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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19일 수요일

“자꾸 시커먼 택시가 와”…노인을 위한 택시앱은 없다

 등록 :2022-10-20 05:00

수정 :2022-10-20 08:58

노년층 디지털 교육해도
‘복잡한 앱화면’ 한계 뚜렷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망원역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김진자(80)씨. 채윤태 기자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망원역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김진자(80)씨. 채윤태 기자

서울 마포구에 사는 신아무개(82) 할머니는 일주일에 두번 이상 택시를 탄다. 주로 마포역에서 아들집이 있는 북아현동으로 가는데, 짧은 거리지만 무릎이 좋지 않아 택시를 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9일 오후 3시께 아현동 서울 서부지방법원 근처에서 만난 신씨는 “오늘은 택시가 영 잡히지 않아서 천천히 걸어가보고 있다”고 말하며 힘들게 발걸음을 옮겼다.


 신씨는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를 수 있는 택시호출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들에게 부탁해 설치했지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신씨가 쓰기에 너무 화면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아들이 가르쳐준 대로 매번 ‘최근 사용내역’에 있는 아들집 주소를 눌렀지만, 택시는 번번이 길 건너편에 도착해 있었다. 화면을 잘못눌러 고급택시인 ‘카카오 블랙’이 예약됐지만 취소할 줄을 몰라 비싼 돈을 내고 탔던 적도 있다. 신씨는 “우리 같은 노인네들은 그냥 손 흔들어서 택시 타는 게 훨씬 편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택시호출 앱과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일상화됐지만, 노인들에게는 새로운 ‘디지털 문턱’으로 작용하고 있다. 택시기사 최영규(64)씨는 “60대만 돼도 90% 이상이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는다. 카카오티(T)로 호출하는 10%도 대부분 자녀나 손주들이 잡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홀로 사는 노인들은 거리에서 손 흔들며 택시를 잡아보지만 예약 택시들을 보내며 기다리기 일쑤다. 지난 13일 마포구에서 홀로 사는 김진자(80) 할머니는 서울지하철 망원역 앞에서 예약 택시를 여러대 보낸 뒤 10여분 기다리다 겨우 빈 택시를 잡아탔다. 김씨는 “2∼3년 전만해도 망원역 2번 출구에는 빈 택시들이 줄지어 있어 택시 잡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는데, 요새는 아무리 기다려도 예약된 택시만 지나간다”고 한숨을 쉬었다. 기자가 택시 앱 사용을 권유하자 “잘 보이지도 않아서 못 쓰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카카오티 쪽은 노년층을 위해 디자인을 개선하거나 별도 앱을 만들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티에는 택시 호출 외에도 기차, 대리운전, 택배 등 수많은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인터페이스(UI)를 단순화하기 어렵다. 대신 ‘대신 불러주기’, 택시 예약 서비스 등을 통해 노년층이 불편함 없이 카카오티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의 노년층 친화적 정책이 아쉬운 대목이다.
‘시스템 디자인 요소 개선이 시니어의 비대면 서비스 사용 의도에 미치는 영향’(2020·서울대 대학원 언론정보학과 안윤아) 논문 연구에 사용된 프로토타입 택시호출앱. 노년층 사용 편의를 위해 인터페이스를 개선한 디자인의 프로토타입 앱이다.
‘시스템 디자인 요소 개선이 시니어의 비대면 서비스 사용 의도에 미치는 영향’(2020·서울대 대학원 언론정보학과 안윤아) 논문 연구에 사용된 프로토타입 택시호출앱. 노년층 사용 편의를 위해 인터페이스를 개선한 디자인의 프로토타입 앱이다.

앱을 조금만 개선해도 노년층의 활용도는 높아진다. ‘시스템 디자인 요소 개선이 시니어의 비대면 서비스 사용 의도에 미치는 영향’(2020,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안윤아 석사논문)을 보면,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실험에 참여한 대졸 이상 60∼69살 남녀 6명 모두 호출에 어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연구진이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출발지와 목적지 등을 순차적으로 입력할 수 있게 바꾸자 ‘무엇을 눌러야 할지 설명이 있어 좋다’는 등의 반응을 내놓으며 서비스 사용 의욕을 드러냈다.


실제 시장에서 적용된 사례도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존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인터페이스를 대폭 개편한 ‘시니어 고객 맞춤형 현금자동입출금기’를 출시했다. 큰 글씨를 사용해 ‘입금’ ‘송금’ 대신 ‘돈 찾기’ ‘돈 보내기’처럼 쉬운 용어를 쓰고, 색상 대비를 활용해 화면 식별을 쉽게 바꿨다. 최윤선 신한은행 디지털마케팅부 수석은 “노년층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쉽게 찾아서 이용할 수 있게 배치한 디자인”이라며 “노년층 고객이 많은 영업점을 중심으로 도입해 현재 전국으로 확대 중”이라고 했다.


노년층 사용 편의를 위해 인터페이스(UI)를 개선한 신한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노년층 사용 편의를 위해 인터페이스(UI)를 개선한 신한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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