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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일 일요일

우주 탐하는 지구인들, 1조 달러 우주산업의 그림자

 [진달] 억만장자들의 경쟁, 그들이 넘어야 할 세개의 산

21.08.02 07:09l최종 업데이트 21.08.02 07:09l

 세계 최대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를 태운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가 지난 7월 20일 유인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  세계 최대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를 태운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가 지난 7월 20일 유인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 블루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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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10시 10분(한국 시간). 세계적인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탄 우주선 뉴셰퍼드가 화염을 내뿜으며 순식간에 지구밖 35만1210피트(약 107Km) 상공까지 솟아올랐다.

파란 우주복을 입고 우주비행에 나선 4명의 탑승자들은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면서 환호성을 내질렀고 이 모습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중계됐다. 뉴셰퍼드와 함께 지구로 귀환한 베이조스는 엄지를 들어보이며 성공을 자축했다. 다음날 전 세계 언론들은 앞다퉈 새 민간 유인 우주선의 탄생을 알리는 보도를 쏟아냈다.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우주 여행이 일반인들에게도 '현실'로 다가온 사건이었다.

하지만 베이조스의 유인 우주선 실험에 대한 각계의 평가는 제법 엇갈린다. 본격적인 경쟁이 점화된 우주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하지만, 우주산업은 결국 억만장자들의 값비싼 취미생활로 끝날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또 인류가 지구에 산적한 문제를 외면하면서까지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우주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본질적인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물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돈


우주산업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 돈은 실물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에게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우드의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ARK invest)는 지난 3월 말 우주산업을 차세대 테마주로 선정하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국내 우주산업의 대장주 격인 한국항공우주(KAI)는 올해 들어서만 몸값을 30% 가까이 올렸다. 

우주산업 발전과 함께 성장하게 될 사업 분야들로는 지상관측 데이터,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 6세대 이동통신(6G), 광물자원탐사와 여행이 꼽힌다. 강한 인상을 남긴 베이조스의 우주여행만이 점점 성장하고 있는 우주산업의 전부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실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이끌고 있는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나 아마존의 블루오리진, 버진그룹의 버진 갤럭틱과 같은 친숙한 기업 이외에도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우주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외계생명체를 찾는 기업 세티(SETI)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위성통신으로 전 세계에서 초고속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미 벤처기업 키메타에 투자하고 있다. 구글의 래리 페이지는 '플래니터리 리소시스'에 투자해 광물자원 탐사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여러 우주산업 중 성공했을 경우 가장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광물자원 탐사다. 지난 2015년 지구 곁으로 '2011UW158'이라는 이름의 소행성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이 소행성은 온통 백금 등 귀금속으로 뒤덮여 있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 소행성에서 추출할 수 있는 광물의 가치가 약 6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구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달 표면에는 '헬륨-3'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륨-3는 1톤으로 석유 1400만톤, 석탄 4000만톤과 같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방사능 물질도 뿜지 않는다고 한다. 이론대로 될 경우 다른 행성의 광물을 지구로 가져올 수만 있다면 탄소 에너지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3D 프린팅 기술도 우주산업 발전과 깊은 연관이 있다. 3D 프린팅이란 프린터로 입체적인 실물을 뽑아내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인체에 필요한 인공 장기를 생산해 내는 '바이오 프린팅'의 영역으로 확장해가고 있다. 그런데 복잡하면서도 유연한 인공 장기를 생산해내는 데 지구의 중력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중력의 영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서라면 인공 장기 생산 기술이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실생활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통신·관측 위성은 이미 우주산업의 주축이다. 특히 지구에서 낮게 쏘아올리는 저궤도(200~2000km) 통신위성은 초고속 통신망(6G)을 전 세계에 구축하는 게 핵심 기술이다. 이미 2021년 1월 기준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 개수는 3372개에 이른다.

우주여행 산업을 향한 장밋빛 전망도 넘쳐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 앤 마켓에 따르면 오는 2027년까지 우주여행 시장이 17억달러(약 1조91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전체 우주산업의 시장 규모가 지난해 3500억달러에서 2040년엔 1조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려한 로켓 발사의 이면
 
 세계 최고 부자이자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57)가 한국시간으로 20일 밤 우주 비행에 나선다. 베이조스는 조종사 없는 자동제어 재활용 로켓 '뉴 셰퍼드'에 탑승하며 100㎞ 이상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은 우주 비행에 나서는 제프 베이조스(왼쪽 두번째)와 동생 마크 베이조스(왼쪽 첫번째), 동승자 올리버 데이먼(오른쪽 두번째)과 월리 펑크(오른쪽 첫번째). 2021.7.20
▲  세계 최고 부자이자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왼쪽 두번째)와 함께 우주 비행에 나선 동생 마크 베이조스(왼쪽 첫번째), 동승자 올리버 데이먼(오른쪽 두번째)과 월리 펑크(오른쪽 첫번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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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기술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핵심 전제조건이 있다. 발사체(로켓)를 지구 밖으로 꾸준히 쏘아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로켓이 1회용이라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그런데 지난 2015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베이조스의 우주여행을 성공시킨 기업 블루 오리진의 뉴셰퍼드 로켓이 당시 여러 차례 시험 발사를 하는 과정에서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인 일명 '카르만 라인'에 도달한 뒤 다시 지구에 착륙하면서다. 로켓을 재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껏 로켓이 재사용된 횟수는 최대 9회다. 재활용이 가능해지면 로켓을 한 번 발사할 때마다 드는 고정 비용도 크게 줄어든다. 정 연구원은 9회째 발사된 로켓의 마진율은 57.9%로, 첫 발사 시 마진율(18.5%)의 3배 이상이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로켓이 '경제성을 갖췄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아직 개발 초기단계라 로켓 회수 확률이 떨어지는 데다 회수할 수 있는 부분도 전체 발사체 중 일부이기 때문이다. 스페이스 엑스(SpaceX)의 발사체인 팰컨9(Falcon 9)는 엔진과 1단 로켓, 2단 로켓, 페이로드 부분으로 구분되는데 아직까지는 1단 로켓만 안정적으로 회수가 가능하다. 

비용 문제 때문에 우주여행은 한동안 높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부자들만 체험할 수 있는 초고가 사치품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베이조스의 뉴셰퍼드 좌석 경매에서 낙찰된 금액은 약 319억원이나 됐다.   

그런데 정작 '우주여행의 대중화'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업체들이 줄도산할 가능성도 있다. 전례도 있다. 지난 2001년 4월, 미국의 억만장자 데니스 티토는 200억원대 티켓을 구매해 인류 역사상 첫 우주여행을 떠났다. 러시아의 소유즈 TM32에 탑승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약 8일 간 머물렀다. 그의 귀환 후 미국엔 '우주여행 붐'이 일었고 수많은 업체들이 로켓 개발에 나섰다. 당시 우주여행사였던 스페이스 어드밴처(Space Adventures)를 통해 7명의 일반인들이 우주를 여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백 억원을 지불할 수 있는 부호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결국 회사들은 재정난에 빠졌다. 스테이시 티어네 스페이스 어드밴처 대표는 지난 21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2009년 이후로 우주 여행객이 한 명도 없었다"라며 "미국 우주 왕복선 프로그램이 중단돼 ISS를 오가는 유일한 수단은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뿐"이라고 밝혔다.

안정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지난 2014년 버진 갤럭틱의 우주선이 시험 비행 도중 추락해 조종사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밖에도 스페이스 엑스나 블루오리진에서는 시험 로켓의 폭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경제성·안전성과 함께 우주여행이 넘어야 할 또하나의 산

로켓 발사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또한 우주산업이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숙제다. 로켓이 지구의 대기를 벗어나려면 엄청난 양의 추진연료를 태워야 한다. 연료가 타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물·염소는 물론 여러 화학물질이 오존층이 있는 성층권으로 직접 방출된다.

적은 양도 아니다. 엘로이즈 마레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물리지리학과 부교수는 지난 19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장거리로 이동하는 비행기 한 대를 이용할 때마다 승객당 1~3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4명이 탄 로켓을 발사하는 데 200~300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인류가 아직 성층권에 로켓이 내뿜는 배출물을 직접 투입했을 경우 나타나게 될 부작용을 제대로 가늠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호주 우주공학 연구센터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제시카 달라스는 지난해 5월 '우주 발사로 인한 배출물의 환경적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내고 "인류는 대기 순환과 대기의 모든 메커니즘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로켓 발사에서 나오는 화학 입자를 대기에 주입했을 때 3~4년동안 성층권에 머무를 것으로 보이는데 그로 인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인류가 우주로 가는 길목에는 경제성·안정성 문제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까지 세 개의 큰 산이 버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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