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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3일 화요일

문 대통령 “4. 3진상규명.명예회복 중단.후퇴 없을 것”

(추가) 70주년 4.3 추념식, 제주 4.3 역사적 자리매김 시도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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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03  11: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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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 청와대페이스북]
“더 이상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와 함께,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선언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오전 10시 제주시 봉개동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모사를 통해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이 4.3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2006년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12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2000년, 김대중 정부는 4.3진상규명특별법을 제정하고, 4.3위원회를 만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4.3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위령제에 참석해 희생자와 유족, 제주도민께 사과했다”며 “저는 오늘 그 토대 위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해 유해 발굴 사업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끝까지 계속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유족들과 생존희생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배·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는 두 번째로 4.3 위령제에 참석했다. [사진출처 - 청와대페이스북]
문 대통령은 “4.3의 완전한 해결이야말로 제주도민과 국민 모두가 바라는 화해와 통합, 평화와 인권의 확고한 밑받침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이제 우리는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 스스로도 4.3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낡은 이념의 틀에 생각을 가두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나아가 “정의롭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면, 보수든 진보든, 어떤 깃발이든 국민을 위한 것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삶의 모든 곳에서 이념이 드리웠던 적대의 그늘을 걷어내고 인간의 존엄함을 꽃피울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제주는 깊은 상흔 속에서도 지난 70년간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외쳐왔다”며 “이제 그 가치는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으로 이어지고, 인류 전체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로 전해질 것”이라고 말하고 “오늘의 추념식이 4.3영령들과 희생자들에게 위안이 되고, 우리 국민들에겐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이 되길 기원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행방불명인 표석 및 위패봉안실을 방문, 행방불명인 표석에 동백꽃을 올리고, 위패봉안실에 술 한 잔을 올렸다. 이어 김정숙 여사와 나란히 헌화 및 분향했고, 김정숙 여사는 4.3을 상징하는 동백꽃을 헌화했다.
추념식은 <순이 삼촌> 소설로 4.3사건을 알린 현기영 작가의 추모글 낭독과 가수 이효리 씨의 추모시 낭독, 가수 이은미 씨의 <찔레꽃> 공연, 제주4.3 유족 50명으로 구성된 4.3평화합창단이 제주도립합창단, 제주시립합창단과 함께 <잠들지 않는 남도> 합창 등으로 진행됐다.
  
▲ 가수 이효리 씨가 추모시를 낭독했다. [사진출처 - 청와대페이스북]
추념식에 이어 문 대통령은 오전 11시 위패봉안실에 입장해 ‘통곡의 세월을 보듬어 화해와 상생의 나라로 나아가겠습니다. 2018. 4. 3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방명록에 서명했다.
양조훈 4.3평화재단 이사장은 “당시 제주도 전체 인구의 10% 가량인 3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며, 공식적으로 진상규명위원회에 신고한 희생자만 해도 1만 5,000여명”이라며 “희생자 위패들을 마을 단위로 모시고 있다. 주민이 90여명 정도 되는 곳인데, 이 작은 마을에서 53명이 죽었다. 주민 절반 이상이 죽었다. 제주도에서 피해가 없는 마을은 한 마을도 없습니다. 가장 많은 피해자는 537명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오찬에서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역사상 가장 많은 유족이, 정말 온 식구가 대통령과 4·3평화공원에 올 수 있었다”며 “통일의 기운을 4.3 평화공원에서 일으켜서 남북 정상회담 성공적으로 치르시고, 저의 바람은 남·북·미 정상회담을 이곳 제주에서 열어주시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홍성수 제주4.3 실무위원회 부위원장은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평화공원 찾아주시고, 우리 도민과 그처럼 염원하던 4.3 문제 해결을 위한 말씀을 해 주신 데 대해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될지 모르겠다”고 인사하고 “국회가 4.3 특별법 개정안 처리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하나 바라는 바가 있다면 앞으로는 이제 누구도 4.3을 부정하거나 폄훼하거나 또는 모욕하는 일이 없도록, 4.3의 진실이 똑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4.3의 완전한 해결,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 우리가 똑바로 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는 희망을 유족들과 희생자들이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책임 있게 해 나가겠다. 만약에 우리 정부가 다 해내지 못한다면 또 다음 정부가 이어갈 것”이라고 약속하고 “4.3의 진실은 온 세상에 드러나고, 또 4.3의 완전한 해결, 우리 제주도민들께서 이제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4.3희생자 추념일 추념사 (전문)>4.3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
제주도민 여러분,
돌담 하나, 떨어진 동백꽃 한 송이,
통곡의 세월을 간직한 제주에서
“이 땅에 봄은 있느냐?”
여러분은 70년 동안 물었습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께
제주의 봄을 알리고 싶습니다.
비극은 길었고,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날 만큼 아픔은 깊었지만
유채꽃처럼 만발하게
제주의 봄은 피어날 것입니다.
여러분이 4.3을 잊지 않았고
여러분과 함께 아파한 분들이 있어,
오늘 우리는 침묵의 세월을 딛고
이렇게 모일 수 있었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4.3의 통한과 고통, 진실을 알려온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제주도민들께
대통령으로서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제주도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
70년 전 이곳 제주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이념의 이름으로 희생당했습니다.
이념이란 것을 알지 못해도
도둑 없고, 거지 없고, 대문도 없이 함께 행복할 수 있었던
죄 없는 양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학살을 당했습니다.
1948년 11월 17일 제주도에 계엄령이 선포되고,
중산간 마을을 중심으로 ‘초토화 작전’이 전개되었습니다.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없으면
‘도피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습니다.
중산간 마을의 95% 이상이 불타 없어졌고,
마을 주민 전체가 학살당한 곳도 있습니다.
1947년부터 1954년까지
당시 제주 인구의 10분의1, 3만 명이 죽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념이 그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은
학살터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한꺼번에 가족을 잃고도
‘폭도의 가족’이란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숨죽이며 살아야 했습니다.
고통은 연좌제로 대물림되기도 했습니다.
군인이 되고, 공무원이 되어 나라를 위해 일하고자 하는
자식들의 열망을
제주의 부모들은 스스로 꺾어야만 했습니다.
4.3은 제주의 모든 곳에 서려있는 고통이었지만,
제주는 살아남기 위해 기억을 지워야만 하는 섬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말 못할 세월동안
제주도민들의 마음속에서 진실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4.3을 역사의 자리에 바로 세우기 위한 눈물어린 노력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1960년 4월 27일 관덕정 광장에서,
“잊어라, 가만히 있어라” 강요하는 불의한 권력에 맞서
제주의 청년학생들이 일어섰습니다.
제주의 중고등학생 1천500명이
3.15 부정선거 규탄과 함께 4.3의 진실을 외쳤습니다.
그해, 4월의 봄은 얼마 못가
5.16 군부세력에 의해 꺾였지만,
진실을 알리려는 용기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4.3 단체들이
기억의 바깥에 있던 4.3을 끊임없이 불러냈습니다.
제주4.3연구소, 제주4.3도민연대, 제주민예총 등
많은 단체들이 4.3을 보듬었습니다.
4.3을 기억하는 일이 금기였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온시 되었던 시절,
4.3의 고통을 작품에 새겨 넣어
망각에서 우리를 일깨워준 분들도 있었습니다.
유신독재의 정점이던 1978년 발표한,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 삼촌’.
김석범 작가의 ‘까마귀의 죽음’과 ‘화산도’.
이산하 시인의 장편서사시 ‘한라산’.
3년간 50편의 ‘4.3연작’을 완성했던
강요배 화백의 ‘동백꽃 지다’.
4.3을 다룬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
조성봉 감독의 ‘레드헌트’.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
임흥순 감독의 ‘비념’과 김동만 감독의 ‘다랑쉬굴의 슬픈 노래’.
故 김경률 감독의 ‘끝나지 않는 세월’.
가수 안치환의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
때로는 체포와 투옥으로 이어졌던 예술인들의 노력은
4.3이 단지 과거의 불행한 사건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알려 주었습니다.
드디어 우리는 4.3의 진실을 기억하고 드러내는 일이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의 길을 열어가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주도민과 함께 오래도록 4.3의 아픔을
기억하고 알려준 분들이 있었기에 4.3은 깨어났습니다.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리고,
또한 깊이 감사드립니다.
4.3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의 승리가 진실로 가는 길을 열었습니다.
2000년, 김대중 정부는 4.3진상규명특별법을 제정하고,
4.3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4.3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위령제에 참석해 희생자와 유족, 제주도민께 사과했습니다.
저는 오늘 그 토대 위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합니다.
더 이상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와 함께,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선언합니다.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유해 발굴 사업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끝까지 계속해나가겠습니다.
유족들과 생존희생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배·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습니다.
4.3의 완전한 해결이야말로
제주도민과 국민 모두가 바라는
화해와 통합, 평화와 인권의 확고한 밑받침이 될 것입니다.
제주도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
지금 제주는 그 모든 아픔을 딛고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 부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4.3 영령들 앞에서
평화와 상생은 이념이 아닌,
오직 진실 위에서만 바로 설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있습니다.
좌와 우의 극렬한 대립이
참혹한 역사의 비극을 낳았지만
4.3 희생자들과 제주도민들은
이념이 만든 불신과 증오를 뛰어 넘었습니다.
고 오창기님은 4.3 당시 군경에게 총상을 입었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해병대 3기’로 자원입대해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습니다.
아내와 부모, 장모와 처제를 모두 잃었던 고 김태생님은
애국의 혈서를 쓰고 군대에 지원했습니다.
4.3에서 ‘빨갱이’로 몰렸던 청년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조국을 지켰습니다.
이념은 단지 학살을 정당화하는 명분에 불과했습니다.
제주도민들은 화해와 용서로
이념이 만든 비극을 이겨냈습니다.
제주 하귀리에는
호국영령비와 4.3희생자 위령비를 한자리에 모아
위령단을 만들었습니다.
“모두 희생자이기에 모두 용서한다는 뜻”으로 비를 세웠습니다.
2013년에는 가장 갈등이 컸던 4.3유족회와 제주경우회가
조건 없는 화해를 선언했습니다.
제주도민들이 시작한 화해의 손길은
이제 전 국민의 것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국민들께 호소하고 싶습니다.
아직도 4.3의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대한민국엔 낡은 이념이 만들어낸
증오와 적대의 언어가 넘쳐납니다.
이제 우리는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불행한 역사를 직시하는 것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만 필요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도 4.3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낡은 이념의 틀에 생각을 가두는 것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정의로운 보수와 정의로운 진보가
‘정의’로 경쟁해야 하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공정한 보수와 공정한 진보가
‘공정’으로 평가받는 시대여야 합니다.
정의롭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면, 보수든 진보든,
어떤 깃발이든 국민을 위한 것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삶의 모든 곳에서 이념이 드리웠던 적대의 그늘을 걷어내고
인간의 존엄함을 꽃피울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 나갑시다.
그것이 오늘 제주의 오름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4.3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
국민 여러분,
4.3의 진상규명은 지역을 넘어
불행한 과거를 반성하고 인류의 보편가치를 되찾는 일입니다.
4.3의 명예회복은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나가는
우리의 미래입니다.
제주는 깊은 상흔 속에서도
지난 70년간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외쳐왔습니다.
이제 그 가치는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으로 이어지고,
인류 전체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로 전해질 것입니다.
항구적인 평화와 인권을 향한 4.3의 열망은
결코 잠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대통령인 제게 주어진
역사적인 책무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추념식이
4.3영령들과 희생자들에게 위안이 되고,
우리 국민들에겐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이 되길 기원합니다.
여러분,
“제주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4월 3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 재 인

(추가,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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