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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24일 화요일

[CEO 칼럼] "금일이 금요일의 준말인가요?"

 [CEO 칼럼] "금일이 금요일의 준말인가요?"

  • 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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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24   |  발행일 2022-05-24 제23면   |  수정 2022-05-24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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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다가 '금일까지 과제를 제출하라'는 교수의 말에 '금일'이란 단어를 금요일로 이해해 과제를 제출하지 못했다는 학생의 사연을 보았다. 곧장 포털사이트에 '금일'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니 그 뜻을 묻는 질문들과 설명하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한자에 비교적 익숙한 기성세대야 한문 가득한 신문과 문서들을 읽어왔으니 굳이 한글 옆에 한자가 적혀 있지 않아도 단어의 뜻을 유추할 수 있지만 한문보다 영문에 훨씬 익숙한 MZ세대는 한글로 적혀는 있으나 그 뜻을 이해 못 하는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곤 한다.

사실 그 뜻을 이해 못 하는 것이 어디 한자 기반 한글뿐일까. 순우리말 단어의 경우 더더욱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인터넷에 '예쁜 순우리말'을 검색하면 나오는 대부분의 단어 목록들이 사실은 엉터리 순우리말임에도 불구하고 그럴듯한 해석들에 속아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특히나 태명으로, 기관 단체명 등으로. 허구의 단어임에도 인터넷발 잘못된 정보에 속아 틀린지 맞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작년 말 홍대 근처에 롯데리아 무인 매장이 생겼다. 무인 시스템인 만큼 사람 없이 오직 키오스크만 설치되어 있는데 이를 두고 강제 'NO노인존'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깔끔한 인테리어에 한글은 미관상 방해라도 된다고 생각한 것인지 '주문'이라는 단어 대신 'ORDER'라는 영어 단어가, '수령'이라는 단어 대신 'PICK UP'이라는 영문만 표기되어 있었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고연령층은 주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강제 'NO노인존'이라는 웃픈(?) 단어가 나온 것이다.

한자에 익숙하지 못한 MZ세대는 교과서 속 한글을 봐도 이해에 어려움을 느끼고, 영어에 익숙하지 못한 기성세대는 매장의 주문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국의 언어를 가진 나라임에도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한글의 위대함은 국뽕을 덜어내고 재차 강조되어도 모자랄 것이다. 전 세계에서 자국의 문자가 없는 나라가 얼마나 많은가. 모든 소리 나는 말을 문자로써 표기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타 언어를 배워본 사람들은 특히나 잘 알 것이다. 나의 경우 중국에서 10년을 유학했고, 학창시절엔 국제학교를 다니며 영어, 일어, 스페인어를 배웠다. 언어에 관심이 많아 불어 또한 곁눈질을 해보았으나 스페인어와 불어는 기존에 배운 언어들과 달리 여성 명사, 남성 명사까지 구분해 놓았을 정도로 배우는데 까다로웠다. 일본어와 중국어는 둘 다 한자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 둘의 모양은 번체자와 간체자로 생김새가 또 다르기에 배우고 익히는 데에 있어서도 확연히 차이가 있다. 그러나 한글은 어떠한가, 고작 24개의 기본 자음과 모음을 이용하여 모든 들리는 말을 문자로써 작성할 수 있다.

영어 유치원이 기승하고, 국어 시간에는 어휘력과 문해력을 기르는 수업보다 그저 정답을 위한 '화자의 의도 찾기' 문제 등에만 치중하고 있는 지금, 나의 마음도 참 을씨년스럽다. 여기의 '을씨년스럽다'마저 욕으로 알고 있는 청소년도 많다.

한 나라의 언어는 한 나라의 문화를 담고 있다. 선조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우리말, 한글. 이는 우리의 문화, 우리의 전통, 우리의 역사를 지키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한글도 멋이 되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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