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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3일 일요일

'멸종위기종 2급' 깡그리 잡아들인 제주도, 그 기막힌 결말

 1억원 넘게 투입된 비자림로 공사 환경저감방안 결국 실패... '애기뿔소똥구리' 다시 발견

22.10.24 05:10l최종 업데이트 22.10.24 05:10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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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애기뿔소똥구리 포획을 위해 설치된 트랩 .
ⓒ 김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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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10월, 제주도는 용역을 통해 비자림로 확장공사 현장 곳곳에 트랩을 설치했다. 이후 애기뿔소똥구리 암컷 783개체, 수컷 293개체 등 모두 1079개체를 포획한 뒤 다른 곳으로 이주시켰다. 

제주도는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애기뿔소똥구리를, 왜 1억이 훨씬 넘는 예산을 들여가면서까지 잡아서 이주시켰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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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가 영산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한 자료 일부  .
ⓒ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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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영산강유역환경청(아래 환경청)에 두 차례에 걸쳐 정보공개를 청구해 지난 3월과 7월 각각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가 환경청에 제출한 <비자림로 법정보호종 포획 방사 용역 결과보고서>에는 '공사영향권에 있는 개체군 보존을 위해 함정채집과 등화채집을 병행, 영향권내 모든 개체군 포획(애기뿔소똥구리, 두점박이사슴벌레)'이라 명시돼 있다. 

많은 이들에게 '비자림로'는 30~40년 수령의 아름다운 나무들이 1000그루 가까이 베어진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멸종위기종 2급인 애기뿔소똥구리까지 깡그리 잡아들이고 있다. 그 내막은 다음과 같다.

비자림로 공사의 시작
 

2018년 비자림로 공사를 안타까워하는 SNS게시글
▲  2018년 비자림로 공사를 안타까워하는 SNS게시글
ⓒ 인스타그램 게시물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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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바 있는 비자림로의 나무 1000여 그루가 베어지자 많은 시민들이 베어진 나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나 기사를 자신들의 SNS에 적극적으로 게시하거나 공유하였다.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역시 빠르게 공유되면서 3만여명의 시민들이 비자림로 공사 중지를 요청하는 청원에 참여하였다.

제주를 넘어 전국적으로 비자림로 공사 중지 여론이 확산되자 당시 제주특별자치도지사였던 원희룡 지사는 '며칠 후 대안이 나올 때까지 비자림로 공사를 일시 중지하겠다'고 밝혔고 공사는 중단되었다. 그리고 4개월 후 제주도는 '아름다운 경관도로 조성'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뒤 도로 한복판에 8m에 달하는 산책로 겸용 중앙분리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민들과 환경단체 등은 기만적인 발표라고 비판했지만, 제주도 2019년 3월 23일 계획대로 비자림로 공사를 다시 시작하였다. 공사가 시작되자 일부 시민들은 현장에 직접 만든 오두막과 텐트 등을 가져다 놓은 뒤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그리고 두 달여 후인 5월말, 시민들은 애기뿔소똥구리를 발견하고 팔색조의 울음소리를 들었다며 환경청에게 공식적인 확인을 요청했다. 팔색조와 애기뿔소똥구리는 국가가 지정한 법정보호종으로 비자림로 공사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에는 기록되지 않는 것이었다.

비자림로에서 발견된 법정보호종

환경청은 현장에서 팔색조와 애기뿔소똥구리의 존재를 확인하고 제주도에 공사 중지와 함께 법정보호종에 대한 환경저감방안을 세울 것을 요청했다. 이는 환경청과 제주도가 비자림로 확장공사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협의 과정에서 '공사 및 운영시 예측하지 못하였거나 예측의 부적정 등으로 주변 환경에 악영향이 발생 또는 예상되는 경우, 추가적인 저감대책을 조속히 강구 시행함으로써 주변 환경 피해 및 민원발생을 예방해야 함'이라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저감대책을 세우기 위해 비자림로 생태 조사를 다시 진행해야 했고 2차에 걸친 조사 끝에 20여종의 법정보호종이 비자림로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비자림로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 작성된 것으로 판정나면서 작성 업체는 3개월의 영업정치 처분을 받았다. 제주도 역시 저감대책에 대한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2020년 5월 무리하게 공사를 다시 시작해 환경영향평가법 위반으로 5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었다.

비자림로 공사 재개를 위해 제주도가 진행한 환경저감방안

환경청과 제주도가 저감대책에 대해 최종적으로 협의를 마무리한 것은 2022년 2월이다. 제주도는 2022년 1월 '비자림로(대천~송당) 확포장공사 협의내용 및 환경저감대책 이행계획'을 제출하였고 현재까지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하기 전 단계를 진행 중이다. 제주도가 제출한 이행계획의 주요 부분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사업계획 구간 내 이식하기로 결정한 184그루의 수목을 이식하며 이식 6개월 전에 뿌리돌림, 굴취 전 가지치기 등의 사전작업 진행
2. 구간단속카메라 설치
3. 애기뿔소똥구리와 두점박이사슴벌레 등의 법정보호종 포획 이주, 모니터링 계획과 유지관리계획 수립․
4. 도로 인근에 둥지가 발견된 팔색조의 서식지 보호를 위해 도로 가장자리를 차폐할 수 있는 나무 울타리 조성
5. 동물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1.5~2.0m의 유도울타리 설치
6. 동물 번식기를 피하여 공사 시행
7. 도로폭을 22m→16.5m로 축소해서 사업 진행


제주도는 위 계획서에 곤충에 대한 저감대책으로 '계획노선 인근에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애기뿔소똥구리, 두점박이사슴벌레는 전문기관(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개체 포획 및 이주'를 내세우고 있다. 또한 그에 대한 세부 이행 계획 및 내용으로 '공사 영향권에 있는 개체군 보존을 위해 함정채집과 등화채집을 병행하여 영향권(150m이상) 내의 모든 개체군을 같이 포획하여 함께 이주(마킹후 방사)시킴'이라고 적었다.

즉, 제주도는 이행계획에 대한 협의를 최종 마무리하기 전 해인 2021년 애기뿔소똥구리에 대한 포획 이주 중심의 저감 대책을 세우고 진행했다. 

처음부터 불가능했던 저감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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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15일 시민들이 수목 이식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비자림로 현장에서 발견한 애기뿔소똥구리 .
ⓒ 곽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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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제주도가 적지 않은 예산까지 투입해 진행한 저감대책은 과연 성공했을까?

지난 15일, 비자림로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들은 비자림로 수목 이식 진행 현장에서 애기뿔소똥구리를 발견했다. 땅의 바닥을 깊이 파내고 있는 굴삭기와 아주 가까운 위치에서였다. 자칫하면 애기뿔소똥구리가 땅을 헤집고 있는 굴삭기 날에 부딪히거나 바퀴에 깔릴 수도 있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다. 시민들은 조심스럽게 애기뿔소똥구리를 이동시켰지만, 그들의 이동 반경이 워낙 넓기에 언제 위험에 맞닥뜨릴지 알 수 없다.

비자림로에서 서식하고 있는 법정보호종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모두 강제로 이주시키겠다는 인간의 주장이 실제적으로 효력 없음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홀로세생태연구소에서 17년째 멸종위기곤충인 애기뿔소똥구리의 서식, 증식, 복원에 관한 총체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이강운 홀로세생태연구소 소장은 '비자림로 무효소송'을 진행중인 변호사에게 낸 의견서(비자림로 도로 건설공사 멸종위기곤충 II급 애기뿔소똥구리에 관한 의견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애기뿔소똥구리(Copris tripartitus)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곤충 Ⅱ급으로 주로 초식성 동물인 말, 소의 똥을 먹는 분식성(糞食性 ) 곤충이다. 과거 방목형 축산에서 입식 사육의 형태로 사육 방법이 바뀌었고, 풀이 아닌 사료를 먹이면서 애기뿔소똥구리 먹을 양식인 신선한 소똥이 사라졌다. 현재 서식하고 있는 지역이 아니면 더 이상 서식할 장소도 없으며, 생존이 불가능한 멸종위기곤충이다. (중략) 법적으로 지정된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를 제대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지방정부가 그 서식처를 훼손하고 멸종위기종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업을 강행하는 일은 미래 후손을 위해서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며 법적으로도 책임을 유기하는 죄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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