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미군 세균전부대 추방 운동 (3) 서명과 선거

2020년 10월 19일부터 2021년 1월 27일까지 100일 동안 이룩한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부산시 주민투표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놀라운 기록을 연재한다. [편집자]

(1) 대중 자신의 운동으로
(2) 화를 복으로
(3) 서명과 선거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부산시민 197,747명의 참정권이 18일째 시청 로비에 갇혀있다. 부산시는 ‘국가 사무’라는 이유로 수령을 거부하고, 부산시의회는 협의해 보겠다고만 하곤 차일피일 의결을 미룬다.

한편 오는 4월 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치러진다. 다 같은 참정권인데 왜 한 쪽은 이렇게 유린당할까?

참정권을 유린하는 이유

헌법 24조에서 보장한 참정권은 선거권, 탄핵권, 발안권 등으로 표현된다.

국민에게 참정권이 얼마나 폭넓게 주어지고 행사되는가에 따라 민주주의 발전 정도를 가늠한다.

부산시는 현재 법률가의 해석을 빌어 부산항 세균실험실 폐쇄 여부는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란다.

주민투표 조례 4조 ‘주요 공공시설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은 주민투표 대상이지만 세균실험실은 미군부대이므로 부산시 관할 시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렇게 따지면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모든 시설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군 소유이므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아무리 위협해도 손댈 수 없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 어떤 조약도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침해할 수 없고, 국민의 생명과 바꿀 수 있는 법적 가치란 존재하지 않는다.

부산시가 주민투표를 거부한 이유는 법 절차 때문이 아니라 국가 권력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항을 들지 않아도 입법‧행정‧사법으로 표현되는 국가의 모든 집행권은 국민에게 있다.

물론 군 통제권이 미국에 있기 때문에 완전히 자주적일 수는 없지만 주민투표와 같은 초보적인 참정권조차 통제하는 것은 부산시의 행정 권한이 부산시민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부산시민은 안다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는 누구의 승인이나 지시가 아닌 부산시민 자신의 권한이라는 사실을 부산시민은 안다.

‘우리의 생명과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197,747명의 마음이 서명용지에 모였다. 부산시민들은 세균실험실 폐쇄를 부산시장이나 시의회가 대신해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해 세균실험실 ‘사이렌 사태’ 때 현장 조사 한번 못하고, 사이렌이 울린 이유조차 알아내지 못한 부산시에 시민들은 이미 기대를 접었다.

20만 명에 달하는 부산시민의 서명용지를 수령조차 않고, “세균실험실은 가동하지만 세균실험은 하지 않는다”는 미군 측의 황당한 주장을 앵무새처럼 대변하는 부산시에 무슨 미련이 남았겠나.

서명용지와 투표용지

단일 사안에 서명한 유권자가 20만 명이라면 선거에 출마한 후보 누구라도 욕심을 낼 만하다. 하지만 추진위는 후보들을 찾아가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를 공약하면 표를 주겠다”는 구차한 선거놀음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이번 기회에 부산의 주인이 누구인지 똑똑히 알려주고, 미군 세균실험실을 반드시 폐쇄한다는 결심을 밝혔다.

과연 부산시민은 투표용지를 미끼로 개별 정치인에게 빼앗긴 권력을 되찾고, “가장 유능한 정치인은 단결한 시민”이라는 진리를 증명해 낼 수 있을지 4월 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집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