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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19일 화요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각종 위법 의혹에 “몰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가장 많이 한 말 “송구하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3.9.19. ⓒ뉴스1

“송구하다”“몰랐다”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균용 판사가 19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이다.

그는 자신과 배우자, 두 자녀의 증여세 탈루 의혹, 각종 탈세 의혹,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의혹, 10억 원 상당의 비상장주식 미신고 등과 관련해 반복해서 이같이 답했다. 심지어 “판사가 법을 몰랐다는 얘기를 왜 이렇게 자주 하느냐”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는 야당 의원의 일갈에, 그는 고개 숙인 채 침묵하기도 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국회 본관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22일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 사법부를 이끌어갈 적임자”라며 지명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본인 10억 재산 미신고 “몰랐다” 해명
후보자, 재산 미신고 안성시장 유죄 선고
“남에게는 엄격, 본인에게는 관대”


김회재 의원 질문에 답하는 이균용 후보자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시작부터 의혹이 쏟아졌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와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주식이 총 10억 정도 되는데, 그동안 법관 하면서 이 부분 신고를 계속 누락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 가족은 2000년경부터 주식회사 옥산과 주식회사 대성자동차의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공직자윤리법에 의하면 비상장주식도 신고대상이다. 부정한 재산증식을 방지하고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법인데, 판사 일을 하면서 이를 지키지 못했던 것이다.

이 후보자는 “몰랐다”,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대단히 송구스럽다”라고 답했다.

김회재 의원과 이균용 후보자

▷ 김회재 : 후보자와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주식 이게 총 10억 정도 된다. 이 비상장주식에 대해서 그동안 법관하면서 등록에서 누락해왔다.
▶ 이균용 :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 김회재 : 어떻게 이런 부분을 누락할 수 있나? 비상장주식을 통해 소득이 계속 창출되는데, 이걸 누락하면, 제대로 재산등록이 되겠나? 왜 이것을 누락했나? 이해가 안 된다. (생략) 신고할 때 법원행정처 신고 망에 들어서 신고하고, 그 안에 들어가면 비상장주식은 전부 신고해야 한다는 게 고지되고 있지 않나? 그거 안 봤나?
▶ 이균용 : 대단히 송구스럽다. 지금도, 배우, 처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처음에 등록대상이 아니었고, 처가 쪽 (생략)
▷ 김회재 : 재산신고 안 하고 등록 안 한다는 게 얼마나 큰일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법원에서도 신고 안 하면 징계 대상이 되고, 해임까지 할 수 있다. 그 내용 알고 있나?


이 후보자의 답변은 몰랐기 때문에 위법은 아니라는 취지로 보인다.

이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법원에 확인해 보니 법원에서 재산신고 때마다 (비상장주식도 신고토록) 개정한 사실을 누차 알려줬다고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전혜숙 민주당 의원 등은 우석재 전 안성시장이 배우자 채무 등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판결 사례를 언급했다. 이 판결은 바로 이번에 ‘10억원의 비상장주식 재산을 신고하지 않아 논란인 이 후보자’가 판결한 판례다. 우 전 시장도 당시 재판을 받으면서 가족의 채무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선처를 바란 것으로 알려졌다.

전혜숙 의원과 이균용 후보자

▷ 전혜숙 : 비상장주식 배당내역, 알았나? 몰랐나? 숨겼나?
▶ 이균용 : 최근에 와서 배당받은 것은 종합소득신고대상자가 되면서 알았다.
▷ 전혜숙 : 그 전에는 몰랐다는 것인가?
▶ 이균용 : 그 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 전혜숙 : 그럼 한번 보겠다. 전 안성시장 그분도 어떻게 이야기했냐면 “고의가 아닌 실수이고 몰랐다”, “재판부의 선처를 바란다”고 호소했는데, 후보자는 고의가 아닌 실수라는 것을 거짓으로 판단한 것인가?
▶ 이균용 : 그렇다.
▷ 전혜숙 : 그래서 유죄를 선고한 것인가?
▶ 이균용 : 그렇다.
▷ 전혜숙 : 방금 후보자가 몰랐다고 하는데, 이것은 유죄인가 무죄인가?
▶ 이균용 : ....
▷ 전혜숙 : 이 말은 거짓인가, 참인가?
▶ 이균용 : 그 부분에 대해 국민께 송구스럽게 지금도 생각하지만...


전 의원은 “이 후보자는 남에게는 엄격하고 본인에게는 굉장히 관대한 것 같다”라며 “저울이 기울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자녀 해외계좌 신고 누락’
또 “송구스럽다”


이 후보자 자녀들 재산신고 누락 문제도 지적됐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후보자 재산신고는 1990년 법관 임명 이후부터 해 왔고 재산공개는 2009년부터 했다”며 “그런데 왜 장녀의 외국계좌 신고는 이번에 처음으로 했느냐”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이 지적에 대해서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서동용 의원과 이균용 후보자

▷ 서동용 : 후보자 장녀의 외국계좌 신고는 8월 29일 국회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재산 신고할 때 처음으로 했다. 2009년 재산공개 대상이 된 후 한 번도 자녀의 해외계좌를 신고하지 않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장녀 해외계좌를 공개한 거다. 이유가 뭔가?
▶ 이균용 : 자녀가 미국에서 음악공부하고 있을 때, 제가 생활비와 교육비를 보내준 계좌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녀가 미국생활에 대해서...
▷ 서동용 : 이번에 왜 신고하고 그전에는 왜 신고 안 했나?
▶ 이균용 : 재산등록신고는 저 혼자 스스로 하는 거고, 이번에 지명된 후에...
▷ 서동용 : 자녀 해외계좌가 재산신고 대상이 아닌가? 무슨 말인가? 지금?
▶ 이균용 :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증여세 탈루 의혹’에도 “송구스럽다”
“범죄를 저지른 듯...그렇게 끝낼 문제인가?”


서동용 민주당 의원이 19일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이균용 후보자 배우자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장녀에게 매해 1만 달러 가량을 송금했다. 그리고 같은 기간 장녀의 국내 계좌 잔액도 2019년 1억3200만원에서 2023년 2억7700만원으로 증가했다.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서동용 의원은 이어서 증여세 탈루 의혹에 대해서도 짚었다.

서 의원이 이 후보자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의 배우자는 2018~2023년 미국에서 유학 중인 장녀의 해외 계좌로 매년 약 1만 달러를 송금했다. 이렇게 보낸 금액은 한화로 약 6800만원 상당이었다. 같은 기간 장녀의 국내 계좌 잔액은 1억원에서 2억7천만원으로 증가했다. 또 장녀는 ㈜옥산으로부터 꾸준히 배당소득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그런데 자녀의 해외계좌에 대한 신고를 그동안 누락한 것은 물론이고 5000만원 이상 증여에 대한 증여세 문제도 발견된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이번에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서 의원은 “송구스럽다고 되는 게 아니고,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하자, 이 후보자는 고개를 숙였다.

서동용 의원과 이균용 후보자

▷ 서동용 : 후보자의 장녀는 어머니로부터 계속 돈을 받아왔는데, 국내에 있는 계좌에 돈은 계속 늘어났다. 이거 증여세 탈루 아닌가?
▶ 이균용 : 제 딸이 첼리스트이기 때문에, 해외에 연주 여행을 다니는데, 비행기 값이 많이 든다. 저는 뭐 ...
▷ 서동용 : 아니. 국내 계좌는 돈이 계속 늘었다. 돈이 있다. 그 돈을 안 쓰고 어머니한테 계속 또 돈을 받아서 쓴 거다.
▶ 이균용 : 내 처가 아마...
▷ 서동용 : 이거 증여세 탈루한 거 맞지 않나? (생략) 장녀뿐 아니라 장남도 마찬가지다. (생략) 이 부분들이 촘촘히 빠져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 이균용 : 그 부분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 부분을 해외재산으로 인식하지...
▷ 서동용 :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이게 송구스럽다고 되는 게 아니고,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송구스럽다 말하고 끝낼 문제인가?
▶ 이균용 : ...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정황’도
후보자 “외국에 살아본 경험 없어서”
“판사가 법 몰랐다는 얘기를 자주하나?”


"범죄를 저지른 것 같다"는 서동용 의원의 질타에 답변을 멈추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서동용 의원은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정황도 지적했다.

서 의원은 이 후보자 자녀의 건강보험 자격 변동 현황을 제시하며 “장남은 2010년부터 2019년 1월까지 계속 후보자의 직장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었고, 장녀는 2022년 11월까지 후보자의 직장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었다”라며 “장남, 장녀는 후보자의 직장피부양자로 등록하면 안 되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장남은 2014년부터 미국 소재의 투자은행에 다녔다. 장녀 또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브뤼셀 교향악단 등 해외 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뮤직 샤펠 상주음악가 활동을 거쳐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입단하는 등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자는 이번에도 “송구하다”며 “해외직장을 가지고 있을 때 건강보험 자격이 안 되는 줄 인지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에 서 의원은 “판사가 법을 몰랐다는 얘기를 왜 이렇게 자주 하느냐”고 일갈했다.

서동용 의원과 이균용 후보자

▷ 서동용 : 판사님, 법을 위반했더라. 법을. (생략) 장남, 장녀는 후보자의 직장피부양자로 등록하면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명백한 위반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그랬다. 답변을 좀 해보라.
▶ 이균용 : 해외 직장 가지고 있을 때 건강보험 자격 안 되는 줄은 인지하지 못했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 서동용 : 아니 판사님이 법을 몰랐다는 얘기를 이렇게 자주하나?
▶ 이균용 : 외국에 살아본 경험이 없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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