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정치학(북한정치) 박사/‘수령국가’ 저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최근 또 다시 세기의 박물관으로 사라져야 할 낡은 유물이 부활했다. 미국발 ‘가짜’ 뉴스였다.

주범은 나름 미 정계에 대북정책과 관련해 꽤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인물 중의 한 명인 빅터 차(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교수)다. 그가 지난달 16일(현지시각) <워싱턴 포스트>에 글 하나를 기고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핵무기, 붕괴하는 경제가 혼재한 재앙적인 상황을 맞고 있는 북한의 위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른바 북 붕괴론을 빅터 차가 다시 끄집어 낸 것이다.

매우 다행인 것은, 국내 대북 전문연구자들이 이를 적극 반박해내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해서 본 글은 '북 붕괴론의 오류와 허구'에 대해서 논의하기보다는, 국내의 대북 전문연구자들이 보지 못했던 그 이면에 숨어있는 의도를 한걸음 더 깊숙이 들어가 심층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아 사족 하나를 달아본다. 북 붕괴론과 관련해 더 이상 논하지 않는 것이 아래의 두 가지 이유 때문임을 밝히고 싶다.

하나는, 북(조선) 붕괴론이 논할 가치도 없거니와, 기간 김일성 주석 서거 이후, 그것보다 더 이전으로 거슬려 올라가보면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십 차례의 북 붕괴론이 있었지만, 그런 소망적 기대(wishful expectations)와는 상관없이 왜 북이 붕괴되지 않았는지? 그 물음으로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필자가 <통일뉴스>, 2021.1.26.일자 기고 글, “북미·남북관계에 대한 ‘본질적’ 분석과 전망을 중심으로”에서 이미 언급하고 있듯이 기간 북미대결에서 북이 승리해온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증명은 이렇다.

먼저, 미국은 북정권 수립 이후부터 매우 일관되게 북을 붕괴시키는 전략을 갖고 있었는데, 북은 이에 사회주의 강성국가전략으로 맞받아쳐왔고, 결과, 붕괴는커녕 자신들이 설정한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의 마지막 단계 경제강국 건설 진입이 눈앞에 와 있다. 이번 제8차 당대회가 그 마지막 남은 관문, 경제강국 건설에 강한 자신감을 드려내 보이며 신(新)국가발전 5개년 계획을 결의해내었다. 미국의 간담이 서늘해지는 순간이었다.

다음으로는, 북이 핵을 가지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북은 지금 핵 보유를 넘어 미 본토까지를 공격할 수 있는 ICBM 등 전략무기를 보유한 전략국가의 반열에 당당히 들어섰다.(2017.11.29. 국가핵무력 완성선언)

이렇듯 북과 미국의 대결은 미국의 명백하고도 완벽한(완전한) 패배로 점철되어온 역사이자 시간이다. 단지, 그걸 미국 자신이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그 중에서는 특히 세계유일 패권국가로서의 자존심과 체면 때문에 인정하고 있지 못할 뿐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명백하고 분명하지 않는가. 북은 그렇게 미국을 상대로 승리해온 것이다. 그런데 그런 국가가 망한다? 소도 웃을 일이다.

해서 북 붕괴론은 논의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주목해야 될 것은 북 붕괴론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그 숨은 뜻, 즉 음흉한 그들의-네오콘과 딥 스테이트 세력들의 정치적 속내를 한번 짚어내 보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고, 생산적인 시각을 정립할 수 있다.

왜 그런지는 아래와 같은 근본물음으로부터 한번 시작할까한다.

빅터 차의 시각은 비단 빅터 차만의 시각으로 볼 수 없다. 미국 정·관·학계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북 붕괴 신화’에 다름 아니다. 단지, 빅터 차는 이를 북이 제8차 당대회를 끝내자마자 먼저 정치적으로 선점한 것일 뿐이다. 비례해 절대 새삼스러운 주장이 아니다.

그럼 왜 빅터 차는 이런 주장을 들고 나왔을까? 그 속내의 꿍꿍이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자. 세 가지 정도, 정치적 의도가 읽혀진다.

하나는, 바이든 행정부가 국내적 요인과 중국, 이란 등 국제적 요인으로 인해 당장 ‘새로운’ 대북정책을 입안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해서 빅터 차는 그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구원의 손길을 보낸 준 것이다.

이름 하여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입안할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고도의 계산된 전략적 고려라는 측면이다.(동맹국과 국제사회의 비난과 질책을 피하기 위해)

둘째는, 위 ‘첫째는’이 아주 1차원적인 전략적 고려라면, 보다 본질적으로는 바이든 행정부가 네오콘과 딥 스테이트(deep state) 세력들의 대북정책 집합체인 ‘전략적 인내’를 ver.2로 계속 가동시켜 내기 위한 고도의 계산된 정치적 술수라는 측면이다.

근거는 지금 바이든 행정부가 북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도, 그렇다고 전략핵을 보유해 미국 자국에 대한 보복대응능력을 극대화한 북에다 군사적 선제공격을 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모른 척 하면서 시간벌기를 통해 최대한 미국적 이익을 창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의 정치·외교적 표현이 ‘전략적 인내’이다.

빅터 차는 바로 이 상황을 예견해 바이든 행정부로 하여금 위와 같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그런 ‘철지난’ 주장을 (네오콘과 딥 스테이트 세력의 충견임을 자처하며) 총대매고 나선 것이다.

셋째는, 결국 최종적인 것으로서의 그들의 의도는 ‘첫째는’과 ‘둘째는’의 합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데, 이렇다. ‘붕괴할 북과 무슨 외교이며, 무슨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냐?’는 당연한 문제의식을 정치적으로 확장해 네오콘과 딥 스테이트 세력이 노리고자 하는 것은 북을 계속 고립과 압박으로 몰아붙여야 한다는 정치적 목적이고, 이 행렬에 문재인 정부가 이탈하지 않게끔 잘 관리하는 것이다.

어떻게?

한미동맹이라는 절대적 가치로 문재인 정부를 묶고, 한미 합동군사훈련, 방위비 인상문제, 주한미군철수 문제, 전략자산 무기판매 등을 꽃놀이패로 삼아 중국의 부상을 적극 견제하며 그때까지 충분히 시간을 벌어놓으려는 속셈인 것이다.

결론이다.

빅터 차의 북 붕괴론은 북 붕괴 그 자체에 있지 않다. 그럼? 북 붕괴론을 통해 네오콘과 딥 스테이트 세력이 갖고 있는 그들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바이든의 행정부에 관철시켜 내기 위한 고도의 계산된 술수라는 측면이다.

해서 바이든 행정부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 네오콘과 딥 스테이트 세력의 북 붕괴론에 숨어 있는 ‘실질적인’ 의미의 체제전복과 군사적 도발 유혹 등과 같은 압력을 이겨내고, 북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 메시지에 응할 수 있는가, 없는가가 관건적인 문제가 되었다.

다음과 같은 잠정 결론이 가능하다. 바이든의 행정부는 네오콘과 딥 스테이트 세력에 굴복해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그러하였듯이 그 어떤 대북정책으로 포장하든 돌고 돌아 결국에는 기-승-전 ‘전략적 인내’라는 버전(ver.)으로 되돌이표 될 것이다.

즉, 그렇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버티다가 북의 강력한 선제공세, 여기서 북의 강력한 선제공세라 함은 북이 이미 밝혀놓은 새로운 길의 실제모습일 텐데, 다름 아닌 이미 당 창건 열병식 때 선보여 ‘괴물’로 표현되어졌던 새로운 ICBM의 전략무기 전격 성능 증명, 미뤄놓고 있었던 괌 포위사격, 이미 완성되어 있는 SLBM 발사, 지극히 정상적인 전략국가의 일상적 군사 활동인 정찰위성 발사 등이 그 예에 해당된다.

그러면 결국 바이든 행정부는 그때 가서야, 즉 북의 불벼락을 그렇게 맞고 나서야 북의 요구를 수용해 자신들의 꽃놀이패인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하는 숙명을 맞이하게 된다.

틀림없이, 북미시간은 그렇게 흘러 갈 것으로 예측된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북의 창이 미국의 방패를 능히 뚫어 내온 북 승리의 역사가 만들어져 왔음으로.

 

김광수 필자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 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 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 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사)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자문위원 외 다수가 있다.

 김광수 no-ultari@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