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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4일 수요일

'제왕적 국회의원'의 아이러니, 해법은?


[촛불개헌' 관점에서 본 정부 개헌안·<6>]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과 조롱이 우리나라만큼 강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국회도, 국회의원도 동네북이다. 국회는 민생법안 처리는 뒷전이고 만날 선거대비 샅바질만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못 박혔다. 국회의원은 어디서나 목에 힘이나 주며 표를 위해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는 진지하지 못한 존재로 그려진다. 온라인 정치댓글에는 국회와 국회의원을 싸잡아 비난하는 원색적이고 모욕적인 언사가 넘쳐난다. 국회의원 수를 대폭 줄이자는 제안이나 국회의원에게 최저임금만 주자는 제안은 거침없이 나돌지만 국회의원의 수를 증원하자는 말은 꺼내지도 못하는 분위기다. 국회권한을 강화해서 대통령을 견제하자는 다양한 개헌안도, 그렇다면 국회의원의 권한을 더 강화하자는 건데 그게 말이 되느냐는 거센 비난과 반대를 불러온다.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도 국회의원의 권한이 너무 강해진다는 데 있다.  

나는 이미 지난 두 차례의 연재 글을 통해서 우리 국회가 미국 의회와 비교할 때 헌법적 권한이 현저하게 약한 약체 국회이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 거기서 비롯된다는 사실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회권한의 대폭 강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자세히 밝힌 바 있다. 

이 글에서 나는 우리나라국회의원들은 미국 국회의원과 대비할 때 제왕적 국회의원이라고 불러 마땅할 만큼 통제 받지 않는 막강한 권력을 보장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국회의원의 막강한 특권을 통제할 수 있는 다양한 개헌방안을 제시한다. 

우리나라 국회가 약체 국회인 이유 

입법부인 국회는 행정권력을 확실히 견제할 만큼 강력한 힘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미국 의회와 비교할 때 우리 국회는 첫째, 정부의 법안제출권과 시행령 위임관행으로 말미암아 입법권 자체가 약하고, 둘째, 대통령의 고위직 임명에 대한 통제권이 없다시피 하며, 셋째, 정부의 예산안에 대한 통제권이 약하고, 넷째, 법집행감독에 필요한 회계감사원을 산하에 두고 있지 않을 뿐더러 청문회실시권한 행사요건이 까다롭고, 다섯째, 입법권 행사에 필요한 연구조사기능이 약하다. 반면에 우리 국회의원은 대통령의 눈치를 볼 일이 많다. 대통령이 사실상 전략공천권과 비례대표공천권을 장악할 뿐 아니라 장관자리도 겸직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보다 우리 국회의 권력이 현저하게 작다는 뜻은 물론 미국 대통령에 비해 우리 대통령의 권력이 현저하게 강하다는 뜻이다. 현재의 정부형태를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부르는 이유다.  

약체 국회, 제왕적 국회의원의 아이러니 

아이러니는 우리 국회가 약체의회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우리국민은 국회가 약체라는 느낌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승자독식 대통령제와 소선거구제 아래 단단하게 둥지를 튼 거대양당이 적대적 공생의 대립적 정치문화, 즉, 대통령에 대해 사사건건 전투적으로 물고 뜯는 비효율적 정치문화를 낳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뒤에서 살펴보듯이 국회의원들이 4년 주기 선거 외에는 임기 중에 누구의 견제도 불가능한 제왕적 권력을 누리기 때문이다.  

딱 꼬집어 말하지는 못해도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이 제왕적 특권을 누린다는 사실을 몸으로 안다. 국회의원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다른 한편 국회의원의 제왕적권력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강한 불신과 조롱, 때로는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이것이 정치불신과 무관심으로 이어져 다시 기존시스템을 재생산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지금까지 국회의원의 제왕적 권력 통제(“특권 내려놓기”)는 말만 무성할 뿐 조금의 진전도 기약하지 못했다.  

만약 입법부로서의 국회는 대통령에 비해 지나치게 약체기관인데 개별 권력자로서의 국회의원은 울트라 슈퍼 권력을 보장받는 제왕적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나의 주장이 타당하다면 국민의 관점에서 지금의 현실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조합이 아닐 수 없다. 당연히 이번 개헌을 통해 지금의 상태를 100% 거꾸로 뒤집어야만 견제와 균형이 살아있는 국민중심의 권력구조를 손에 쥘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문제의식에 입각해서 지금부터는 한국 국회의원의 막강한 권력이 과연 헌법과 법률로 어떻게 보장되는지를 살펴보겠다.

국회의원의 제왕적 특권은 국회의원의 입법권으로 유지된다

이하에서는 내가 한국 국회의원을 미국 국회의원에 비해 울트라 슈퍼 국회의원으로 만들어내는 열한개의 법제적 근거를 간략하게 제시한다. 먼저 짚어야 할 점은 내가 패거리문화나 권위주의 문화 등 사회문화적 접근을 배제하고 제도적 접근만으로 주장의 근거를 대고자 한다는 점이다. 사회문화와 법제도의 관계가 쌍방향적이긴 하지만 권력구조는 헌법과 법률로 정해지는 속성상 제도의 결정력이 보다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헌법과 법률은 사실상 국회의원이 만들어내기 때문에 권력구조의 법제화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것과 다르지 않게 언제나 국회의원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진행되게 마련이다. 국민주도 개헌은 바로 이런 원천적 불균형을 시정하는 기회다.  

단일국가의 단원제 국회의원이라 과잉대표권을 갖는다 

첫째, 우리 국회의원은 전국적으로 300명에 지나지 않지만 미국에서 법률제정권을 행사하는 국회의원의 수는 연방의원 550명(상원 100명, 하원 450명)과 50개 주의원 7천383명(상원 1,972명, 하원 5,411명)을 합쳐서 총7천933명이다. 단순비교로는 우리 국회의원이 미국 국회의원에 비해 26배 희소가치가 있지만 인구비례(5천1백만 대 3억2천만)를 감안해도 4.4배 희소가치가 있다. 국회의원이 대표하는 인구수가 4.4배라는 뜻이므로 그만큼 대의권력도 크다. 국회의원 권력을 분산하려면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 비례성원칙을 도입하기 위해서도 국회의원 정수확대가 불가피하다. 이번 개헌에서 국회의원 지원인력을 줄이고 국회예산을 당분간 동결하는 방법 등을 동원해서 국회의원 정수를 400명 수준으로 늘리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둘째, 미국 국회의원은 연방의원과 주의회 중 하나에만 소속해서 연방법률이나 주법률 중 하나를 만들 뿐이다. 반면 우리 국회의원은 미국으로 치면 연방의원과 주의원을 겸한다. 그것도 50개 주의 국회의원을 모두 겸한다. 우리 국회의원은 미국으로 치면 연방법률 모두와 50개 주의 법률 총합을 만들어내는 울트라 슈퍼 입법자다. 이 부분은 연방제로 가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차이다. 다만 연방제 국가의 헌법기관에 비해 단방 국가의 헌법기관이 엄청난 집중권력을 갖고 있으며 그만큼 국민통제가 더 필요하다는 사실은 기억되어야 한다. 또한 지방의회의 입법권을 강화하는 것이 한국 국회의원의 슈퍼 입법권을 분산하는 좋은 방안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셋째, 미국 국회의원은 양원제의회의 상하원의원을 겸할 수 없다. 우리로 치면 연방의원이건 주의원이건 반쪽 입법권만 갖는 셈이다. 반면 우리 국회의원은 단원제의회라서 미국으로 치면 상하원의원을 겸하는 국회의원이다. 대통령제국가 중에도 필리핀처럼 양원제의회를 둔 나라가 많은데 같은 이치로 우리 국회의원이 2배 더 큰 권력을 갖는다. 이 부분의 차이는 양원제를 도입해야 사라진다. 준연방제에 준해 지방자치분권을 강화하고 광역균등대표를 위해 상원을 설치함으로써 양원제를 도입하는 것도 이번 개헌에서 검토해야할 사항이다.

미국의원에 비해 임기와 심판주기가 두 배다 

넷째, 미국 국회의원의 대다수는 하원의원이다. 연방의원은 상원의원 100명, 하원의원 450명으로 하원의원이 4.5배 많고 미국 주의원도 상원의원(1,972명)에 비해 하원의원(5,411명)이 2.7배 많다. 미연방하원의원 전원은 임기가 2년이다. 50개 주의회 중 45개에서 하원의원 임기가 2년이다. 반면 우리 국회의원은 임기가 4년으로 미국하원의원의 2배다. 같은 권력을 가졌어도 권력총량이 2배라는 뜻이다. 나는 미국 국회의원의 대종을 이루는 연방과 주의 하원의원 임기가 2년이라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임기 4년은 총선주기가 4년이라는 뜻이다. 반면 임기2년은 국민의 의회와 정당, 의원 심판주기가 2년이라는 뜻이다. 대의권력을 행사하고 매개하는 정당, 의원, 의회를 매2년마다 심판하는 편이 주권자의 관점에서 낫겠는가, 4년마다 심판하는 편이 낫겠는가?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4년 임기, 4년 심판주기가 백 번 좋겠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임기단축과 심판주기단축이 장점이 몹시 많다. 국회의원의 민심에 대한 반응성과 충실성, 책임성을 확보하는 데 확실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후속 편에서 자세히 알아본다.

인사안 무기명투표로 유권자에게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다섯째, 미국 국회의원, 특히 연방상원의원과 주상원의원은 대통령(주지사)의 1천개도 넘는 행정부고위직 인사에 대해 동의권을 갖지만 동의여부를 반드시 공개투표(한 명씩 이름을 호명하며 공개적으로 찬반을 묻는 롤콜투표)를 한다. 100% 기록되고 공개되기 때문에 그때그때 책임소신투표를 하고 여론의 심판과 유권자의 압력을 받는다. 반면 우리 국회의원은 국회법을 만들면서 국무총리, 대법원장, 대법관, 헌재소장은 물론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등 모든 인사 관련 투표를 무기명으로 실시하도록 규정했다. 헌법기관 인사안에 대한 국회의원의 찬반결정을 유권자의 심판에서 배제함으로써 무책임투표를 제도화한 셈이다. 이번 개헌에서 최소한 국회동의권 행사사안에서는 무기명투표를 금지해야 한다.

개헌의결권과 국민투표부의권을 독점한다 

여섯째, 미국 국회의원은 우리 국회의원과 달리 개헌안 발의권과 의결권, 국민투표 부의권을 독점하지 않는다. 44개 주는 헌법회의소집에 의한 개헌발의권과 국민투표 부의권을 인정한다. 국민개헌발의권을 도입한 주도 캘리포니아 주를 위시해서 18개 주다. 반면 한국국회는 개헌발의권은 대통령과 나눠 갖지만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해야만 국민투표에 부의되므로 국민투표 부의권을 독점한다. 정부 개헌안과 자유한국당 개헌안 둘 다 국민의 개헌발의권을 인정하지 않는 반면 국회의원의 개헌안 의결권 및 국민투표권 부의권 독점은 존치한다. 이번 개헌기회에 국회(의원)주도개헌절차를 국민주도개헌절차로 전환하기 위해 어떤 방향과 내용으로 개헌이 필요한지는 이미 지난 글에서 밝혔다.  

장차관 겸직으로 행정권까지 장악할 수 있다  

일곱째, 미국 국회의원은 사직하지 않고는 장차관 기타 행정부공직을 겸직하지 못한다. 한국 국회의원은 대통령제국가에서는 유일하게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며 장관으로 임명될 특권을 갖는다. 인사 사안의 무기명투표보장 및 장관 겸직 허용 국회법규정은 우리 국회의원들이 입법권을 집단적으로 남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당연히 이번 개헌기회에 헌법으로 반드시 금지시켜야 한다.  

국회의원 선수상한제가 없다 

여덟째, 미연방의원은 선수상한제 혹은 재임기간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지만 미국 주의원 중에는 선수상한제를 적용받는 의원이 적지 않다. 16개 주에서 선수상한개헌이 국민투표를 통과해서 효력을 발휘한다. 연속선수상한인지 누적선수상한인지, 그것도 상하원별도상한인지 상하원합계상한인지에 따라 제한강도가 달라진다. 인구가 3700만에 달하는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가장 강력한 평생누적재임기간상한제(8년)가 실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국회의원에 대해선 선수제한이나 재임기간제한이 없다. 대통령도 연임제한이 있고 지방자치단체장도 3선제한제가 적용되나 국회의원은 제한이 없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없으니 선거로 심판하는 외에는 사실상 종신제 국회의원도 막을 길이 없다. 개헌발의권이 도입되면 당연히 이를 개선하는 내용의 국민개헌안이 발의되기 쉽다. 

아직까지 국민소환 대상이 아니다 

아홉째, 미국 국회의원 중 24개 주의 주상하원의원은 국민소환제 대상이다. 이들 가운데 캘리포니아 주를 비롯한 서부의 많은 주들이 이미 1910년대부터 국민소환제를 도입했다. 국회는 지자체장에 대한 대해서는 주민소환제를 이미 입법했지만 정작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국민소환제를 마련하지 않았다. 정부 개헌안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신설했으나 자유한국당 개헌안에는 이 부분이 빠졌다. 미국의 경험으로 보면 국민소환제는 남용되기 어려운 반면 국회의원에게는 경각심을 불어넣을 수 있다. 주권자권리 강화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아직까지 국민과 입법권을 공유하지 않는다 

열째, 미국연방의원은 국민과 입법권을 분점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과 입법권을 분점하는 주의회는 24개나 된다. 우리 국회의원은 지금까지 단방국가 단원제의회의 막강한 입법권을 4년 임기 내내 독점해왔다. 정부 개헌안은 국민의 법안발안제도를 도입했지만 구체적 내용을 100% 국회입법에 맡겼다. 국회의원은 구체적 입법단계에서 국민발안권 행사요건과 절차를 까다롭게 규제할 내재적 유인을 갖는다. 국민발안권 구체화입법이 자칫 하면 속빈강정이 될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입법권을 독점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회는 국회의원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사안들조차 국회의원들 스스로 결정하는 자기대리 현상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의 권한을 제한하고 축소하는 일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려워진다. 국민들은 선거로 개별 의원을 심판할 수 있을 뿐 이러한 구조를 바꿀 수는 없다. 실효성 있는 국민발안제와 개헌발안권이 필요한 이유다.  

승자독식선거제도로 과잉대표권을 행사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제왕화는 승자독식 선거제도로부터 비롯된 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지나치게 많은 인구를 대표하는 것은 물론 승자독식 소선거구제로 인해 자신에게 반대한 유권자들까지 대표하는 것으로 의제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그 당연한 귀결이 거대 양당제의 고착화다. 현재의 승자독식 선거제도는 국민의 국회 통제권을 차단하여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민 각 계층이 갖는 사회경제적 이해관계를 제대로 대변해야 한다는 점에서 뿐 아니라 국회의원에 대한 유권자들의 통제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서 의회대표성의 정의를 제고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력한 선거제도 개혁 의지를 이미 여러 번 천명한 바 있어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의 저항을 뚫고 이번 개헌국면에서 정치적폐 중 으뜸인 현행 민심왜곡 승자독식 선거제도가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민을 봉으로 만드는 약체 국회와 제왕적 국회의원  

이상에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왜 제왕적 국회의원인가에 대해 살펴보았다. 물론 미국 국회의원은 우리 국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막강한 미국 의회의 권한을 균등하게 나눠 갖기 때문에 우리 국회의원보다 막강한 권한을 갖는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부분은 의회에 고유한 입법권한과 행정부 견제권한에 국한되기 때문에 아주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밖에도 미국의원은 우리의원에 비해 소속정당의 경계를 뛰어넘어 크로스보팅을 할 자율판단권한이 강하다. 대통령이 여당을 통해 국회를 장악하는 것이 제왕적 대통령을 낳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정당의 당론투표 강제력이 약한 측면도 현대행정국가에서 점점 더 강력해지는 대통령의 권력남용을 견제하는 데 기여한 측면이 강하다.  

반면에 우리 국회의원이 미국 국회의원에 비해 막강한 부분은 모두 국회의원 개개인의 견제 받지 않는 권력보장으로 귀결된다. 국회의원들이 만든 헌법과 법률로 국회의원 지위를 적절한 견제 없는 특권적 지위의 철옹성으로 구축한 측면이 강하다. 그 결과가 국민들의 강력한 국회의원 불신이다. 대통령제를 하는 이상 우리 국회의 권한을 미국국회처럼 강화하지 못하면 한국 대통령은 제왕화의 비극을 피하지 못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의 국회의원 통제권한을 헌법과 법률로 확보해서 국회의원부터 제왕적지위에서 끌어내리는 게 필요하다. 제왕적 국회의원의 특권을 축소하고 국민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일은 제왕적 대통령과 제왕적대법원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일과 함께 이번 개헌이 반드시 이뤄내야 할 핵심과제다.

국회의원의 상대적 특권이 많다는 사실은 국회의원의 제왕적 지위를 보여줄 뿐 아니라 제왕적 국회의원을 100명도 넘게 거느려온 양대 기득권정당이 그동안 얼마나 큰 권력을 누렸는지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정당은 권력은 막강하지만 막상 공론형성을 위해 하는 일은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정치재담 경쟁 외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정당연구소에 정당보조금의 절반을 쓰도록 의무화했지만 제대로 된 정당연구소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정현안과 국가전략에 대해, 그것이 개헌문제든 남북문제든 노동복지문제든 교육문제든 상관없이, 지금까지 지구당별로 토론회 한번, 공청회 한번을 개최하는 정당을 못 봤다.

속살을 들여다볼수록 우리 정당들은 연구조사와 토론논쟁이 없는 명망가 정당, 대선포말 정당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여기서는 이른바 권리당원일지라도 동원대상일 뿐 이렇다 할 참여기회를 갖지 못한다. 정당에 대한 시민통제는 고사하고 당원통제도 너무나 취약하다. 이래서는 정당민주주의가 빈말에 지나지 않고 당대표의 제왕적정당에 지나지 않는다. 이래서는 이원정부제("대통령제 안의 내각책임제")가 아무리 원론적으로 바람직해도 정당과 국회의원, 국회의 권한만 강화시킬 뿐이라는 이유로 국민들의 반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여야 개헌안에 담긴, 국회(의원)과 정당에 대한 국민통제권이 고작 4년 주기 선거밖에 없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국회의원 임기와 총선주기를 2년으로 단축하는 방안 및 그 약한 대안으로 국회의원 임기는 4년으로 보장하되 2년마다 국회의원의 절반을 뽑을 수 있도록 반쪽총선의 제도화를 통해 국민심판기회를 늘리는 국회(의원)통제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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