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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5일 목요일

[양이원영 인터뷰①] “재생에너지 공격하면서 원전으로 ‘탄소중립’ 말하는 건 위선”

 


양이원영 의원이 국회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이 상쇄돼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로써 한국은 이미 같은 선언을 한 다른 국가들과 기후위기 문제 대응 인식을 같이 하게 됐다.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처럼 탄소중립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 하지만 ‘어떻게’ 탄소중립을 이룰 것이냐는 방법론을 두고는 입장이 명확히 갈린다.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지목되는 석탄발전 등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건 문재인 정부의 기본 구상이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원전도 서서히 물러나게 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보수진영은 원전이 탄소중립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에게 원전은 ‘친환경’ 발전소인 반면,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도움이 안 될뿐더러 ‘국토파괴’의 주범이라고 폄하한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가 출신으로 현재 국회 기후위기그린뉴딜연구회 책임연구위원을 지내고 있는 양이원영 의원(무소속)은 “보수가 탄소중립을 진짜로 하고 싶어 하는 걸까”라고 반문했다.

양 의원은 4일 국회에서 가진 민중의소리와 인터뷰에서 “진짜 탄소중립을 하고 싶다면 재생에너지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생에너지를 공격하면서 탄소중립을 하겠다는 것은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그 이유는 “원전으로는 탄소중립이 2050년까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신고리원자력발전소 3, 4호기.ⓒ뉴시스

왜 원전으론 탄소중립이 불가능할까?

국내 탄소중립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대통령 직속기구 ‘2050년 탄소중립위원회’는 5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했다.

△기존 체계와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술발전, 원・연료의 전환을 고려해 순배출량을 ‘25.4백만톤 CO₂eq’로 하는 1안 △1안에 화석연료를 줄이고 생활양식 변화를 통해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해 순배출량을 ‘18.7백만 톤 CO₂eq’로 하는 2안 △화석연료를 과감히 줄이고 수소공급을 전량 그린수소로 전환해 획기적으로 감축해 배출량을 ‘0’(넷제로)로 하는 3안이 담겼다. 진정한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3안이 달성돼야 하는 셈이다.

양 의원은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디딤돌이 될 2030년의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앞으로 2030년까지가 관건이에요. 이때 탄소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그 이후 2040년, 2050년 기후를 결정할 거예요. 지금 지구가 뜨겁게 달궈진 데 따른 영향은 10년 이후에 나타날 겁니다. 지금의 기상변화는 10년, 20년 전에 온실가스로 지구가 달궈진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초기에 바짝 탄소를 줄여놔야 해요.”

2030년까지 앞으로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시나리오 초안에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NDC를 2017년 대비 24.4% 감축한다는 내용을 담아 제출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온실가스를 5억3600만톤으로 줄이겠다는 것인데, 이는 국제사회가 탄소중립을 위해 한국 정부에 요구해온 3억톤보다 2억톤 가까이 넘치는 배출량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5년 대비 50~52% 감축, 유럽연합(EU)은 1990년 기준 55%, 영국은 68%, 일본은 2013년 기준 46% 감축안을 제시한 데 비해서도 턱없이 낮다.

양 의원은 2017년 대비 50% 이상으로 목표치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법·제도가 미비해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 야당은 한술 더 떠 현재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기록된 2018년 대비 50% 이상 줄이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양 의원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양 의원은 ‘어떻게 달성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보수진영은 원전이 답이라고 한다. 하지만 양 의원은 원전으로는 10년 내 불가능한 일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원전은 지금 건설을 계획해서 가동하는 데까지 10년이 걸려요. 건설만 5년이 걸려요. 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안전할 권리에 대한 요구도 커지잖아요. 당연히 아주 조그만 위험의 가능성에도 노출되고 싶어 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 앞으로 갈수록 안전을 위한 규제는 강화될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한 비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건설기간과 인허가과정도 길어질 수밖에 없어요.”

현재 우리나라 원전 1기당 1년 발전량은 1기가와트(GW) 정도다. 최신형이라고 하더라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10년 동안 원전을 2기 밖에 건설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 양 의원은 “어느 세월에 하느냐”고 답답해했다.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다면, 원전으로 발전량을 보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양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온실가스는 (1년에) 총 7억톤 정도 된다. 그중 88%가 에너지 사용에서 나온다”며 2018년 기준 데이터를 토대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에 따르면 2018년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발전(석탄발전소 60여 기 등) 37% ▲산업(제철·시멘트·석유화학 등) 35.8% ▲수송 13.5% ▲농축산·건물 등 기타 순으로 높다. 발전에서 약 2억7천만톤, 산업에서 약 2억6천만톤, 수송에서 약 1억톤이 배출됐다. 양 의원은 “이런 상태에서 10년 내에 NDC 50%로 어떻게 줄일 것이냐”며 “석탄발전을 제로(0)로 만들어도 37%밖에 (감축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걸(감축분을) 10년 내에 모두 원전으로 바꾼다고? 한번 해봐라. 못 바꾼다”며 보수진영의 친원전 주장을 반박했다. 특히 송전선로가 미비해 현재 가동되는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도 상당 부분 송전하지 못하는 ‘제약규모’가 발생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한 마디로 전기가 남고 있기 때문에 원전을 더 지을 이유도 없고, 더 짓는다고 하더라도 송전선로를 추가로 만들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고압직류송전선로가 2026년에 만들어지면 그때야 (제약규모가) 해소돼요. 그렇게 하려면 지금 입지가 선정돼 공사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 선로가 지나가는 곳이 어딘 줄 아세요? 동강이에요. 환경영향평가가 굉장히 까다롭게 진행될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지중화하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돈도 엄청나게 깨져요. 신한울 1·2호기도 지금 전기를 제때 공급하지 못하고 이때 가서야 (제약규모가) 해소될 수 있는데, 신한울 3·4호기를 지금 기획해 착공한다고 한들 어느 세월에 (송전)할 수 있겠어요?”

양 의원은 “심지어 지금 말하는 소형모듈원전(SMR)도 상용화가 2030년에 될 수 있을지 없을지 아직 모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양 의원의 말은 ‘원전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자’는 보수진영의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허황된 것임을 지적한다. 양 의원은 “전 세계 어느 나라가 원전으로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며 “원전으로 탄소중립한 나라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태양광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행사를 마치고 수상태양광 시설을 돌아보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뉴시스

“탄소중립이 진짜 하고 싶다면 재생에너지를 활용해야”

이에 양 의원은 “탄소중립이 진짜 하고 싶다면 재생에너지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는 10년 동안 100기가와트나 늘어날 수 있다”며 “지금은 그만큼 기술도 좋고 가격도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독일의 사례를 들었다.

“독일은 킬로와트아워(kWh)당 700원 하던 2000년대 초부터 (재생에너지를) 시작했어요. 그때 (독일 정부가) 전기요금 부담금을 내면서 가격을 다 보장해줬죠. 우리도 킬로와트아워당 700원 할 때였어요. 그런데 지금 독일은 킬로와트아워당 한 60원까지 떨어졌어요. 10분의 1 이하로 떨어진 거죠. 2002년부터 2019년까지 17년 동안 태양광과 풍력으로 (발전량이) 한 107.4기가와트로 늘었어요. 독일은 앞으로 10년 안에 265기가와트로 늘리겠다고 합니다. 2030년까지 160기가와트를 더 늘리는 거예요. 그게 가능한 이유가 다른 발전소보다 싸고, 관련 기술과 전력시장, 제도 등 여러 가지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양 의원은 “우리가 석탄발전 등 발전 부분을 재생에너지로 완벽히 바꾸려면 160에서 200기가와트 정도가 필요하다. 독일처럼 하면 이 정도는 실현 가능하다. 독일은 10년 만에 160기가와트 하겠다고 하지 않나”라며 “그런데 원전은 10년 만에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다만 “재생에너지도 (원전에 필요한) 765킬로볼트(kV) 정도의 송전선로까진 필요하진 않지만 345kV 정도의 송전선로가 필요하긴 하다”며 “그걸 10년 내에 다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저는 (온실가스) 35% 감축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놨다.

“수송에서 차량이 2천400만대 정도 되는데, 이 중 10년 만에 몇 퍼센트(%)를 전기차로 바꿀 수 있을까요? 절반가량인 1천만대를 바꿔도 (온실가스 감축량은) 7%밖에 안 됩니다. 현재 (전기차가) 10만대 정도인데 그걸 100배로 늘려도 7% 감축밖에 안 돼요. 또 산업에서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각각 온실가스 배출량의 8%를 차지하는데, 이들이 문을 닫으면 문제가 쉽게 해결됩니다. 그런데 이들이 과연 문을 닫을까요? 그러지 못할 거예요. 또 시멘트는 어떻게 하고, 석유화학은 어떻게 할 건가요?”

양 의원은 “그래서 제일 쉬운 게 석탄발전소 60여개를 다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라며 “이게 제일 싸고 빠르니 해보자는 것인데 야당이 도와주질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양 의원은 특히 자신이 대표발의한 에너지전환지원법을 야당이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법안은 사업허가를 받은 화력발전소를 물리고, 그에 따른 보상 성격의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또 원전·석탄발전 비중을 줄이기 위해 사업자에 대해 생산 전력량에 비례한 부담금을 납부하도록 했다.

양 의원은 “온실가스 30~40% 줄이는 것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정도인데, 대체 어떻게 줄일 건지 묻고 싶다. 지금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만 해도 5개인데 이건 어떻게 할 건가.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때) 들어가는 돈을 보상해주면서 해야 할 거 아닌가”라며 “그래서 제가 에너지전환지원법을 발의했는데 국민의힘이 반대한다면서 안건상정도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너희들 한번 망해 봐라’ 하는 것 같다”며 “탄소중립에 진정성이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 의원은 “온실가스를 50% 감축하자면서 재생에너지를 반대한다는 것은 위선”이라며 “탈원전을 공격하는 용도로 탄소중립을 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의 말은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얼마 전 ‘탈원전 반대’ 행보를 펼치던 중 ‘탄소중립’의 정반대 뜻인 ‘탄소중심’이라고 잘못 적힌 검정 마스크를 한 시민단체로부터 받아썼던 해프닝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양 의원은 자신의 SNS에 “에너지정책, 원전안전정책이 단기속성 과외한다고 이해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고 비판한 바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7월 6일 대전 유성구 한 호프집에서 '문재인 정권 탈원전 4년의 역설-멀어진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을 주제로 열린 만민토론회에 참석해 '탄소중심'이라고 써 있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 2021.07.06.ⓒ뉴시스

양 의원은 ‘탄소중립 30년 전쟁’이란 주제의 조선일보 연재기사들을 훑어보면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대안도 없으면서, (재생에너지를) 공격만 하고, 가짜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다”이라고 비판했다.

한 원자력계 학자의 ‘탄소중립 위한 RE100의 오해와 진실’이란 또 다른 언론 칼럼을 두고도 황당해했다. 이 학자는 칼럼에서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원자력을 사용해도 RE100의 요건을 맞출 수 있다”며 “RE100 이행 사실을 인정받기 위해 100% 재생에너지만 써야 한다는 주장은 오해”라고 주장했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자발적 캠페인이다. 글로벌 기업인 구글에서는 이미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양 의원은 “‘RE100.org’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보면 ‘100% renewable power’(100% 재생 에너지)’라고 소개돼 있다. 그런데 이 학자는 여기에 원전이 들어간다고 고집하고 있다”며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뻔뻔하고 대담하게 하고 있어 말문이 막힐 정도”라고 성토했다.

보수진영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탓을 시도 때도 없이 하면서 정책 흔들기에 나서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환경운동진영의 평가에 양 의원은 공감을 표했다. 집권여당의 일원이었던 그도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한 것이다. 그는 다만 재생에너지를 늘려나간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정부가 10년 내내 한 것보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4년에 만든 재생에너지 설비가 더 많습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태양광·풍력 합쳐서 10기가와트 늘었어요. 그런데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15기가와트 늘었어요. 보수진영이 (재생에너지를) 발목 잡았는데도 4년 만에 원전 15기의 발전설비량을 만들어 낸 거예요. 앞으로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제도와 전력망 등이 갖춰지면 폭발적으로 더 늘어날 수 있을 겁니다.”

* 인터뷰 2편이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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