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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3일 토요일

[현장] 팔순 노인부터 정당 대표까지..아베 정권 경제 보복에 규탄 ‘한 목소리’

일본이 2차 경제 보복 발표한 2일, 서울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선 하루종일 무슨 일이 있었나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19-08-02 20:04:39
수정 2019-08-03 0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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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1인 시위에 나선 이들
2일 1인 시위에 나선 이들ⓒ민중의소리

2일 오전, 일본 아베 정부가 결국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각의(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했다. 이는 지난달 1일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이은 제2의 경제보복 조치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일본 정부의 조치 상황에 따라 우리도 단계적으로 대응조치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아베 정부가 2차 경제보복을 선포하고 한국 정부가 대응 조치를 밝힌 이날 하루 동안,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선 평범한 시민들이 분노를 담은 항의 행동을 이어갔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팔순의 강제징용 피해가족 윤종노 씨를 시작으로, 정당과 시민사회 관계자들의 1인 시위가 이어졌다. 일본대사관 근처 소녀상 앞에서도 인천시의원들과 소녀상 지킴이 대학생의 릴레이 1인 시위가 이어졌다. 오후 1시엔 680여개 단체로 구성된 ‘아베규탄 시민행동’이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을 비판하며 강력한 항의행동을 예고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다음은 이날 오전부터 일본대사관 앞에서 벌어진 시민들의 항의행동이다.
강제징용 피해가족 윤종노 씨
강제징용 피해가족 윤종노 씨ⓒ민중의소리
● 9:30 강제징용 피해가족 윤종노(82) 씨의 1인 시위
한국 정부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다는 일본 아베 정부의 발표를 앞둔 오전 9시30분 일본대사관 앞에서 강제징용 피해가족 윤종노(82) 씨가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그는, 죽기 전에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아버지의 아픔에 대해 일본으로부터 진정한 사죄를 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질문 어떻게 나오셨어요?
답변 아버님이 징용을 나가서 돌아가셨어요. 내가 살기가 어려워서, 그 돈을 받아서 살아야 해서 나온 게 아니에요. 우리나라 국민들이 본 피해를 일본 사람들이 알고, 작은 금액의 형태로라도 사죄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나왔어요. 제가 몸이 무척 아파서 다 죽게 생겼어요.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이에요. 이제 (강제 징용) 피해 가족들이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 내 나이가 80을 넘었는데, 내가 9살 때 해방이 됐는데, (우리 아버지는) 그 전에 돌아가셨어요. 친척들도 내 나이대의 사람은 다 죽고 남은 사람이 없어요. 자식들이 우리 아버님의 슬픔과 고생을 알겠어요? 내가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죽기 전에 알리려고요. 대통령도 피해 배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잘 되질 않잖아요.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제 아버지의) 슬픔을 알리기 위해 나온 거예요. 그 이상도 이하도 없어요.
질문 사형선고 받으셨단 말은, 암 투병을 하고 계신 거예요?
답변 제가요, 얼마 안 있으면 죽는다고 병원에서 판정을 받았어요. 그렇지만 살아있는 동안 힘닿는데 까진 나와서 호소를 하고 싶어요. 내 나이가 82살이에요. 주민등록상엔 80이 안됐지만, 원래 나이는 82살이에요. 이북에서 월남했는데 공부하려고 나이를 줄여서 학교를 들어갔어요. 종로초등학교를 나왔는데, 종로초등학교 나오기 전에 종로에서 별의별거 다 했어요. 미국사람들 구두 닦아서 먹고 살았지만, 애들은 자식들은 잘 자라서 훌륭하게 됐어요. (여기에) 자식들이 나가지 말라고 극구 말려요. 그래도 나는 이 슬픔을, 일본사람들이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호소하려고 나온 거예요.
질문 언제부터 이렇게 시위를 하셨어요?
답변 지지난주 월요일부터 여기 나와서 시위를 하고 있어요. 몸이 아파서 매일매일은 못하고, 비가 오지 않거나 하면 나와서 하고 있어요.
질문 힘들진 않으세요?
답변 무슨 일이 생기면 여기 앞에 있는 경찰들이 구급차 불러준다고 했어요.
● 10:22 [속보] 일본,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결정...끝내 경제보복 강행
● 10:31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 페이스북
윤미향 대표는 관련 보도를 접하곤, 자신의 페이스북에 “결국, 이렇게 가는구나. 피해자에게 가해자 앞에서 무릎을 꿇으라고 하는구나. 그런데, 피해자가 가해자 앞에 무릎을 꿇을 수 없지 않은가. 가해자가 피해자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 정상이고, 상식이지 않은가”라는 글을 남겼다.
● 10:37 [속보] 문 대통령, 오후 2시 임시 국무회의...일본 대응책 논의
아베규탄 1인 시위 중인 신준민 군
아베규탄 1인 시위 중인 신준민 군ⓒ민중의소리
● 11:15 민중당, 흥사단 1인 시위 시작
11시15분 경, 민중당과 흥사단 관계자들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가족들과 함께 일본대사관을 찾은 흥사단 서울지부 평의원 신동헌(48) 씨는 ‘국제질서 위협하는 아베정권 규탄한다’, ‘강제징용 배상하고 수출규제 중단하라’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펼쳤다. 그의 아들 신준민(9) 군도 같은 피켓을 들고 10여 분 간 1인 시위를 벌였다.
같은 시각 일본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최나영 민중당 공동대표는 아베 정권의 행태에 대해 “그야말로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며 “불매운동에 이어 모든 국민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강력한 아베 규탄 촛불을 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민중당은 국민들의 열정에 함께할 것이고, 민중당이 참여하는 모든 지방의회와 국회 등 공간에서 국민들과 함께 불매운동을 진행하고, 아베 규탄 결의안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아베규탄 1인 시위 중인 이도천 씨
아베규탄 1인 시위 중인 이도천 씨ⓒ민중의소리
● 11:50 전국가전통신서비스 노동조합 위원장 이도천 씨 1인 시위
아베규탄시민행동 회원들이 2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8.02
아베규탄시민행동 회원들이 2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8.02ⓒ정의철 기자
● 13:00 아베규탄 시민행동 아베 정권 규탄 긴급 기자회견
이날 오후 1시엔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한국YMCA, 흥사단 등 682개 단체로 구성된 ‘아베규탄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행동 기자회견이 열린 일본대사관 앞은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시민사회 관계자들과 경찰,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일본대사관 안으로 진입 등을 우려해 폴리스라인을 친 경찰과 자리가 너무 협소해 기자회견을 진행 할 수 없었던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잠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그 앞 인도엔 시민들이 지나갈 틈도 없이 국내 언론과 외신 취재진으로 가득 했다.
시민행동은 “자신들의 침략과 식민지배의 역사를 반성하기는커녕, 동아시아 평화체제의 시대적 추세에 역행하여 군사대국화를 계속 추진하고, 우리나라를 자신들의 경제군사적 하위 파트너로 길들이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아베 정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베규탄 1인 시위 중인 인천광역시의회
아베규탄 1인 시위 중인 인천광역시의회ⓒ민중의소리
● 14:00 인천시의회 의원 소녀상 앞에서 1인 시위
오후 2시엔, 인천광역시의회 임지훈·김진규 시의원이 일본대사관 근처 소녀상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임지훈 시의원에 따르면, 인천시의회 의원 전원(37명)은 지난 25일부터 일본 정부에 수출규제 즉각 철회를 촉구하면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임 의원은 “일제 침략을 비롯해 일본 정부는 (잘못한 일에 대해) 사과나 배상이 없다. 오히려 자유무역주의를 훼손하면서까지 경제 침략을 하고 있지 않나”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족에 대한 자주성을 높이고,국민들이 하나로 뭉쳐서 우리나라의 존재감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작은 힘이 될까 해서 이렇게 나왔다”고 말했다.
● 14:09 [속보] 문 대통령 “우리는 다시 일본에 지지 않을 것...단계적 대응조치 강화”
아베규탄 1인 시위 중인 소녀상지킴이 김지선 씨
아베규탄 1인 시위 중인 소녀상지킴이 김지선 씨ⓒ민중의소리
● 15:30 소녀상 앞에서 소녀상지킴이 1인 시위
오후 3시30분 경, 소녀상지킴이 김지선(22) 씨가 피켓을 들고 일본대사관을 마주하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 옆에 섰다.
김 씨는 “저희 소녀상지킴이는 2015년 박근혜 정부와 아베 정부 사이에 맺어진 한일합의 폐기 및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완전해결을 위해 1300일 가량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면서 “최근 일본 아베 정부의 망언이 점점 심해지면서, 그것을 규탄하기 위해 소녀상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가 든 피켓엔 ‘적반하장 경제제재조치 아베정부 강력규탄한다!’, ‘일본정부 전쟁범죄 공식사죄-법적배상! 친일친미분단수구악폐 청산!’, ‘아베정부군국주의부활책동 강력규탄! 미일북침전쟁연습 즉각중단!’ 등의 문구가 담겨 있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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