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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5일 월요일

세계 문자 한글의 장래

 세계 문자 한글의 장래 <4>

대구광역일보 기자 / 입력 : 2024년 01월 15일(월) 13:24

한류와 한국 제품의 확산에 힘입어 전 세계에 한국어 학습 열풍이 일고 있습니다. 
‘오빠’ ‘대박’ ‘비빔밥’ 같은 우리말이 그네들의 사전에 올랐고 구찌, 루이비통 등 세계적 명품들이 한글로 도안한 제품들을 내놓습니다. 
외국어 학습 앱 ‘듀오링고’에 따르면 한국어는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배우는 외국어입니다.
 ‘K-알파벳’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한글이 지구촌 곳곳을 누비는 세상입니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표기 수단으로 채택해 놀라움과 함께 자부심을 안겨 줬던 2009년과는 또 다른 차원입니다. 
이런 현상에 기뻐만 할 게 아니라 더 늦기 전에 한글의 약점을 보완해 명실상부한 세계 문자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재론컨대 한글은 우리가 제일 어려울 때 훈민정음을 축소해 만든 것이므로 이제는 비상하는 국위에 맞춰 기능을 회복시킴으로써 격을 높여야 할 때입니다.

▣한글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나?
한글의 발전 방향은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국제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훈민정음의 표음 기능을 회복하고, 둘째, 발전하는 현대 문물에 대응해 컴퓨터 접근성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표음 기능 회복을 위해서는 현행 ’외래어표기법’을 폐지하고 언어별로 ’외국어표기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외래어표기법은 1933년 한글맞춤법 통일안에 처음 등장했고 우여곡절 끝에 1986년 문교부 고시로 공포된 후 몇 번 개정됐습니다. 
그 골자는 ’외래어는 소리 나는 대로 적되 한글 자모 24자만 쓸 것’과 ’된소리를 쓰지 말 것‘ 등 입니다. 
이에 따라 영어 fan은 ‘팬’으로, sad movie는 ‘새드 무비’로 각각 쓰지만 원어민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합니다. 이 억지 규정은 핑계가 있습니다. 
‘외래어란 외국에서 들어와 우리말이 된 것이므로 우리 식으로 써야 한다’가 바로 그것입니다. 문제는 외래어가 아닌 외국어도 외래어표기법을 따르게 한 것입니다.

▣외래어와 외국어
외래어와 외국어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외래어는 이미 우리말이 된 것입니다.
 ‘라디오(radio)’가 그런 예로 우리말 사전에 버젓이 등재돼 있습니다. 그러나 원어 발음인 ‘뤠이디오우’는 사전에 올라 있지 않습니다. 
다른 외국어도 우리말이 됐다면, 즉 외래어라면 당연히 사전에 등재됩니다. 
따라서 우리말 여부를 판별하는 방법만 있으면 외래어표기법은 없어도 됩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외국어는 원음을 정확히 표기해야 하므로 언어별로 발음을 정확히 나타내는 표기법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외국어를 제대로 배워 외국 사람과 쉽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외래어와 외국어는 이렇게 구별돼야 하는데도 똑같은 방법으로 표기하라는 것은 매우 부당합니다. 

▣외국어표기법 제정은 한글 세계화의 첫걸음
우리는 영어 발음을 국제음성기호(IPA)로 표기합니다. 
미국에서도 잘 안 쓰는 낯선 발음기호들을 왜 우리가 고집하는지, 마땅한 한글 자모가 없을 때 훈민정음 글자를 빌려 정확한 발음을 표기하면 왜 안 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외국어를 원음대로 정확히 쓸 수 있는 외국어표기법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한글 세계화의 첫걸음입니다.
중국어 표기는 더 절실한 문제입니다. 
우리 학생들은 중국어를 로마자 병음이란 발음기호로 배웁니다. 
세종대왕이 ‘동국정운’을 편찬해 한자를 제대로 발음할 수 있게 하고, 중국인의 한자 발음까지 통일시키려고 중국 옥편 <홍무정운>에 훈민정음으로 발음을 달아 ‘홍무정운역훈’이란 책까지 만들었거늘 로마자 병음으로 중국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대구광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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