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영 2018. 0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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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쪽이 이긴다, 필사적인 깃털 다듬기 전쟁
짝 지키랴, 한눈 팔랴…절정의 순간은 물에 잠겨
해마다 경기도 김포 장릉 연못에서는 봄·가을 이동 중에 머무는 원앙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원앙이 이동하다 중간에 잠시 머무는 기착지가 된 지 오래다. 가을부터 변하기 시작한 수컷 원앙의 혼인깃이 봄을 맞아 더욱 더 아름답게 빛난다.
원앙 수컷들은 혼인색을 마음껏 뽐내며 암컷 원앙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애쓴다. 수컷 원앙은 겨울 내내 깃털을 관리하고 암컷 원앙이 변심하지 않기를 바라며 부부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제 봄기운이 돌자 아름다운 깃털을 짝짓기를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활용해야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왔다.
수컷 원앙은 튼튼한 몸집을 이용해 경쟁자와 힘으로 겨루기보다는 가장 멋지고 화려한 깃털을 내세워 힘의 상징으로 가슴을 마음껏 부풀여 과시한다. 화려한 깃털은 암컷을 유혹하는 최고의 수단이 되기도 하고, 암컷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깃털 관리는 짝을 맺는 경쟁력이다. 깃털이 덜 화려한 수컷은 뒷전에서 헛물만 켜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래서 수컷 원앙들은 깃털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고 가꾼다.
진달래, 벚꽃과 어울린 원앙의 깃털이 화려한 빛을 뽐낸다. 수컷 원앙은 늘 암컷을 유혹하려 기회를 엿보기 때문에 짝을 맺은 수컷 원앙은 언제 암컷을 빼앗길지 몰라 철저하게 경계한다.
암컷 원앙은 다른 수컷 원앙이 다가오면 잽싸게 내쫒는다. 수컷 원앙도 다른 암컷 원앙이 다가오면 가차없이 내쫒는다. 서로가 만족하고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그러나 양쪽의 속내는 다르다. 바람을 피울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된 일인지 원앙 부부는 바람을 피워도 걸리는 법이 없어 다행히 부부 관계를 유지한다. 봄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원앙의 사랑도 무르익는다. 이제 번식지로 돌아가 후세를 기약하는 일만 남았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진행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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