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20년 3월 27일 금요일

야생 포유동물도 암컷이 오래 산다


조홍섭 2020. 03. 27
조회수 1582 추천수 0
환경 요인 주로 작용…암컷이 19% 수명 길어

fe1.jpg» 북아메리카의 큰뿔양 수컷. 짝짓기를 위한 에너지 소모가 큰 수컷이 오래 살지 못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산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을 제외한 야생 포유동물에서도 암컷이 수컷보다 오래 살며, 그 격차도 사람보다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

2017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남성의 기대수명은 여성이 85.7년으로 남성 79.7년보다 6년이나 길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인류의 수명은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7.8% 길다.

남·여의 수명차는 정확한 출산기록이 시작된 18세기 중반 이후 일관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110살 이상인 ‘초 장수인’ 10명 중 9명이 여성인 것은 그것을 뒷받침한다.

장-프랑수아 르메트 프랑스 리옹 1 대학 진화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야생 포유류 101종 134개 집단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암·수의 수명차는 사람보다 곱절 이상 커, 암컷이 평균 18.6% 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5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에 실린 연구에 참여한 타마스 시케이 영국 바스대 교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산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졌지만, 야생 포유류에서 그 차이가 인류보다 훨씬 도드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분석한 포유류 집단의 60%에서 이런 현상을 발견했는데,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측정을 거듭해 정확성이 더 큰 집단에서는 나이 차가 20.3%로 더 늘어났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연구자들은 “환경적 요인과 성별에 따라 번식에 투입하는 노력이 복잡하게 작용한 결과”로 풀이했다.

이제까지 남·여(암수)의 수명차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을 든 주장이 논란을 벌였는데, 이번 연구는 환경 요인 쪽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fe2.jpg» 암사자는 어미와 새끼, 이모로 이뤄진 단단한 유대를 이뤄 지원을 하기 때문에 수명이 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시케이 교수는 사자의 예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암사자는 수사자보다 적어도 50% 오래 산다. 이제까지는 이를 새 수컷이 이전 우두머리를 몰아내는 성 선택의 결과라고 보았다. 싸움 과정에서 수컷의 사망률이 치솟는다. 

그러나 이번 데이터는 더 복잡한 요인이 작용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그는 설명한다. “암사자는 무리 속에서 자매와 딸과 함께 사냥하며 서로를 돌본다. 하지만 수컷은 대개 홀로 살거나 형제와 살기 때문에 암컷과 같은 연결망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연구자들은 수컷이 거대한 뿔을 지닌 큰뿔양의 사례도 제시했다. 먹이 등 자원이 풍부한 곳에서 이 양 암·수의 수명은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겨울의 기후가 혹독한 다른 곳에서는 수컷의 수명이 훨씬 짧았다. 수컷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암컷보다 2배 큰 몸집을 불리고 큰 뿔을 만드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환경조건에 특히 취약하게 된다.

이번 연구에서 노화속도는 암컷과 수컷에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수컷의 수명이 짧은 것은 노화율이 빨라서가 아니며, 암컷도 노화가 늦어서 수명이 긴 것이 아니라 단지 사망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논문에 적었다.

인용 저널: Proceedings of the Academy of Natural Sciences. DOI: 10.1073/pnas.191199911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