' 작심 비판…박민식 보훈부장관은 불참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08.04. 06:51:50


정부가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이 "김일성은 왕조의 창건자고 시조다. 그런데 이승만 대통령을 대한민국의 시조라고 그렇게 해야 되겠느냐"고 작심 비판했다. '뉴라이트' 등 보수 일각에서 제기되는 1948년 건국절 주장에 대해 반박하며, 현 정부의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다.

이 회장은 3일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에서 '1948년 건국론'을 비판했다. 언론에 미리 배포된 원고에는 박민식 보훈부장관 등이 주축이 돼 추진하고 있는 '이승만 기념관'에 대해 "이승만 대통령을 신격화하여 건국 대통령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괴물 기념관이 건립된다면 반대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장 인사말에서는 톤이 다소 누그러졌지만, 이승만과 1948년 건국론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이 회장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발전은 1919년 기미년 독립선언에서 비롯됐다"며 "1948년 건국론은 이런 역사의 지속성을 토막 내고 오만하게 '이승만 건국론'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일제가 침탈하여 우리의 역사를 지우려 해도 우리나라는 계속 존재해왔고, 일제 강점으로 주권 행사가 불가능했어도 나라는 존재해있었다"며 "대한제국이 일제에 의해 소멸됐고, 38년 만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이설"을 비판했다. 이 회장은 이렇게 되면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가 통치한 것이 정당화 된다. 그렇게 되면 독도는 일본 땅이 된다. 위안부 할머니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는 일본 신민 간의 문제이지 우리가 간여할 일이 아니게 된다"고 비판하며 "나는 과연 대한민국 1948년 건국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런 점까지 생각하고 이설을 주장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회장은 "만약 알고도 주장했다면 이런 사람은 신종 친일파 민족반역자"라고 비판했다.

1948년 건국을 인정하는 것은 북한의 행태와 다름 없다는 것이다. 그는 그간 수차례 언론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시작을 1948년으로 보면 남도 건국, 북도 각각 건국한 게 돼 결국 북한을 동격으로 보게 된다. 정통성을 주장하면서 왜 그런 일을 하느냐"고 주장해 왔다. 

앞서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지난 7월 19일 이승만 서거 58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이승만 대통령 바로 세우기'는 어떤 개인에 대한 숭배나 찬양을 위함이 아니다. 역사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굳건히 지키기 위함이다"라며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역대 대통령의 자제분들과 4·19혁명의 주역들이 힘을 합쳐 '이승만 대통령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론조사업체 여론조사 공정이 데일리안의 의뢰로 지난달 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9.6%가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공감'한다고 응답했고 55.8%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날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주요 참석자로 초청됐지만 '휴가'를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종찬 회장은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로, 윤석열 대통령이 어린 시절부터 '멘토'로 여겼던 인사다.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의 죽마고우인 연세대학교 이철우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부친으로, 윤 대통령이 어린 시절부터 그를 따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보수정당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전두환, 노태우 정부에서 민주정의당 원내총무,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군부 독재 시절 여권에 몸 담았지만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과 함께 드물게 합리적 보수로 평가돼 왔다.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국정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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