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탈레반 전사들이 카불에 들어왔고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유혈사태를 피하고 싶다고 말하며 아프가니스탄을 떠났다.”

중동권 방송인 [알 자지라]가 15일(현지시각) 속보를 통해 이같이 전한 뒤 “아프가니스탄 재건이라는 20년에 걸친 서방의 실험이 끝났다는 신호”라고 밝혔다. 2001년 10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지 거의 20년 만이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공표한지 4개월 만이다.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에 진입한 탈레반 전사들. [알 자지라 동영상 캡쳐]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에 진입한 탈레반 전사들. [알 자지라 동영상 캡쳐]

[알 자지라]는 탈레반 사령관들과 전사들이 카불 시내 대통령궁에 진입한 모습을 담은 화면을 공개했다. 

미국대사관 위로는 헬기들이 오갔다. 직원들이 중요 서류를 파기하면서 건물 주위에 연기가 자욱했고, 대사관에 게양된 미국기도 내려졌다. 다른 서방 대사관들도 철수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알 자지라]가 전했다. 

[CNN]은 탈레반과 정부 대표들이 어느 지역을 누가 통치할지에 관해 협상 중인 상황에서 가니 대통령이 도망침에 따라 협상이 무산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영토 대부분을 장악한 상황에서 양보할 이유가 없다는 것.

[알 자지라]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정부 당국자 3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통령궁 “인도”(handover) 의식을 진행했다. 탈레반 보안 당국자는 “전국에 걸쳐 정부시설에 대한 평화적인 인수”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가니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가 만약 대통령궁에 남았다면 “수많은 애국자들이 순교하고 카불이 파괴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탈레반이 승리했으니 이제 그들이 자국민들의 명예, 재산, 자기보존에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예상보다 빠른 카불 함락에 당혹해하고 있다.  

15일 [ABC] ‘디스 위크’에 출연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대사관 직원들이 카불 밖으로 공수되는 장면이 1975년 4월 사이공에서 봤던 장면 같다’는 지적을 받고 “이것은 명백하게 사이공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우리는 20년전 한 가지 임무를 띄고 아프가니스탄에 갔다. 9월 11일 우리를 공격한 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다. 그 임무는 성공했다. 우리는 10년 전에 빈라덴을 심판했고 우리를 공격한 알 카에다는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를 다시 공격할 역량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NBC] ‘밋 더 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 인력의 안전과 안보”라며 대사관 직원 등의 소개작전을 위해 병력 5천명을 보냈다고 말했다. 

16일 한국 외교부는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어 8.15 현지 주재 우리 대사관을 잠정 폐쇄키로 결정하고, 공관원 대부분을 중동지역 제3국으로 철수시켰다”고 발표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아침 “아프가니스탄에 잔류한 공관원과 우리 교민들을 마지막 한 분까지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관계당국에 지시했다. 아울러 “현지 상황을 신속하고 소상하게 국민들께 알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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