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구성원의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본인 또는 부모 중 적어도 한 명이 출생 시 또는 현재 외국 국적인 사람의 수가 2020년 약 218만명에서 2040년이 되면 약 323만명까지 늘어난다. 비율로 치면 총인구의 4.2%에서 6.4%까지 커지는 셈이다. 생산연령인구 중 이주 배경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4.7%에서 2040년 8.6%까지 증가한다. 다양한 이주 배경이 공존하는 사회는 이미 도착한 미래다.

학교 현장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올해 이주 배경 학생 수는 18만명을 넘어, 전체 초·중·고 학생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10년 전 1.1%에서 3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주 배경 학생이 몰려 있는 밀집 학교의 수도 크게 늘었다. 올해 전교생 100명 이상인 전국의 초·중·고교 중 이주 배경 학생 비율이 30%를 넘는 학교는 90곳으로 2020년 45교에 비해 3년 만에 2배 늘었다.

사회구조와 학교 현장의 변화에 맞게 다문화 교육정책도 새롭게 마련되어야 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다문화 교육 정책은 그동안 시혜적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은 이주 배경 학생에 대한 낙인 효과를 남겼다. 최저 수준의 보장을 위해 도와줘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다 보니, 이주 배경 학생을 우리 사회의 인재로 양성하겠다는 생각은 요원한 것이었다.

인식 전환이 선행되어야 정책도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다. ‘나와 다른 누군가를 돕는다’에서, ‘서로 다른 우리가 모두 함께 인재로 성장한다’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다양한 이주 배경의 사람들이 어우러진 사회를 상상하며 정책을 설계하고 꾸려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갈 미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주 배경을 가정과 학생의 여러 특성 중 하나로 보고 이를 고려한 맞춤형 교육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주 배경 학생은 성장 배경의 특성 때문에 이중 언어나 글로벌 마인드가 강점일 수 있다. 이를 적극 살려 이주 배경 학생을 글로벌 인재로 양성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강점은 있다. 우리가 강점에 초점을 둔다면, 모든 학생은 다 자신만의 강점이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이주 배경 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이주 배경이 있든 없든 여느 아이들처럼 축구, 노래, 발표력 등에 소질과 재능을 보일 수 있다. 이제는 이주 배경 학생 모두를 ‘다문화’라는 이름의 한 그룹으로 바라봤던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모두가 우리의 학생이다. 이제는 학생 개개인을 바라봐야 한다.

특히 한국어 교육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강화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지역사회와 학교가 연계한 한국어 교육 체계를 구축한다. 기초 한국어 능력이 부족해 학교에서 학생들과 어울리며 함께 성장하기 어려운 학생을 위해 지역에 ‘한국어 예비 과정’을 운영하여 3개월에서 1년간 집중적인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리고 학교의 한국어 학급은 교과수업에 맞춘 한국어 교육에 초점을 둘 계획이다. 또한 전 세계에 있는 43개 한국교육원을 통해 한국에 입국하기 전 현지에서도 학생에게 양질의 한국어 교육을 제공한다. 지난해 9월 교육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이주배경학생 인재양성 지원방안(2023~2027)’을 발표하였다.

방문객이 공항을 통해 입국하듯, 미래 세대는 학교를 통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한다. 그래서 학교 교육의 다양성과 포용성은 우리 사회 발전과 성숙의 지표가 된다. 이주배경학생 교육정책 강화를 통해 학생들은 언어와 배경을 넘어 소통과 협력을 배우고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체득하게 된다. 이미 전 세계 많은 사람이 자신의 꿈을 이룰 곳으로 한국을 생각하고 이민과 유학을 고려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모든 학생이 배경에 상관없이 공정한 교육 기회를 통해 자기 잠재력을 키우고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는 인재 대국으로 거듭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