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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4일 수요일

(시론)대한민국의 ‘문해력 저하’를 우려한다

 (시론)대한민국의 ‘문해력 저하’를 우려한다

입력 : 2022-05-03 06:00:00  수정 : 2022-05-03 06:00:00
대한민국과 문해력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작금의 ‘문해력 저하’는 점점 더 심각성을 띠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물론, 이 안타까운 흐름에 대해 사람들은 선뜻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대한민국은 세계에서도 교육열이 높은 나라, 예로부터 문화민족임을 자랑하는 나라, 라는 인식이 강하게 뿌리 내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관련 통계를 빌려온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읽기 영역 학업 성취도’가 좋지 못한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수치. 그리고 중학교 3학년 학생 중, ‘국어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2019년 4.1%에서 2020년 6.4%로 증가했고, ‘보통 학력’ 이상 학생은 같은 기간 82.9%에서 75.4%로 낮아졌다는 교육부 자료는 문해력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슬픈 시그널. 
 
그로 인해, 수학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주어진 지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역사와 과학과목에 쓰인 문장이나 단어의 뜻을 읽어내지 못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더불어, 학생들이 글쓰기를 꺼리는 현상과도 불가분의 관계로 맞물려 있다. 이는 하루빨리 국가가 기초적인 읽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로 설명될 수 있다.   
 
문해력은 매우 중요한 지적 자산의 척도다. 유네스코가 "문해란 다양한 내용에 대한 글과 출판물을 사용하여 정의, 이해, 해석, 창작, 의사소통, 계산 등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할 만큼, 문해력은 한 개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이고 세계적인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다. 거시적 차원에서 고민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도 문해력의 저하가 지속되고 있었던 터에,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 이년 이상 계속되었던 것은 설상가상으로 작용했다. 단절이나 거리두기는 사람과 사람과의 소원해진 관계뿐 아니라, 기본적인 지식의 전달에도 상처가 됐다. 
 
도대체 왜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을까. 2021년 4월, 한국교총이 전국 초중고 교사 1152명을 대상으로 ‘문해력 저하 요인’을 설문 조사한 결과(중복 응답)를 살펴보면, “유튜브 등 영상 매체에 익숙해져서”(73%), “독서를 소홀히 해서”(54.3)%, “한자교육을 소홀히 해서”(16.6%), “학교 교육에서 어휘 교육을 소홀히 해서”(13.9%)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는 ‘책 읽지 않는 대한민국’이 깊숙이 관여해 있다. 단순히 독서율의 감소도 문제지만, 겉핥기식의 책 읽기는 더 문제다. 좋은 독서법은 단순히 ‘많이 읽기’가 아니다. ‘제대로 읽기’다. 텍스트 속에 펼쳐진 세계를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오고 품는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감동은 그렇게 생겨난다. 그것이 책에 대한 애착과 애정으로 이어진다. 한 번 본 책을 다시 읽고 싶어지게 하는 묘한 매력이 살아 숨 쉴 것이다. 낭독을 하고 싶고 필사를 하고 싶은 충동은 참 아름다운 경험의 산물이다. 그렇게 생성된 문해력이 강한 생명력을 가진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과 인류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마음을 가지게 할 것이다. 
 
글쓰기도 당장, 시를 짓게 한다거나 딱딱한 글을 쓰게 하는 것보다, 일상의 소재나 주제를 다루는 일기나 편지를 쓰는 것부터 시작하게 하자. 당연히, 글을 읽고 말하고 하는 습관과 병행해야 효과적이다. 이 작업을 학교에만 맡겨둘 것은 아니다. 가정, 학교, 사회와 국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문해력은 든든한 양식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외래어의 홍수와 그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신조어 · 약어들의 범람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을 휘감고 있는 언어 환경의 하나다. 문해력 저하를 촉발시키고 있다. 이런 환경에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 할 우리의 학생들이 방치돼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방송 등 영상 매체에 쓴소리 한 마디 하고 싶다. 요즘의 젊은이들이 쓰는 약어나 이상한 신조어도 달갑지 않은 요소인데, 거기에 덧붙여, 그것을 모르면 그들과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니까 기성세대도 알아두자고 홍보하는 듯한 방송을 중단하기 바란다. 그런 용어를 왜 국민이 알아야 하는가. 가변성 강한, 일부에게만 잠깐 소통되었다가 사라지는 언어가 아닌가. 특히, 예능프로그램이 지나친 문법 파괴와 비언어로 시청자를 당황하게 한다. 이 또한 문해력을 방해하는 환경이다. 문해력은 국가의 장래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지적 자산의 척도임을 명심하자. 
 
오석륜 시인/인덕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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