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윤 대통령, 개발 독재 시대의 성장만능주의 연상시켜”
조선 “문 정부 잘못된 정책 바로잡아” 중앙 “한땀 한땀 윤석열의 언어 담겼다”
김건희 옷차림 두고 조선 “주민들, 예쁘다 칭찬해” 중앙, “‘절제된 출발’이란 말 그래서 나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제20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11일 아침신문들은 일제히 1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소식을 전했다. 취임사에 대한 진보, 보수 언론의 해석은 달랐다. 특히, ‘자유’를 강조한 점, ‘반지성주의’ 발언에 대한 각기 다른 해석이 도드라졌다. 구체적 비전이 보이지 않고 추상적 발언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는 공통적이었다. 

한겨레는 1면 기사 ‘자유,성장 우선시…통합 메시지 없었다’ 첫 문단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35차례 강조한 반면, 정치·사회적 양극화 해소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통합’이라는 단어는 한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 11일 아침신문 1면 기사 갈무리.
▲ 11일 아침신문 1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는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대화와 타협 대신 일방적 국정 운영을 예고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아울러 “상대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이견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법적 관점에서 사실관계를 다투며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냐며 “자신을 향한 비판과 견제는 ‘억압’이라고 바라보는 것도 어불성설이요, 국민들을 ‘지성’과 ‘반지성’으로 갈라치기 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취임사엔 한국 사회의 현안 해결을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이 뚜렷이 보이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이 주요하게 내세운 ‘자유’를 두고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각국이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를 위해 국가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취임사에 복지 확대나 분배 등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고 했다. 그가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을 언급하며 ‘도약과 빠른 성장’을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을 두고도 “개발 독재 시대의 성장만능주의를 연상시킨다”고 했다. 

▲ 한겨레 11일 사설 갈무리.
▲ 한겨레 11일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역대 대통령의 취임사와 달리 추상적 국정 철학을 천명하는 데 집중한 취임사”였다며 “국정기조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비전은 내놓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반지성주의 언급에 대해서도, “지성 대 반지성으로 구분하려는 진영논리가 작용한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상정하는 ‘자유로운 공동체’가 혹여 약자를 위한 규제가 모두 사라진 정글을 의미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도 했다. 

반면, 보수 언론의 평가는 긍적적이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윤 대통령이 자유와 민간 주도 성장을 강조한 것은 문 정부의 잘못된 정책들을 하나하나 바로잡겠다는 선언”이라며 “개인과 기업에 최대한 자유를 주고 이에 따른 창의적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고유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반지성주의 언급에 대해서도 “전 정부는 낡은 이념에 사로잡혀 잘못된 정책, 실패한 정책을 끝까지 밀어붙였다”며 “이런 불합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성과 과학적 진실에 기반한 국정 운영을 하겠다고 했다”고 풀이했다. 

다만, 구체적 실현 방안에 대한 지적은 진보 언론과 다르지 않았다. 사설은 “문제는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책화하고 실현해 나가느냐는 점”이라며 “우선 윤 정부는 인수위에서 마련한 국정 과제 110건의 실현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민이 이에 공감하고 동의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자유와 성장뿐 아니라 평등과 분배를 중시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2면 기사 ‘한줄 한줄 직접 퇴고…윤석열 언어로 채운 16분 37초’에서 “남이 대신 쓸 수 없는 연설문이다. ‘윤석열의 언어’가 담겼다”는 반응이 참모들 사이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아울러 “연설문이 공표되기까지 윤 대통령은 한땀 한땀 자신의 언어로 글을 썼다고 한다”며 “윤 대통령은 연설문을 고치는 과정에서 ‘자유가 자유를 키운다’는 말을 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고도 했다. 

▲ 중앙일보 2면 기사 갈무리.
▲ 중앙일보 2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는 윤 대통령이 통합도 잊지 말아야함을 강조했다. 사설은 윤 대통령의 반지성주의 지적을 두고 “정확한 인식이라고 본다”며 “진영 사고가 합의의 여지를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대선 과정에서 선택의 자유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인용했던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이 거센 논란을 불렀던 걸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대통령으로서 공감과 합의의 기반을 넓힐 책무를 언급하지 않은 건 아쉽다”며 “구체적 정책이나 방법론이 보이지 않은 건 아쉽다”고도 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취임사는 원론적인 수준에 머무른 듯한 느낌”이라며 “자유 인권 등의 가치를 강조한 건 의미있지만, 윤 대통령이 ‘다수의 힘’ 등 우회적으로 거대 여당을 겨냥하면서도 통합이나 협치를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의아한 대목”이라고 했다. 아울러 “취임사만 놓고 보면 윤곽이 분명치 않은 추상화로 보인다”며 “정교하고 섬세한 붓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김건희 옷차림·가격 묘사와 ‘소박함’ 부각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입은 옷과 가격을 상세하게 묘사하며 ‘소박하다’며 부각하는 보도는 여전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특히 많은 문장을 할애해 김 여사의 옷차림을 구체적이고도 긍정적으로 묘사했다.

조선일보는 4면 기사 ‘흰색 투피스에 흰 구두…대통령의 몇걸음 뒤에서 걸어’에서 “김 여사는 국립 현충원 참배를 위해 검은색 치마 정장 차림으로 사저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를 나섰다”며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김 여사를 본 주민들은 ‘예쁘다’는 등의 칭찬을 했다”고 했다. 

▲ 조선일보 4면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4면 기사 갈무리.

이어 “김 여사가 취임식 행사장에서 입은 흰색 의상도 화제가 됐다”며 “이날 흰색을 선택한 것도 절제되고 겸손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인사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고 했다. “향후에도 고가의 의류보다는 합리적 가격대의 옷을 입을 생각이라고 한다”며 김 여사의 ‘소박함’을 긍적적 묘사로 강조했다. 

중앙일보도 5면 기사 ‘흰색 정장 김건희 여사, 문재인·박근혜에 깍듯한 인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옷차림을 상세히 묘사했다. 기사는 “소품과 장신구를 최대한 걸치지 않았다. 머리스타일은 얌전한 어깨 길이 단발을 유지했고, 앞머리를 비스듬히 앞으로 내렸다”며 “‘절제된 출발’이란 말이 그래서 나왔다”고 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이날 입은 의상들은 모두 중저가 맞춤 옷을 판매하는 국내 디자이너에게 별도로 의뢰해 지어 입은 것”이라며 “단아함과 여성미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초기 의상 콘셉트를 ‘나비’로 잡았고, 그 결과 허리라인을 강조하며 무릎 아래까지 직선으로 퍼지는 치마 정장이 탄생했다고 한다”며 의상 콘셉트와 가격까지 설명했다. 

▲ 중앙일보 5면 기사 갈무리.
▲ 중앙일보 5면 기사 갈무리.

동아일보도 4면 기사 ‘김건희 여사, 文부부-박근혜에 90도 폴더 인사’에서 “극적인 대비를 준 김 여사의 ‘흑백 패션’도 눈길을 끌었다”며 “첫 일정이었던 현충원 참배에서는 재킷과 스커트, 구두를 모두 검은색으로 맞추고 작은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를 착용했다”고 했다.

서울신문도 4면 기사 ‘블랜 앤드 화이트 김건희 여사 尹 한 발짝 뒤 조심스러운 내조’에서 “검은색 치마 정장 차림에 단발머리 스타일”, “허리에 커다란 리본이 달린 흰색 코트 안에 아이보리색 원피스” 등 구체적으로 김건희 여사의 옷차림을 묘사했다. “이날 의상은 영세업체가 맞춤 제작한 옷을 자비로 구매했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