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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24일 화요일

시대 요구 못 읽는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의 낡은 ‘작은 정부론’

 


‘작은 정부론’ 앞장선 최재형·윤석열, 전문가들 “시대착오적”

남소연 기자 
발행2021-08-24 17:00:18 수정2021-08-24 17:00:18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작은 정부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나친 규제로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있으니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시장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다.

작은 정부론은 보수 정당에서 전통적으로 주장해 온 의제지만, 현재의 시대적 요구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불평등은 심화되고, 코로나19 대유행까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으로도 정부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도 작은 정부론을 두고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력 후보들 중에서는 '정치 신인'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가장 앞장서 작은 정부를 외친다. 시장의 자유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정부의 역할을 최소한으로 한정하고, 그 외의 영역에서는 손을 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워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보수 후보로서의 정체성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보이지만, 시대적 요구에 호응하지 못한 후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으로 작은 정부 주장한 최재형
'자유' 맹신하는 윤석열도 비슷한 태도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왼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민중의소리

최 전 원장은 가장 적극적으로 작은 정부를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 삶을 국민이 책임져야지, 왜 정부가 책임지냐"는 발언은 최 전 원장의 관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지난 11일 당 초선 의원 모임 '명불허전 나는 보수다' 강연자로 참석해 "민간 부분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줄여야 된다"거나 "전체적으로 세 부담을 줄이는 게 국민들 삶을 더 향상시키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이 규정한 정부의 역할은 "정말 많이 어려운 분들이 더욱 촘촘하고 확실한 사회 안전망 속에서 안전한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모든 국민이 마음껏 일하고 안심하고 아이 낳고 공부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까지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의 최근 발언을 보면, 복지 확대나 사회 안전망 구축 등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마음껏 일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 역시 정부의 개입을 줄이는 것이다. 첫 공약으로도 규제 철폐를 내세웠다.

윤석열 전 총장은 아직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강조하는 등 작은 정부 지향성만큼은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작은 정부론을 선도한 밀턴 프리드먼의 대표적인 저서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를 자신의 신념과 정확히 같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스타트업 청년 창업가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경제의 역동성"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유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는 규제는 '나쁜 규제'로 낙인찍으며 "시장의 거래 비용을 낮춰주는 규제나 안전 관련 규제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시장이 알아서 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윤 전 총장은 '돈이 없는 사람들은 부정식품이라도 먹을 수 있도록 선택할 자유를 존중해줘야 한다'는 문제의 발언으로 규제에 대한 반감과 극단적인 자유에 대한 맹신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다.

'부자에게는 자유를, 서민에게는 복지를' 외치는 홍준표
확실히 선 긋는 유승민 “작은 정부 외치지 않아”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왼쪽)과 유승민 전 의원. 자료사진.ⓒ민중의소리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극단적인 작은 정부론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홍 의원의 정책 기조는 '부자에게는 자유를, 서민에게는 복지를'로 요약된다. 그는 지난 1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부자에게는 자유만 주면 된다"라며 "반면에 가진 게 없는 사람은 국가가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선심성 예산은 전부 거부하고, 복지에 투입할 것"이라는 구상도 밝혔다.

다만 홍 의원에게 있어 복지란 '일자리 창출'을 의미하는 데다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 규제 철폐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란 점에서 최재형 전 원장이나 윤 전 총장과 큰 차이가 없다.

작은 정부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인 정부 부처 규모에 대해서는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긴축 재정'을 주장하진 않지만, 행정·재정 부분에서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는 유승민 전 의원은 당 일각의 작은 정부론에 대해 철저히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3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 "저는 자유시장경제나 성장지상주의자는 절대 아니다. 작은 정부를 외치지도 않는다"며 "정부 역할, 국가의 역할은 굉장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규제와 관련해서도 당내 다른 대선 주자들과 다소 결이 다른 입장을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생명, 안전, 건강, 환경 이런 데 규제를 하는 이유가 다 있다"며 당내 다소 과격한 규제 철폐 주장을 배격했다.

최저임금 제도와 관련해서도 "최저임금 인상은 어차피 가야 할 방향"이라거나 "최저임금 규제 자체가 필요 없는 거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범죄와 다름없다"는 최 전 원장의 인식과는 차이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지역별 차등 지급' 등 사실상 최저임금제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주장에 대해서는 검토할 수 있다며 그 여지를 열어뒀다.

정치 전문가들은 작은 정부론이 원래 보수 정당의 주요 과제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맞지 않다는 점을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원래 보수 쪽에서는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게 맞다"면서도 "지금은 시장의 논리에만 맡기기에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작은 정부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은 시장이 다 망가지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양극화와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신주류"라며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의 작은 정부론은 시대착오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엄 소장은 "(이들의 주장처럼) 작은 정부로 간다면, 앞으로 민간의 영역을 확대해서 어떻게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지, 부의 재분배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이런 논의까지 구체적으로 담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부족하지 않나 싶다"며 "보수 정부에서 주장해 왔던 것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이라든지 빈부격차가 더 확대되고, 시장에서 탈락한 사람들의 기본 생활 보장에 대한 욕구들은 반영이 덜 돼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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