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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일 토요일

이틀째 식사·전기 끊긴 LG트윈타워 노동자들 “음식 싸온 가족도 막아”

 오후부터 식사 반입 및 전기 공급...노동자들 검진 추진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 2021-01-02 17:35:07
수정 2021-01-02 18: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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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여의도 트윈타워 안에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식사 반입과 난방, 전기 공급 등 차단을 규탄하며 허가할  것을 촉구하며 손자보을 들고 했다.   2021.01.02
2일 여의도 트윈타워 안에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식사 반입과 난방, 전기 공급 등 차단을 규탄하며 허가할 것을 촉구하며 손자보을 들고 했다. 2021.01.02ⓒ김철수 기자  

LG그룹에 '집단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LG트윈타워 1층 로비에서 농성 중인 청소노동자들이 식사 반입과 전기 공급이 막힌 채 하루를 꼬박 굶으며 추위 속에서 밤을 보냈다.

대부분 50~60대인 노동자들에 대해 가혹한 처사라는 논란이 일고 나서야, LG 측은 식사와 전기 공급 등을 허용했다.

'LG 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 노동자에 대한 LG 그룹의 반인권적 행태를 규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집단해고 통보를 받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원청인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에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면담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라며 "최후 수단인 파업권을 행사하는 노동자들은 2021년 새해의 첫날 온종일 밥 한 끼를 먹지 못하고 굶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어머니가 굶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자녀가 음식을 싸들고 찾아갔지만 그것도 막았다"며 "직계가족의 만남조차 저지하는 것에 각계 우려와 권고가 전달됐지만 철저히 무시당했다"고 말했다.

또 "저녁밥을 가져온 인권, 사회단체 활동가와 시민들이 항의했지만 여전히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며 "회전문을 밀어서 저녁밥을 전달하려 하자 경비용역들이 몰려나와 폭력을 행사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전날 저녁 건물 입구인 회전문을 사이에 두고 식사를 반입하려는 노조와 이를 막는 용역 측 간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준비한 도시락은 엎어져 쏟아져 버렸다. 청소노동자의 가족들이 보내온 초코파이와 두유가 겨우 안으로 전달됐지만, 보안직원에 의해 뺏기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도 청소노동자들은 난방이 안 되는 농성장에서 굶고 있다"며 "농성 노동자들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를 즉각 멈춰야 한다. 집단해고를 철회하고 고용승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엘지트윈타워분회와 노동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가 2일 여의도 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기본권인 건물 내부로의 식사 반입과 난방, 전기 공급 등 차단을 규탄하며 허가할것을 촉구했다.   2021.01.02
공공운수노조 엘지트윈타워분회와 노동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가 2일 여의도 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기본권인 건물 내부로의 식사 반입과 난방, 전기 공급 등 차단을 규탄하며 허가할것을 촉구했다. 2021.01.02ⓒ김철수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 현린 노동당 대표 등 정치인도 참석했다. 이날 오후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조사관이 나와 청소 노동자들의 상황을 점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립된 노동자들의 사정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LG 그룹 측은 이날 오후부터 식사 반입과 전기 공급을 막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농성 중인 노동자들 40여명의 왕래는 막고 있어 고립된 상태는 그대로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서울지부 관계자는 "대부분 고령인 노동자들이라 약도 많이 먹는데 식사를 못하면서 약도 못먹는 게 큰 문제였다"면서 "내일(3일) 한의사를 들여보내 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검진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31일 LG트윈타워 건물 관리를 맡고 있는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과 노동자들이 고용된 지수아이앤씨 사이의 청소 용역계약이 종료됐다는 이유로 사실상 해고됐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2019년 10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사측과 교섭을 시도했으나 사측은 묵살로 일관했다. 이에 지난해 9월부터 노동자들이 건물 앞 천막농성을 벌이자 사측은 계약해지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노동자들은 '보복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달 16일부터 건물로비에서 농성을 진행해 왔다.

공공운수노조 엘지트윈타워분회와 노동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가 2일 여의도 트윈타워 앞에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음식반입 저지 규탄 기자회견을 마치 뒤 준비한 음식들을 전달하기 위해 건물입구에 쌓아놓고 있다. 이날 음식 전달은 직접되지 않고 추후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가지고 들어가기로 했다.  2021.01.02
공공운수노조 엘지트윈타워분회와 노동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가 2일 여의도 트윈타워 앞에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음식반입 저지 규탄 기자회견을 마치 뒤 준비한 음식들을 전달하기 위해 건물입구에 쌓아놓고 있다. 이날 음식 전달은 직접되지 않고 추후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가지고 들어가기로 했다. 2021.01.02ⓒ김철수 기자
지난 1일 LG트윈타워 보안요원들이 식사반입을 막고 있다.
지난 1일 LG트윈타워 보안요원들이 식사반입을 막고 있다.ⓒ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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