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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4일 토요일

[분석] 어떤 탄핵이냐에 따라 후폭풍 달라진다

'8:0 탄핵'이 필요한 이유
[분석] 어떤 탄핵이냐에 따라 후폭풍 달라진다
임경구 기자    2017.03.03 17:13:13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변론 종결 후 결정까지 통상 2주가 소요된다는 점에서 7일께 선고일을 발표한 뒤 10일이나 13일 최종 선고를 하는 수순이 유력하다.

변론 종결 이후 평의를 이어가고 있는 헌재는 사실관계에 대한 파악을 끝내고 법리를 논의하며 결론 도출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느냐에 따라 박 대통령의 운명이 달라진다. 인용이냐 기각이냐를 포함해 인용 시 결정문에 명시될 파면의 근거, 몇 명이 소수의견을 내느냐 등 세부 내용도 향후 정국에 미칠 변수로 꼽힌다. 

헌재는 국회 측의 탄핵 소추 사유 13개를 5가지 유형으로 압축해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주권주의·법치주의 위반 △대통령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각종 법률 위배 등이다. 

국회 측은 대통령 연설문과 정책 및 인사 자료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최순실 씨에게 전달됨으로써 최 씨의 국정 개입을 허용한 점이 헌법의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청와대는 문건 유출은 정 전 비서관이 임의로 판단한 것이며, 최 씨의 관여도는 국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 남용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자금을 출연한 행위가 박 대통령 강요에 따른 것이냐가 쟁점이다. 국회 측은 청와대가 최 씨와 공모한 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통해 기업들에 하달했다고 보는 반면, 박 대통령 측은 전경련을 통한 자발적 모금이라고 맞서왔다. 

언론의 자유 침해와 관련해선, 국회 측은 청와대가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조한규 사장을 사임하게 하고 검찰 수사와 세무조사 등 외압을 행사했다고 보는 반면, 박 대통령 측은 검찰과 세무당국의 자체적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또한 국회 측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이 본관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았으며 관련 보고도 제대로 받지 않아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 관저에서 근무하며 유선과 서면으로 보고를 받고 대응 지시를 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뇌물 수수 등 형사법 위반 사항은 각종 법률 위배 항목에 해당한다. 국회 측은 박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들과 면담에서 각 기업들의 민원 해결을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출연을 압박했다고 본다. 반면 박 대통령 측은 정책 목표에 따른 공익적 목적에서 추진된 일이어서 뇌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헌재가 이상의 5가지 쟁점 가운데 단 하나라도 파면을 당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 및 법률 위반에 해당된다고 판단하면 박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된다. 

언론 보도 및 특검 수사에서 드러난 증거와 관련자들의 증언으로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명확하게 드러난 점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이 5가지 쟁점 모두에서 기각 결정을 얻어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각각의 쟁점에 헌재가 어떤 입장을 결정문에 담느냐에 따라 최 씨의 국정 농단, 박 대통령과 삼성 및 대기업 간의 뇌물 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에 대한 검찰의 후속 수사와 이에 대한 재판 과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8명의 헌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할지 엇갈릴지, 엇갈리면 몇 대 몇으로 갈릴지도 향후 후폭풍의 파장을 가를 중요한 변수다.  

만약 3명 이상의 재판관이 기각 의견을 내 박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할 경우, 정치·사회적 갈등과 혼란은 상상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80%에 육박하는 탄핵 찬성 여론과 배치되는 결정을 내릴 것이란 관측은 일부 보수단체 등 극렬한 탄핵 반대층에서만 희망 사항처럼 제기될 뿐이다.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7대 1이나 6대 2로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김평우 변호사가 탄핵이 인용되면 "내란 상태로 들어가고 아스팔트 길이 피와 눈물로 덮여버릴 것"이라고 한 발언은 지나치게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박 대통령과 보수단체들이 소수의견을 빌미 삼아 탄핵 불복 장외 투쟁에 나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처럼 탄핵 결정 뒤에 예상되는 국론 분열과 혼란을 우려해 법조계 일각에선 헌재 재판관들이 전원일치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헌법학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첨예한 사건에 대해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나오게 되면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소수의견에 나와 있는 글자 하나, 문장 하나를 침소봉대할 수 있다"며 "이것은 국가의 통합이라는 헌법의 기본이념에 반하는 결과를 야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교수는 또한 "80일에 걸친 변론과정에서 대통령 측 대리인들이 소추위원 측의 주장, 탄핵 사유에 대한 주장들을 제대로 배척하지 못했고 반대되는 증거들을 제출하지 못했다"며 "8대 0으로 탄핵 인용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소수의견을 가진 재판관들이 다수의견 쪽으로 수렴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재판관들의 판단에 달린 문제라서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 
임경구 기자 hilltop@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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